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활 시위, 연인 심장을 겨누다

이한나 2022. 5. 2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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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소마미술관 기획전
스포츠와 예술 공통점 조명
영상·회화·설치 35점 출품
`rest energy`(1980). [사진 제공 = MoMA]
#여자가 활을 잡으면서 몸의 무게를 싣고, 남자는 여자의 심장을 향해 화살촉을 겨눠 둘 중 하나라도 균형을 놓치면 화살이 쏘아질 태세다. 마이크를 통해 들려오는 둘의 심장소리는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화살을 겨눈 남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손과 팔이 심하게 흔들린다. 위험천만한 순간에 도달한 듯 마지막에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면서 4분10초 영상이 끝난다.

이 작품은 세계적인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76)가 당시 남자친구였던 울레이와 함께 벌인 퍼포먼스 '레스트 에너지'(1980)다. 파격적 전위예술로 유명한 작가도 이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고 2010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 개인전 당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아브라모비치가 이 작품을 출품한 전시가 서울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 2관에서 열리고 있는 '몸 ∞ 맘, 몸과 맘의 뫼비우스'전이다. 파리올림픽의 핸드오버 세리머니를 담당한 안무가 사덱 와프 등 국내외 작가 17팀이 영상, 회화, 설치 등 35여 점을 출품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스포츠와 아트를 결합한 주제를 통해 새로운 예술 장르 확장을 모색해보기 위해 기획공모로 전시기획자를 발굴 육성하는 기회를 처음 마련해 독립큐레이터 김승민을 발탁했다. 전시 제목은 '몸과 마음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대로 연결된다'는 뜻으로 예술 작품을 통해 '몸(육체)'과 '마음(정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도전하는 스포츠와 예술의 문화적·역사적 관계성을 풀어간다.

전시는 올림픽이 유래한 그리스 시대 조각 미론의 '원반 던지는 사람'(기원전 450년 전후) 이미지로 시작된다. 빛의 디자이너 모리츠 발데마이어는 '검의 길'이라는 관객 참여형 작업으로 무예의 예술성을 보여준다. 파울라 가르시아는 자석화된 갑옷을 입고 참여자들이 던지는 무거운 못을 견뎌내는 등 인체의 한계에 도전하는 영상을 남겼다. 전시는 8월 7일까지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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