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정우성에 '사냥' 당한 영화도시 칸 [2022 칸영화제]
이정재·정우성에 뜨거운 열기
안기부 중심의 권력관계 짚어
1980년대 일그러진 초상 다뤄
"이념에 이용당한 삶 그려내"
이정재 "칸서 헌트 상영 영광"
정우성 "친구 덕에 스타 대접"
3분간 관객 기립박수 받기도
지금 프랑스 남부도시 칸에서 개최 중인 칸영화제는 '월드스타 이정재'의 감독 데뷔 소식으로 뜨겁다.
영화 '헌트'의 세계 첫 프리미어 상영을 마치고, 21일(현지시간) 한국 기자들과 만난 이정재는 "제가 정우성 친구여서 욕심이 생겼다. 그가 기존에 잘 하지 않던 표현이나 행동을 일부러 집어넣고, 회의할 때도 정도 정우성이 제일 멋있어야 한다고 했다"며 웃었다.
'헌트'는 이정재가 정우성과 함께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주연을 맡은 1980년대 첩보물이다. 스트라이프 넥타이, 2대8 가르마, 감색 정장을 입은 두 사람은 '동림'이란 이름의 남파 간첩 보스가 숨어들었다는 첩보를 접한다. 안기부 1팀장 박평호(이정재)와 안기부 2팀장 김정도(정우성)는 서로 간첩이라고 의심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난 네가 반드시 동림이라고 생각해." 김정도의 대사는 박평도를 옭죄고, 박평호도 그런 김정도에게서 물러설 리 없다.
'헌트'의 최대 매력은 스파이 첩보물에서 주로 보이는 '색출하는 악인 대 색출 당하는 선인' 사이의 이분법 구도를 전복시킨다는 점이다. 군부독재를 살아온 우리에게 권력이란 늘 약자를 깔아뭉개는 시선을 유지했다. '헌트'는 사소한 의심 한 방울이 권력자들 내부에 균열을 일으키고, 결국 무너지는 걸 지켜본다. 의심하기 시작한 두 권력자들, 과연 누가 보스 '동림'일까.
이정재는 원제가 '남산'이었던 이 영화의 판권을 어렵사리 사들여 연출에 나섰다. "박평호와 김정도는 이데올로기에 이용당하고, 그래서 대립한다. 우리는 상대방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분쟁하지만, 실은 그건 누군가가 선동하고 만드는 것이란 점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이정재는 털어놨다.
이날 함께 기자들과 만난 정우성은 '헌트'에 대한 관심에 대해 "친구를 잘 둬서 이곳에서 월드스타 대접을 받는다. 제가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사람이라 그냥 믿고 연기했다"며 "상대역인 이정재와 대화한 현장보다 하지 않은 현장이 더 많았다. 박평호와 김정도의 대립하는 면모를 연기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털어놨다.
정우성은 2008년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칸영화제 레드 카펫을 처음 밟아 올해가 14년 만이다. 이정재는 2010년 영화 '하녀'로 칸영화제를 찾은 바 있다.
'헌트'는 3000석 규모 뤼미에르 대극장 상영 직후 3분간 관객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정재는 "박수를 이렇게 길게 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오래 기립 박수를 받기는 처음"이라며 "칸영화제에서 '헌트' 첫 상영을 하는 게 작은 꿈이었다. 너무 감사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이정재는 "사람들은 제가 큰 스텝을 밟아서 '점프'를 했다고 믿지만, 저는 그저 매일 '점'을 찍었을 뿐이다. 헌트 연출도 마찬가지였다"며 감격과 고민의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영화 '헌트'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선뜻 공개되지 못했던 한국영화 대작이 모습을 드러낸 첫 신호탄이란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영화 상영 직후 외신에서 언급한 '헌트'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액션으로 가득 차 있고, 유려하다'(미국 버라이어티), '역동적이고 강인한 정밀도를 가진 압도적 액션과 웅장한 피날레'(미국 스크린데일리) 등 호평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내용이 너무 복잡하다는 단점도 외신들은 지적했다. '헌트'는 올해 8월 개봉한다.
[칸 =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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