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가로스의 가장 큰 특징 앙투카는 무엇일까요?
4대 그랜드슬램 중 유일한 클레이코트 대회인 롤랑가로스는 붉은 점토의 흙 위에서 경기를 하는 만큼 그라운드 스트로크의 진수를 맛볼 수 있으며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기에 이변이 많이 일어나는 대회이다.
롤랑가로스의 가장 큰 특징은 바운드 후 공 스피드가 느려져 한 포인트가 결정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 클레이 코트에서 풋워크는 다른 코트 표면과 달리 다리가 미끄러지면서 치는 경우도 많아서 수비 범위가 꽤 넓다. 한 포인트를 얻기 위해서 테니스에서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샷을 쳐야 할 정도로 체력이 요구된다.
클레이코트는 표면의 마찰력이 높아 공의 스피드를 감소시킨다. 이로 인해 강서버들이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서비스 리턴이 잔디나 하드코트에 비해서 쉽기 때문이다. 또한 탄력성이 높은 코트의 특성 때문에 무거운 톱스핀을 사용하는 베이스라인 플레이어들이 강세를 보인다.
롤랑가로스의 코트 표면이 붉은 흙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흙이 아니다. 롤랑가로스의 앙투카는 프랑스 북부 랑스 근교에서 만들어진 벽돌 가루이다. 롤랑가로스의 코트 표면은 총 5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제일 아래 돌을 넣어 배수시설을 설치하고 그 위에 최소 30cm 정도 높이로 부순 자갈을 쌓는다. 다음으로 클링커(석탄 잔류물, 석탄이 고열에 타고 남은 단단한 물질)를 7~8cm 정도로 덮고 그 위에 흰 석회석 조각을 6~7cm정도 얹는다. 마지막으로 얇게 빻은 빨간 벽돌 가루를 1~2mm 정도 뿌리면 클레이코트가 완성된다. 클레이코트 한 면을 만들기 위해 약 2톤의 벽돌이 사용된다. 5층까지의 깊이는 약 80㎝. 이 구조는 옛날부터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붉은 클레이는 프랑스 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 멀리 남미 지역에서도 아주 인기 있는 코트다. 약간의 비에도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프랑스어에서 맑은 날에도 사용할 수 있는 우산을 가르키는 앙투카(en-toutcas)가 일반 명사로 쓰이고 있다. 앙투카는 '모든 경우에(in any case)'라는 의미다. 비가 내린 뒤에도 약 한 시간 정도 지나면 경기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배수 성능이 뛰어나다.
클레이코트는 표면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주기적으로 롤링을 해줘야만 하고 수분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자주 물을 뿌려줘야만 한다.
클레이코트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프랑스지만 이를 개발한 인물은 영국인이다. 19세기말 프랑스 칸 지역의 잔디코트에서 레슨을 받던 영국인 윌리엄 렌쇼는 뜨거운 햇빛으로 인해 상해버리는 잔디를 안타깝게 여겼다. 렌쇼는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붉은 점토를 잔디 위에 얇게 뿌렸다. 이 점토는 프랑스 남부의 발로리에서 생산한 점토 냄비들의 불량품을 갈아낸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클레이코트의 시초다.
클레이코트는 붉은 앙투카 외에도 녹색의 그린클레이가 있다. 레드클레이는 유럽과 남미에서 주로 쓰이고 그린클레이는 미국에서 주로 쓰인다. 미국에서도 특히 동부 및 남부 지역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린클레이는 붉은 벽돌이 아닌 현무암을 갈아서 만든다. 그린클레이는 레드클레이보다 좀 더 단단하고 공의 스피드가 약간 빠르다. 그린클레이는 배수를 위해 약간 경사지게 만든다.
롤랑가로스 대회 기간 중 클레이코트는 경기가 없는 시간 동안 천을 덮어둔다. 매일 아침 이 천을 치우고 코트를 재정비한다. 경기 중에는 세트가 끝날 때마다 라인을 청소한다. 이때 스태프들은 라인 위의 흙을 빗자루로 털어낸다. 코트 라인을 빗자루로 쓸어내도 지워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특수 페인트로 라인을 긋기 때문이다. 코트를 정비한 뒤 가느다란 줄로 라인을 그릴 곳을 표시해 그 줄을 따라 흙을 파서 홈을 만든다. 여기에 흰색 특수 페인트를 채워 넣는 방식으로 라인을 긋는다.
4대 그랜드슬램을 모두 제패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롤랑가로스의 클레이, 윔블던의 잔디, 미국과 호주의 하드코트의 특성이 제각각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호주오픈은 87년까지, US오픈은 74년까지 잔디코트에서 경기를 했다. 즉 74년까지는 롤랑가로스를 제외한 다른 그랜드슬램 대회가 모두 천연잔디에서 열렸었다. 하지만 미국과 호주의 경기장이 민간 클럽의 소유여서 평소에는 회원들이 사용하다 보니까 잔디코트 관리가 늘 고민거리였다. 관리의 고민을 안고 있던 미국과 호주는 선수들의 요청에 편승해 하드코트로 변경하였다. 윔블던이 열리는 경기장도 민간클럽의 소유여서 대회가 열리는 2주를 위해 철저히 관리를 하고 있다.
호주오픈은 88년부터 지금의 장소에서 열리고 있지만 US오픈은 천연잔디에서 그린클레이로 변경을 하였다가 미국 선수들이 우승을 하지 못하자 78년부터 하드코트로 변경하였다. 즉, 윔블던과 롤랑가로스만이 코트 재질을 바꾸지 않고 전통을 지켜나가고 있다.
글= 김홍주 기자(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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