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만나러 2천km 비행..재두루미 부부의 사랑
[앵커]
21일은 부부의 날인데요. 강원도 철원의 두루미 쉼터에는 다친 곳을 치료받다 부부의 연을 맺은 재두루미 한 쌍이 있습니다.
수컷이 날개를 다친 암컷을 두고 이역만리에서 다시 돌아오는가 하면 최근에는 1년 넘게 곁을 지키며 알까지 낳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상현 기자가 직접 만나봤습니다.
[기자]
커다란 새 두 마리가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재두루미 부부, 철원이와 사랑이입니다.
암컷 사랑이는 지난 2005년 날개를 다친 뒤 치료를 받으며 이곳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2018년 다리에 동상을 입은 수컷 철원이가 구조됐고 재활을 하던 중 두 마리는 부부의 연을 맺었습니다,
2년 뒤 자연으로 돌려보내려 했는데 날개를 다친 사랑이는 날지 못했고 철원이 혼자 홀연히 떠나버렸습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부부의 연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5개월 뒤 철원이는 아내를 만나기 위해 이곳으로 돌아왔습니다.
등에 부착한 위치추적 장치를 확인해 보니 러시아와 중국을 거쳐 2천km 거리를 날아왔습니다.
<이상현 기자 / idealtype@yna.co.kr> "겨울 철새인 두루미는 늦어도 3월이 되면 북쪽 지역으로 이동하는데 수컷 철원이는 날개가 다친 암컷 사랑이 곁을 1년 넘게 지키고 있습니다."
하늘도 부부의 사랑에 감동했는지 지난 9일 두 개의 알을 낳았습니다.
지난 2019년에도 한 차례 알을 낳았었는데 안타깝게도 부화에는 실패했습니다.
만약 다음 달 새끼가 태어난다면 크게 다쳤던 재두루미가 자연부화에 성공한 첫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수호 /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 사무국장> "다친 애들끼리 산란까지 했고 예전에 포란까지 같이 진행을 했었고 이번에 다시 또 산란했다는 자체만 해도 굉장한 일이죠."
진한 감동을 주는 재두루미 부부의 애틋한 사랑이 2세 탄생으로 아름답게 결실을 맺길 바라봅니다.
연합뉴스TV 이상현입니다. idealtype@yna.co.kr
#부부의날 #재두루미 #사랑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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