예정시간 2배 넘겨 단독환담 가져 .. "케미가 잘 맞는 관계"

이창훈 2022. 5. 2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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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바이든 첫 만남 '화기애애'
반려견·대선 출마 결심 등 얘기
김성한 "화제 전환 어려울 정도"
尹, 10년 전 결혼식 구두 신어
尹, 만찬서 예이츠 詩로 건배사
바이든은 "같이 갑시다" 화답
尹, WP 남녀평등 질문에 멈칫
"여성 내각 입성 기회 적극 보장"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흔히 말하는 ‘케미’(화합)가 잘 맞는 관계였다. 다른 쪽으로 화제를 바꾸기 어려울 정도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난 21일 소인수(少人數) 회담이 당초 예정 시간보다 2배 이상 길어진 까닭에 대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이같이 설명했다. 경제안보 협력의 상징인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방문을 시작으로 호감을 쌓은 양 정상은 2박 3일 만에 자유민주주의 가치 수호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반려견, 가족사, 정치 출마 과정 등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는 깊은 관계로 발전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예정된 90분을 넘어 109분 동안 용산 대통령실 청사 5층에서 소인수 정상회담·단독 환담·확대 정상회담을 이어 갔다. 윤 대통령은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바이든 대통령이 청사에 도착하자 현관에 나서서 직접 영접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곧바로 소인수 회담에 돌입했다. 소수 핵심 참모들이 배석하는 소인수 회담에는 한국에서는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에서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에드가드 케이건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동남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배석했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확장억제 전략 등 안보 이슈가 논의될 예정이었지만 오히려 두 정상의 사담이 길어지면서 30분으로 예정된 소인수 회담이 72분 만에 끝났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공감을 나누는 시간이었다”며 “윤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위기 속에서 출마를 결심한 계기를, 바이든 대통령도 어떻게 대선 출마를 결심하게 됐는지를 이야기하면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폭포수처럼 쏟아 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평소 신던 굽이 없는 편한 신발 대신, ‘특별한 날’을 강조한 김건희 여사의 조언을 듣고 2012년 결혼식 때 신었던 검정 구두를 신었다.
만찬 메뉴는 비빔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만찬 행사에 올라온 팔도 산채 비빔밥과 두부 완자탕. 대통령실 제공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구두를 보더니 “구두가 너무 깨끗하다. 나도 구두를 더 닦고 올 걸 그랬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구두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며 친근한 대화를 이어 간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오후 2시44분부터 통역만 대동한 채 티타임 형식의 단독 환담에 나섰다. 예정된 10분보다 15분 늘어난 25분 동안 환담이 이어졌다. 이후 오후 3시9분부터 21분까지 12분 동안 같은 층 접견실에서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관계자 등 양측에서 12명씩 배석한 확대 정상회담이 진행됐다. 당초 예정됐던 50분보다 시간이 대폭 줄었다.

회담 종료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는 여성가족부 폐지와 남녀평등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미 워싱턴포스트(WP) 기자는 윤 대통령에게 “내각 지명이 남성이 압도적이다. 직접 여가부를 폐지하자고 제안했다”며 “남녀평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윤 대통령은 잠시 머뭇거린 뒤 “지금 공직사회에서, 예를 들면 내각의 장관이라고 하면, 그 직전의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질 못했다”며 “그래서 이런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단독 환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회담 종료 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 건배사에서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를 인용하며 “‘인간의 영광이 어디서 시작하고 끝나는지 생각해 보라. 나의 영광은 훌륭한 친구들을 가진 데 있었다고 했다’”며 “양국은 서로의 훌륭한 친구”라고 다짐했다. 192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예이츠는 아일랜드의 대표 시인으로, 평소 아일랜드계 혈통을 강조해 온 바이든 대통령에게 맞춤한 건배사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개인적으로 알아 갈 기회를 가졌다는 것으로, 시작부터 많은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많이 알게 됐다”며 “얘기를 너무 많이 해서 너무 많은 정보를 서로에게 준 것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한·미연합사령부에서 주로 하는 건배사인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라는 말로 만찬 건배사를 마쳤다.

만찬에는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정재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 만찬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헤드 테이블에 앉은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가장 먼저 소개하며 “이번 대선에서 제가 이기는 데 큰 도움을 준 분”이라고 말했다.

이창훈·이현미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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