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퍼스트 무버' 승부수..미국서 전기차·UAM 판 키운다
연산 30만대 전기차 新공장
인근에 배터리셀 합작공장도 추진
국내도 2030년까지 21조 투자
자율주행·AI·항공모빌리티
50억弗 추가 투자도 단행
현대자동차그룹이 앨라배마 첫 완성차 공장 가동 이후 약 20년 만에 미국 공략 ‘시즌2’를 시작한다. 자동차산업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시기를 맞아 미국 조지아주에 그룹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한다. 전기차 전용 공장과 인근에 별도로 설립되는 배터리셀 공장까지 합치면 총 투자금액은 55억4000만달러(약 7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더해 현대차그룹은 22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로보틱스, 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을 위한 50억달러(약 6조3600억원) 추가 투자를 발표하며 미국 내 혁신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조지아에 연 30만 대 전기차 전용공장
현대차그룹은 지난 20일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 신공장 부지에서 투자협약식을 열고 전기차 전용공장 건설을 공식화했다. 협약식에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와 장재훈 현대차 사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북미 지역 사장 등 수뇌부가 참석했다.
현대차그룹의 조지아 전기차 전용 공장은 약 1200만㎡ 부지에 연산 30만 대 규모로 건설된다. 내년 1월 착공해 2025년 상반기 가동할 예정이다. 첫 번째로 생산하는 차종은 현대차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 7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룹 전기차 전용 공장인 만큼 기아의 전략 전기차종도 이 생산기지에서 함께 만들어질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공장뿐 아니라 배터리셀 합작공장도 인근에 함께 세운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보다 근본적인 현지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산업에 2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美 세 번째 공장으로 전기차 시장 공략
현대차그룹의 이번 투자는 전기차 시대에도 미국 시장에서 선도적 자동차 회사로 남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의 첫 내연기관 완성차 공장인 앨라배마 공장은 2005년 가동을 시작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자동차는 현대차그룹이 세계적인 신뢰를 구축하는 마중물이 됐다”고 설명했다. 2025년 조지아 전기차 공장이 생산을 시작하면 앨라배마 공장 이후 20년 만에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딘다.
현대차그룹이 현지 세 번째 생산기지를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구축하면 급속도로 확대되는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 내에선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스케일 업’ 경쟁을 본격적으로 벌이고 있다. 포드는 테네시에 56억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제너럴모터스(GM)도 미국 전역의 기존 내연기관 생산시설을 전기차 라인으로 바꾸는 중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50%를 친환경차로 채운다는 목표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미국 내에서 생산된 차량과 부품을 우대하는 ‘바이 아메리칸’ 정책도 강력히 펼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미국 현지에서 84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 323만 대의 약 26%다.
美 50억달러 깜짝 추가 투자
현대차그룹은 전통의 자동차 사업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 사업도 미국을 중심으로 본격화한다. UAM, AI,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혁신 산업의 본거지인 미국에 집중 투자해 단순 자동차 기업이 아닌 모빌리티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정의선 회장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서울 면담에서 50억달러 추가 투자를 발표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산물이다. 정 회장은 미래 현대차그룹의 사업구조를 자동차 50%, UAM 30%, 로보틱스 20%로 제시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미국에서 미래 사업을 위한 대형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현지 선두권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앱티브와 40억달러 규모의 합작사 모셔널을 보스턴에 설립했고, UAM 자회사인 슈퍼널 본사를 워싱턴DC에 뒀다. 9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도 미국의 대표 로봇공학 회사다. 혁신 기술 인프라와 인력이 집중돼 있는 미국이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 기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한신/김형규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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