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오른 게 없다" 정점 멀었는데.. '인플레 악순환' 온다 [물가 고공행진]

김규성 2022. 5. 2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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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물가상승 압박 심화
정부 수급 안정화 방안 고심
車 개소세 인하 6개월 연장
식용유 원료 관세 면제 검토
장보기 겁나요 밥상·외식물가가 동반 상승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13년여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오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향후 빅스텝(금리를 한번에 0.5%p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단계는 아니다"라는 공개적 언급은 물가불안에 대한 당국의 우려를 대변한다. 국고채 금리 급등 등 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도 물가의 불확실성을 공개적으로 내놓은 것이어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8일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1.7%에서 4.2%로 대폭 상향 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KDI 전망치는 지난 4월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 4.0%, 아시아개발은행(ADB) 3.2%보다 높다. 물가상승 압력이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지고 있다. KDI는 국책연구기관이다. 사실상 정부 입장이다. KDI는 "물가가 올 4·4분기 정도부터 하락할 것"이라고 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에 육박하지만 5%대 이상의 고물가가 최소 5개월 이상 지속된다는 의미다.

■물가정점 먼데, 불확실성 확대

22일 정부와 산업계 등에 따르면 물가를 둘러싼 나라 안팎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영향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어서다. 유가뿐만 아니라 곡물 값이 치솟고 있다. 밀가루 가격이 급등했고, 식용유 가격에까지 영향이 미치고 있다. 원료 공급난으로 식용유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안 오른 게 없다"는 말이 가장 정확하다. 국제 곡물 값 상승, 사료비 인상, 삼겹살 가격 급등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고물가가 국내보다는 외부공급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입장이다. 정책방향도 수급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0일 경제차관회의에서 "밀·비료 (가격인상) 차액을 지원하고 식품·사료 원료 구매자금을 확대하는 등 추가적인 수급안정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가공식품, 생필품목에 재정을 투입한다. 국회에 제출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도 관련 예산이 배정됐다. 국내 밀가루 제분업체 대상으로 가격인상 최소화를 조건으로 가격인상 소요의 70%를 국고에서 한시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2월 대비 가격상승분 70%는 정부, 20%는 기업, 10%는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유류세 인하 폭도 30%로 낮춘다. 이달 말에는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을 포함, 민생안정 대책을 추가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 곡물 값 급등에다 원·달러 환율 불안으로 수입물가가 급등, 국내물가를 자극하자 할당관세도 물가대책 중 하나로 제시됐다. 정부는 식용유 원료공급난으로 전년 대비 40% 가까이 급등한 국내 식용유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식용유 원료인 해바라기씨유와 팜유 등에 할당관세를 적용, 사실상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할당관세는 산업경쟁력 강화, 물가안정, 세율불균형 해소 등을 위해 기본관세율 40%p 범위에서 관세율을 가감해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해바라기씨유 관세율은 5%, 팜유는 8%다.

■인플레 지속 땐 사안별 대응 한계

정부가 물가안정 카드를 내놓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이 문제다. 방 차관도 "원유를 포함한 석유류가 3월에 이어 4월에도 30%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방역완화에 따른 소비회복이 가세하면서 엄중한 물가여건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밀가루에서 식용유, 삼겹살 등으로 확산된 물가불안이 인플레 심리를 자극, 사재기 등이 현실화됐을 땐 물가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다. 추가 인상의 방아쇠는 기업들이 당길 가능성이 높다. 식품업계의 경우 지난해부터 시작된 원자재 값 상승을 반영해 대부분 제품 가격을 한번 올렸다. 하지만 원자재 값 추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1·4분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원가구조 개선, 마케팅비용 축소, 공급망 다변화로도 대응하기 힘들 때는 제품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 사안별로 대응해 온 정부 대책의 한계다.

일부 경제전문가는 유류세 인하처럼 세제 차원에서 정부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나서서 민간기업의 제품 가격을 억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만약 인플레가 장기화되고 악순환 조짐을 보이면 (경기부담으로 금리를 계속 올릴 수가 없어) 부가가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것도 고민해야 할 방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현행 부가가치세율은 10%로 1977년 이후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다. 세율조정은 1년 단위 한시라고 해도 세법 개정사항이어서 여야 합의를 거쳐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론적으론 부가세 인하가 제품 값 하락으로 이어지는 인플레 대책이 될 수 있지만 다시 올릴 때 부딪힐 조세저항 등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또 "세수감소, 재정건전성 등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사실상 선택카드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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