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에는 핵' 정상간 첫 명시.. 北에 강력 경고장 [뉴스분석]

이현미 2022. 5. 2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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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정상 확장억제력 강화 천명
미군 전략자산 적시 전개 등 합의
文정부 치적 '판문점 선언' 언급 안해
尹, 對中견제 전략 'IPEF' 참여 선언
美 주도 체제에 韓 적극 동참 의지 표명
尹·바이든, 오산 KAOC 찾아 격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의 항공우주작전본부(KAOC) 작전상황실을 찾은 가운데, 윤 대통령이 한·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한·미 장병의) 우정과 우의가 동맹의 힘”이라고 군 장병들을 격려했다. 오산=대통령실사진기자단
미국 정상은 두 번 모두 조 바이든 대통령이었지만 윤석열정부의 한·미 정상회담은 지난해 5월 문재인정부의 한·미 정상회담을 전면 개정하는 수준의 결과를 내놨다. 가장 크게 바뀐 대목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 방안이었다. 한·미 정상은 21일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 수단 중 하나로 ‘핵’을 명시했다. 양국은 정상회담 공동 성명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 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 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도발에 핵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선 확장억제의 수단으로 ‘미국이 가용한 모든 역량’이라고만 밝혔다.

확장억제 실행 방법도 구체화했다. 양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한·미 연합훈련 범위·규모 확대, 미군의 전략자산 적시 전개 등에 합의했다. EDSCG는 대북대화를 강조한 문재인정부에서 사실상 중단된 협의체다.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하고 전술핵 사용을 공언하는 상황에서 한·미는 유사시 미국의 핵 전력을 한반도나 그 주변에 배치하는 방안 등 구체적 ‘액션플랜’을 향후 논의를 거쳐 도출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4·27 남북 판문점 선언’과 ‘6·12 북·미 싱가포르 선언’은 이번 공동 성명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성명에는 이 두 선언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확인”했다고 명기됐다. 한·미 모두 문재인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이뤄진 두 선언을 계승할 의도가 없음을 시사한 지점이다.

동시에 양국 정상은 공동 성명에서 ‘한반도의 완전화 비핵화’를 강조하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는 점에서 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 없이는 북한이 원하는 제재 해제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이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돼 상승하고 있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한·미의 대중 견제 메시지도 1년 전보다 한층 강경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 계기에 미국이 대중 견제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양 정상이 군사·안보에 국한됐던 한·미동맹을 경제·가치 동맹으로 격상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을 선언한 것도 미국의 대중 견제 노선에 동참하는 의미가 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정상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IPEF 구성 논의) 초기에 들어가서 이른바 ‘룰 세팅’에 참여해 규칙이나 제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공동 성명은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구상을 연계하기 위해 협력한다”고 돼 있지만 이번엔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프레임워크를 수립한다는 윤 대통령의 구상에 지지를 표명했다”고 정리됐다. 윤석열정부가 적극적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꺼리는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지난해엔 “국내외에서 인권 및 법치를 증진할 의지를 공유했다”고 추상적으로 표현됐지만 이번엔 ‘인도태평양 지역의 인권 상황 우려’라고 대상을 구체화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밝은 표정으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중 패권 다툼과 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계기로 심화된 세계 경제의 블록화 경쟁에서 미국 주도 체제에 한국이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민주주의 진영은 어느 때보다 긴밀한 공조를 해야 한다”며 “민주주의 진영과 독재 진영 간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미·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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