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봉 장편소설 '아이들의 땅', 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김은형 2022. 5. 2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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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은 7월14일..수상작 7월 중순 단행본 출간
심사위원단 "공간과 사람에 대한 묘사 돋보여"
장편소설 <아이들의 땅>으로 제27회 한겨레문학상에 당선된 강성봉 작가.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강성봉(43)의 장편소설 <아이들의 땅>이 3천만원 고료 제27회 한겨레문학상에 당선됐다.

소설가 윤성희·조해진·편혜영·한창훈, 문학평론가 서영인·소영현·양경언·오해진 등 심사위원들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출판 회의실에서 심사를 열고 이렇게 결정했다. 심사위원들은 <아이들의 땅>에 대해 “안정적인 서사구조가 돋보인다”며 “사람과 장소의 내력을 살뜰히 아우르는 작가의 넓고 깊은 사유가 미더웠다”고 선정 사유를 설명했다.

수상자 강성봉은 17일 <한겨레>와 만나 “어린 시절에 탄광 근처에서 살았고 군대에서 제대한 뒤에도 4~5년간 카지노 근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다”며 “탄광 위에 카지노를 올려 지은 게 상징적으로 느껴졌다. 국가를 성장시킨 기반 산업 위에 도박이나 투기 자본 같은 게 올라가 있는 모양새인데, 그 두 세계를 가르는 땅이 무너져 내려앉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뜬금없는 상상에서 이 작품이 비롯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현직 출판 편집자다.

지난 3월31일 마감한 제27회 한겨레문학상에는 모두 171편이 응모되었다. 시상식은 오는 7월14일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릴 예정이며, 수상작은 7월 중순에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공간과 사람에 대한 묘사, 안정적 서사구조 돋보여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심사평]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심사위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수동 한겨레출판 회의실에서 본선에 오른 작품을 심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최근 응모작들의 두드러진 특징들 중 하나는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소재로 취한다는 점이다. 특히 1980~90년대 문화사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그렇다면 관건은 당대의 전형성을 드러내면서도 그에 희석되지 않는 고유성을 지닌 인물, 과거에 대한 현재의 새로운 해석과 질문이다. 이를 고민하지 않으면 소설은 그저 잘 알려진 역사적 사건들을 나열하고, 그에 대해 사회적으로 이미 합의된 견해를 반복한다.
또 다른 특징은 에스에프(SF)적 상상력의 득세다. 이전까지 에스에프적 설정이 주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결부됐다면, 올해에는 세계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 선택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야심차게 설계된 에스에프 세계의 질서가 독자를 설득하기에는 너무 성기기도 했다.
심사 과정 내내, ‘요즘 장편소설은 누가 읽고 쓰는가’라는 질문과 맞닥뜨렸다. 많은 응모작이 동시대 작품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 ‘장편소설’이라는 장르 자체가 노후화되고 있다는 걱정 속에서 총 여덟편을 본심에 올렸다. <보트> <오랜 순간에 우리> <더 키스 오브 판문점> <인력개발행 급행열차> <아이들의 땅> <최씨네 종말 탈출기> <한국 아파트의 대선> <클럽 하이킨>. 주로 논의된 것은 다음 네편이다.
<클럽 하이킨>은 장편소설에 걸맞은 서사적 리듬을 보여줬고, 지식조합형 소설을 연상케 하는 초반의 설정이 흥미로웠다. 그러나 ‘낭만’에 대한 과감한 해석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 이 작품은 결국 2000년대 초의 정치적 열정을 불철저하게 낭만화하는 후일담으로 읽혔다.
<더 키스 오브 판문점>의 장점은 근로정신대 경험부터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까지 망라하는 ‘할머니’ 서사의 응집성이다. 하지만 능란한 지역어 구사를 통해 공들여 서술된 할머니 이야기에 비해, ‘엄마’와 ‘손녀’의 서사는 평면적이다. 할머니의 자전적 기록을 손녀가 전하는 구성도 역사를 현재화하는 방법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결과라기에는 너무 단조로웠다.
<보트>는 ‘세월호’를 연상케 하는 배의 해체, 그 작업을 맡은 노년 남성 ‘라한’과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관계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혼자 사는 노년 남성과 외국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통념이 스캔들로 비화되는 과정의 묘사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신율’이 배에 집착하는 이유와 신율의 죽음은 설득력이 낮았다. 무엇보다, 라한이 베트남전에서 행한 자신의 가해 경험을 성찰하는 방식은 의미심장하면서도 문제적이다. 작가의 논쟁적인 문제의식이 더 날카롭게 벼려지기를 기대해본다.
<아이들의 땅>은 안정적인 서사 구조가 돋보인다. 탄광촌이었다가 카지노 마을이 된 도시 ‘지음’에 대한 묘사가 핍진하고, 어린이를 서술자로 설정한 점도 매력적이다. 카지노가 아니라 전당포에 초점을 맞춰, 수많은 노름꾼의 희로애락과 마을의 흥망성쇠에 대한 서술력을 확보한 점도 탁월하다. 다만, ‘랜드’의 붕괴가 ‘아이들이 희망이자 미래’라는 당위적 결론으로 수렴되는 것은 아쉽다. 그럼에도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데 뜻을 모았다. 사람과 장소의 내력을 살뜰히 아우르는 작가의 넓고 깊은 사유가 미더웠기 때문이다. 당선자와 응모자들 모두에게 응원의 악수를 건네고 싶다.
심사위원 서영인 소영현 양경언 오혜진 윤성희 조해진 편혜영 한창훈(대표 집필 오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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