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엄정화 탓? 자격지심 이정은 때문? 의리란 무엇인가('우리들의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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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친한 친구라 여겼던 관계가 어쩌다 한 순간에 금이 가기 시작했을까.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가 그리고 있는 은희(이정은)와 미란(엄정화)의 이야기는 학창시절부터 찐친이었던 그들의 우정에 드리워진 먹구름을 그렸다. 우리들의>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은희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미란의 삶 전체가 부정되는 것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은희와 미란 사이에 생긴 감정의 골은 너무 좋았던 우정의 순간들 때문에 때론 안 좋았던 감정들마저 그저 덮어놓고 지내오며 생겨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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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정덕현] 세상 친한 친구라 여겼던 관계가 어쩌다 한 순간에 금이 가기 시작했을까.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그리고 있는 은희(이정은)와 미란(엄정화)의 이야기는 학창시절부터 찐친이었던 그들의 우정에 드리워진 먹구름을 그렸다.
한 순간에 갑자기 둘 사이에 균열이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은희는 꽤 오래 전부터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앙금이 있었다. 그건 살아온 배경의 차이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버스비가 없어 걸어가는 은희를 친구들이 놀렸을 때 자기 집 차에 태워줬던 미란이었다. 점심 도시락 싸올 여유가 없는 은희에게 도시락을 챙겨줬던 미란이었다. 나아가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그만두게 하려던 부모의 마음을 되돌려 놓은 것도 미란의 도움 덕분이었다.
그러니 은희에게 미란은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친구이고 그래서 만나면 여전히 학창시절 때처럼 "의리!"를 외치지만 여전히 무수리 취급하듯 무시하며 별 생각 없이 아픈 말을 툭툭 꺼내놓는 미란에게 감정이 없을 수 없다. 물론 그건 미란의 진심이 아니다. 이미 부자지만 여전히 돈돈 하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은희에게 잠시라도 숨통을 틔우고 살아가라고 했던 말들이 은희에게는 그렇게 들렸을 뿐이다.
오해는 불신을 낳고 불신은 결국 갈등을 폭발시켰다. 동창 모임에서 명보(김광규)가 의부증을 가진 아내 인정(조아라)에게 맞고 산다며 상처들을 보여주자 미란이 위로를 했고, 마침 그 장면은 본 인정이 미란과 머리채를 잡고 드잡이를 하게 된 것. 그런데 싸움을 말리러 온 은희가 인정이 아닌 미란을 말리자 미란은 감정이 폭발하며 은희의 뺨을 때렸다. 그 장면은 은희가 부지불식간에 미란에 대해 불신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것이면서, 그걸 미란이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집에서 마주한 은희와 미란은 주먹만 안 들었지 살벌한 감정 대립을 보였다.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꺼내놓지 않았던 은희의 속내를 알게 된 미란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은희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미란의 삶 전체가 부정되는 것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니가 날 나쁜, 이기적인, 이중인격자라고 하면 난 정말 그런 거니까."
은희는 그런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애써 감정을 추스르며 이를 덮어두자고 한다. 하지만 미란은 멈추지 않는다. 자신이 이중인격이면 은희는 다중인격이라며 "싫어도 좋은 척" 했던 걸 집어냈다. 그리고 은희의 집을 떠났다. 과연 이들은 다시 재회해 오해를 풀고 우정을 회복할 수 있을까.
은희와 미란 사이에 생긴 감정의 골은 너무 좋았던 우정의 순간들 때문에 때론 안 좋았던 감정들마저 그저 덮어놓고 지내오며 생겨난 것이었다. 악착같이 생선 대가리 잘라 돈을 많이 벌었지만 여전히 과거 그대로 공주와 무수리 같은 관계는 애써 우정을 지키려는 은희의 자격지심을 건드는 것이기도 했다. 또 아무 생각 없이 그 때처럼 하는 미란의 말과 행동은 은희에게는 이기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이제 시간이 흘러 나이 들었고 저마다 참 많은 일을 겪지만, 친구들은 만나면 여전히 그 때로 되돌아간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그 때처럼 툭툭 던지는 말과 행동들이 이제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결국 은희와 미란이 우정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은 이렇게 묻어뒀던 것들을 꺼내 풀어내고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일이다. 다행스러운 건 예고편에 살짝 등장했듯이 은희가 미란이 운영하는 마사지 샵을 찾아오는 대목이다. 부항 자국 가득한 등짝에 담긴 은희의 고된 삶을 미란은 마사지하듯 잘 풀어내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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