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안보동맹서 경제·가치 동맹 확장..다 얻은 바이든, 한국 성과는 모호[뉴스분석]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입력 2022. 5. 22. 17:04 수정 2022. 5. 2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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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략적 모호성 내려놓은 윤석열 정부
한·중관계 관리는 ‘무거운 과제’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열린 소인수 정상회담에서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11일 만에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공동성명은 한·미동맹이 군사·안보적 협력뿐 아니라 첨단기술·공급망 등 경제 분야, 그리고 부패 척결·인권 증진 등 가치 규범의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가 첫 발을 내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공동성명은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한·미 정상회담 결과보다 훨씬 선명하게 미국 쪽으로 다가선 결과물이다. 또한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깊이 참여해 대중국 견제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문서로 확인한 것이다. 한·미동맹을 강화해 대외정책의 중심에 놓으려는 윤석열 정부의 구상은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이 같은 정책은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향후 대중국 외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보다 정교한 전략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중국’이라는 명칭이 적시되지 않았지만, ‘민주주의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 촉진, 부패 척결 및 인권 증진이 양국 공동의 가치’라고 선언한 것처럼 모든 내용에서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중국에게 배타적인 내용이 모두 포함됐다. 한국은 대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와 한·미 경제안보대화 출범을 공식화하고 “공동의 민주주의 원칙과 보편적 가치에 맞게 기술을 개발, 사용, 발전시킬 것을 약속”했다. 또 “선진기술의 사용이 우리의 국가안보와 경제안보를 침해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기술 관련 해외 투자심사 및 수출통제 당국 간 협력을 제고하기로 합의”해 첨단기술과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구상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미·일 협력의 범위도 중국으로 확대됐다. 성명은 “공동 안보와 번영을 수호하며, 공동의 가치를 지지하고,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북한의 위협 등 안보 문제를 주로 다루던 한·미·일 협력이 중국 견제의 매커니즘으로 확대·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글로벌 협력 분야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공동대응을 강조하면서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자유주의질서’를 파괴하려는 세력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우크라이나 대응과 협력을 중국 견제에 활용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성명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공동성명에 포함됐던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존중’의 내용이 빠지고 확장억제 강화, 한·미 연합훈련 확대, 전략자산 전개 등을 명시했다. 대화 모색보다 강경 대응에 방점을 찍음으로써 한반도 정세는 당분간 긴장 고조의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번 바이든 대통령 방한과 정상회담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모든 것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한국의 성과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한·미동맹이 모든 분야의 협력으로 확대돼 포괄적 동맹이 됐다는 점을 성과로 꼽고 있으나 이는 미국이 한국에 내준 것은 아니며, 그로 인한 반작용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과라고 보기 어렵다. 전략자산 전개·연합훈련 확대·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등은 원래 있었던 것이므로 새로운 것이 아니며 한·미 통화스와프도 추후 협의하기로 미뤘다.

대미 외교에 밝은 외교소식통은 “공동성명 자체가 미국의 초안에 한국이 넣고자 하는 용어를 한두개 끼워넣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반적으로 미국의 의지가 관철된 것으로 평가했다. 한·미동맹 강화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대가일 뿐 아니라 너무 이른 시기에 정상회담이 이뤄져 충분한 준비를 할 여유가 없었다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의 전략적 모호성을 벗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당초 구상하고 계획한 것이어서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문제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이에 공세적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에게 ‘무거운 과제’로 남게 됐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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