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벤처계 "변리사도 특허소송 대리해야"
특허·상표·디자인 소송서
변리사도 공동대리권 부여
"일본·EU 등 세계적 흐름"
변협 "민사소송법 왜곡" 반발
지난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변리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2006년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된 이후 13년 만에 세 번째로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받게 된 것이다. 법사위는 25일 열릴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변리사법 개정안의 골자는 변리사에게도 특허 등과 관련된 민사소송에서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변리사법 제8조는 "변리사는 특허·실용신안·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특허법원에서 진행되는 심결 취소 소송에서만 변리사가 사건을 대리하고 있다. 대법원은 2012년 "변리사에게 허용되는 소송 대리 범위는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대한 심결 취소 소송으로 한정된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개정안은 이 변리사법 8조에 신규 항을 신설해 변리사도 특허 침해 소송에서 변호사가 같은 의뢰인으로부터 사건을 수임하고 있는 경우 공동으로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거에도 변리사에게 특허소송에 한해 공동 대리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있었다. 최근 들어 공동 소송 대리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은 지식재산권(IP)이 국가와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다.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과총)는 지난 10일 변리사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며 "세계는 특허를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산업재산권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전쟁터의 한가운데 서 있다"며 "국가가 합리적인 제도로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은 허공을 향해 부르짖는 메아리가 돼버리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많은 특허 소송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벤처기업들도 법안 통과를 요청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벤처기업이 가진 유일한 무기인 특허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특허침해소송에서도 변리사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은 "벤처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변리사에게 의뢰해 특허로 출원·등록했는데 특허 침해 소송이 걸리면 변호사에게 소송 대리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변리사법 개정안은 민사소송법 체계를 왜곡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미국에서는 특허변호사(Patent Attorney)만 특허 소송을 수행할 수 있으며, 변리사는 소송 수행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독일은 변리사가 불복 절차에서 당사자 신청이 있을 경우에만 구두로 의견 진술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영국은 아예 변리사제도를 폐지했으며 변호사 시험을 합격한 특허변호사와 상표변호사가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변리사회는 "영국 변리사회장이 2017년 영국 기업법원에서는 변리사가 홀로 소송 대리를 할 수 있으며, 기업법원이 고등법원보다 심리 기간이 짧아 변리사 수요가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변리사회에 따르면 일본과 중국, 유럽연합(EU), 영국에서는 모두 특허 침해 민사소송에서도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부여하고 있다. 일본은 변호사와 공동으로, 나머지는 단독 대리도 가능하다. EU는 특허 소송 수행 인가증을 획득한 유럽 특허변리사가 특허 소송을 대리할 수 있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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