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에는 핵' 맞대응 명시..재래식무기·MD까지 3중 방어 가동

강동효 기자 입력 2022. 5. 22. 16:32 수정 2022. 5. 22.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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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한반도 안보동맹·대북공조 강화
북핵 위협에 핵미사일 카드 시사..확장억제 극대화
유사시 美 핵항모·폭격기 등 전략자산도 적극 활용
北 거센 반발 불보듯.."국지도발 대비태세 강화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한미 정상이 북핵 위협의 현실화에 맞춰 핵우산과 재래식무기 대응, 미사일방어능력(MD) 고도화 등 3대 방어 역량을 가동하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은 높아지는데 우리 군의 핵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우려에 따라 핵우산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또 한미연합 훈련을 확대하고 미군의 전략자산 배치를 시의적절하게 전개해 북한의 상시 도발 행위에도 대응하기로 했다.

◇북 도발 대비해 ‘3종 세트’ 가동···‘핵에는 핵’ 맞대응도=한미 정상의 공동선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북한의 확장 억제 수단 중 하나로 핵 대응을 못 박은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핵 무력을 선제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한미 정상이 ‘핵에는 핵’이라는 대응 방식을 천명했다는 평가다. 또 북한의 7차 핵실험 위협이 현실화하는 데 비해 미국의 핵우산 약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불식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국방부 장관이 매년 주관하는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는 이와 유사한 표현이 담겼지만 한미 정상이 이를 명문화한 것은 처음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올 들어 16차례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면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기술까지 고도화해 놓았다”며 “북한이 핵 탑재 미사일을 사용하려고 할 경우 한미가 맞대응으로 핵미사일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대북 확장 억제력을 실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MD와 재래식무기도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상시 가동하기로 했다. 우리 군은 고도 40~150㎞를 방어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15~40㎞를 맡는 패트리엇 등으로 북한의 미사일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의 이 같은 미사일 방어 체제는 미군의 정밀한 위성정보와 결합할 때 파괴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의 협력을 대폭 강화겠다는 것이 한미 정상의 의중이다.

문 센터장은 “MD는 문재인 정부 시절 중국의 반대로 사드, 한미일 군사동맹과 함께 이른바 ‘3불(不)’에 포함됐었다”며 “미사일 방어망을 정교하게 가동하려면 결국 미국의 정찰 정보력을 반영해야 하며 한미 간 상호 운용 체계로 발전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평가했다.

◇연합훈련 강화에 핵 항모·폭격기도 투입=한미 정상은 이와 함께 “북한의 진화하는 위협에 대비해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의 연합연습 및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당시 한미연합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한 ‘지휘소훈련(CCPT)’이었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군 안팎의 대체적 평가였다.

안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이 북한의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 역량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한미 정상이 이를 정상화하기로 한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의 실질적 위협에도 한미연합훈련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만 이뤄졌다”며 “안보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한미연합훈련을 정상화하고 대북 대응력을 높이자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상은 또 “북한의 안정에 반하는 행위에 직면해 필요시 미군의 전략자산을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전개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연합훈련 기간 또는 북한의 심각한 위협 징후가 포착될 때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이나 B-52H, B-1B, B-2 등 장거리 폭격기의 투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7함대 소속의 핵 항모 에이브러햄링컨함은 지난달 동해 공해상으로 진입해 일본 자위대와 훈련하기도 했다. 유사시 링컨함 등이 한반도에 투입될 수 있다는 점을 한미 정상이 재확인한 것이다.

또 미국 괌 기지 등에 배치한 장거리 폭격기의 한국 내 미군 기지 배치 등도 이뤄질 수 있다. 이와 함께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며 북한의 위협에 상시 대응하기로 했다. 남 교수는 “한미 정상이 북한에 대한 확장 억제를 위해 핵 항모, 폭격기 등 미군의 전략자산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강한 반발 예상···“한반도 불안정성 높아져”=북한의 위협을 대비해 우리 안보를 강화한 방안이지만 북한이 이에 거세게 반발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평가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국지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센터장은 “북한의 반발과 충돌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이 핵실험까지 하는 마당에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며 “북한이 도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없다는 점도 확실히 각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역시 “북한의 코로나 확산 추세 등으로 도발 수위를 조절할 수 있지만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도발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며 “당분간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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