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병사도 중대재해법 보호받아야" 육군 현역병, 헌법소원

박정훈 기자 2022. 5. 2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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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조선DB

육군 현역병이 “병사도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의 보호 대상이 되어야 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육군 한 사단에 근무하는 김모(25) 상병은 지난 6일 “현행 중대재해법 대상에서 병사가 제외돼 있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국선변호사를 통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안전, 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 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한 규정이다.

김씨가 문제 삼은 것은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 군 간부·군무원과 공무직 근로자 등은 포함되지만, 병사와 예비군 훈련 참가자는 제외된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문구는 최근 육군본부가 만들어 중대재해법 관련 홍보물에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육군 내 담당 부서로부터 “병사는 명확하게 종사자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고 이같은 내용이 국민의 기본권인 평등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현역병은 중대재해법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7호에 따르면, 종사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를 말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다. 하지만 현역병은 임금 등 대가를 위해 근로하는 것이 아닌, 병역의무를 다하기 위해 징집된 사람들이기에 중대재해법의 보호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김씨는 중대재해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현역병 역시 중대재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고, 다른 직업군에 비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도 볼 수 있다”며 “헌법은 ‘합리적 사유 없이 국민을 차별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데, 직업군인과 현역병이 동일한 위험에 노출된 만큼 합리적 차별 사유가 없다”고 했다. 이어 “현역병처럼 보호대상에서 제외된 여러 계층을 포괄할 수 있는 조항이 추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 15일 “‘중대재해법 입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권고를 인권위 이름으로 내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관련 진정이 들어온 것이 맞고,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조계에선 김씨가 낸 헌법소원이 인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다양한 계층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면서도 “국가와 현역병은 고용관계가 아니기에, 현역병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현역병에게도 중대재해법을 적용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 수는 있지만 전쟁 등 위험한 일에 군인을 투입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 군의 핵심 기능 이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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