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에서 자란 싱글맘의 아들', 호주 새 총리 앤서니 알바니즈

박은하 기자 2022. 5. 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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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앤서니 알바니즈 노동당 대표가 지난 22일 시드니 지역에서 반려견과 함께 지지자를 만나고 있다./AFP연합뉴스


“캠퍼다운의 공공주택에서 자란, 장애 연금을 수급하는 싱글맘의 아들이 오늘 밤 호주 총리로 여러분 앞에 설 수 있다는 것은 위대한 나라에 대한 많은 것들을 말해준다.”

총선 승리로 차기 총리가 될 앤서니 알바니즈 노동당 대표(59)는 21일(현지시간) 총선 승리를 확정한 뒤 자신은 ‘공공주택에서 자란 싱글맘의 아들’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호주 정치계에서 무상의료 시스템 옹호자, 성소수자 커뮤니티 옹호자, 공화주의자, 열렬한 럭비팬으로 통한다.

알바니즈 대표는 1963년 시드니 교외 지역인 캠퍼다운에서 태어났다. 아일랜드계 호주인인 그의 어머니는 유럽여행 도중 기혼자였던 아버지를 만나 아들을 임신했다. 보수적인 1960년대 노동자 계층에서 아들이 사생아로 낙인찍히지 않도록 생부가 사망했다고 알려줬지만 아들이 14세일 때 진실을 털어놓았다. 이 무렵 어머니는 실명해 장애 연금 수급자가 됐다. 알바니즈 대표는 2009년 이탈리아에서 아버지와 이복형제들을 만났다. 호주에서 영국계(앵글로-켈트)가 아닌 총리가 배출된 것은 처음이다.

알바니즈 대표는 12세때 공공주택 세입자들이 주의회를 상대로 벌인 임대료 인상 반대 운동에 참석한 것을 자신의 첫 정치적 경험으로 들었다. 당시 공공주택 세입자들은 주의회가 추진하던 임대료 인상과 더 많은 임대료 수익을 얻기 위한 민간분양을 저지했다. 그는 지난 1월 호주기자클럽과의 간담회에서 이 경험을 언급하며 “정부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시드니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학창 시절 노동당 평당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33세 때인 1996년 뉴사우스웨일스주 그레인들러 지역구에서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정치인의 길을 시작했다. 2001년부터 예비내각에 참여했고, 2007년 케빈 러드 총리 시절 인프라 및 교통부 장관이 됐다. 2013년 당 부대표 및 연방 부총리에 취임했지만 노동당이 총선에서 패하면서 10주 만에 물러났다. 2019년 당대표가 됐다.

알바니즈 대표는 노동당 내에서도 좌파로 분류됐지만 당 대표 취임 후에는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며 보수적 유권자를 설득하는데 공을 들였다. 탈석탄 등 급진적 기후정책에서 한 발 물러섰으며 중국에 대해서도 전보다는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한때는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보트 난민들을 송환시키는 정책에도 지지를 표했다. 그러면서도 노인돌봄에 대한 막대한 지출을 약속하고, 보육료 절감, 제조업 육성 등 노동당이 내세웠던 전통적 공약에 충실했다. 정책 결정 시 원주민과 섬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원주민의 목소리’라는 자문기구를 헌법에 명문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스콧 모리슨 총리가 불도저라면 나는 건축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BBC는 알바니즈 대표의 이런 행보를 두고 “2013년부터 집권하고 있는 자유·국민연합을 몰아내기 위해 안전한 변화를 약속했다”고 평했다. 더타임스는 “알바니즈가 총리 취임 후 원주민의 권리를 향상시키고 입헌군주국인 호주를 공화국으로 바꾸는 개헌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교통사고를 당해 크게 다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총선에 대비해 18kg을 감량하고 안경을 바꾸는 등 이미지에도 공을 들였다. 호주인들은 그를 ‘알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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