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폭염·가뭄, 이상 기온 시달리는 미국.."올 여름 에너지 부족 위험 높아"

노정연 기자 2022. 5. 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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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링컨기념관에서 한 관람객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병을 머리에 대고 있다. 이날 워싱턴DC의 오후 최고 기온은 33도를 넘어섰다. AFP연합뉴스.


본격 여름철이 시작되기 전 미국 남부와 북동부 지역에서 기온이 40도 가까이 오르는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폭염이 일사병 등 건강 문제를 야기할 뿐 아니라 여름철 에너지 부족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현지매체들이 보도했다.

뉴욕타임즈(NYT)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남부 텍사스에서 북동부 필라델피아와 메사추세츠에 이르는 넓은 지역의 한낮 온도가 35~40도를 기록하며 이 시기 이전 최고 기록에 다다르거나 갱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뉴욕주의 이날 최고 기온은 32도로 이전 최고 기록인 1941년의 33도에 근접했다. 텍사스 오스틴의 일부 지역 기온은 38도까지 치솟았으며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와 필라델피아의 기온은 35도까지 올랐다. 이번주 일요일 메사추세츠주 우스터의 예상 최고 기온은 36도로 2010년에 기록된 월간 기록 34도를 넘어설 것으로 국립기상청은 예측했다.

NTY는 미국에서 통상 여름의 시작으로 여기는 메모리얼데이(현충일)가 일주일이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의 기온이 예년 평균 기온보다 20도 이상 치솟을 것으로 우려했다. 예컨데 예년의 메모리얼데이 전 보스톤 지역의 주말 평균 기온은 15도 안팎이었으나 이번 주말에는 35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갑작스런 폭염에 해당 지역 3800만명에게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뜨겁고 습한 날씨에 이날 아침 뉴욕시 브루클린 하프 마라톤에 참가한 32세 남성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NYT는 “남서부에서 시작해 미국 동부의 3분의1을 휩쓸고 있는 뜨거운 열기로 인해 이번 주말 동안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32도 이상의 고온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미 가뭄이 시작된 뉴멕시코주에서는 산불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대형 산불이 발생하며 콜로라도와 애리조나, 유타 지역의 대피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때이른 고온 현상은 올 여름 전력 부족 사태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전력신뢰도위원회(NERC)는 지난 18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평균 이상의 기온과 가뭄 상태가 높은 에너지 수요를 발생시킬 것”이라며 “올 여름 미국의 여러 지역에서 에너지 부족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폭염에 따른 미국의 정전 사태 가능성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3일 텍사스주에서 기록적 폭염으로 냉방용 전력 사용이 급증한데 따른 과부하로 인해 2900㎿(메가와트) 발전소 6곳이 가동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 일부 지역은 올 여름 전력 부족 문제를 우려해 노후 화력발전소들의 연장 가동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19일(현지시간) 인도 펀자브 주 칸나에 있는 철도역에서 한 노동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상 고온 현상은 미국만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인도와 파키스탄도 연일 펄펄 끓는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9일 외신에 따르면 인도 북부 대도시 델리는 15, 16일 이틀간 최고기온 49도를 기록하며 종전 최고였던 45.6도(1941년 4월 29일)를 넘어섰다. 파키스탄 역시 같은 날 신드주 자코바다드 지역의 기온이 51도까지 올라갔다. 영국 기상청은 두 나라에 2010년 4~5월과 같은 폭염이 찾아올 가능성이 기존에는 312년에 한 번꼴이었지만, 최근 겪는 이상고온 탓에 그 확률이 3.1년마다 한 번 꼴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상 고온 현상은 일사병 등을 야기해 심각한 건강상의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노인 등 취약계층은 강렬한 더위에 짧은 시간만 노출돼도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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