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트리마제'로 전락?..절반 지은 둔촌주공, 이대로 무산되나

배규민 기자, 유엄식 기자 2022. 5. 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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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둔촌주공 사태 부른 욕심과 방심(下)

[편집자주] '둔춘주공' 재건축이 최악의 상황에 몰렸다. 조합과 시공사가 잠깐 기싸움 벌이다 적당히 합의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공사는 한달 이상 중단됐고 시공사는 현장 철수에 들어갔다. 최악의 경우에 공정률 50% 넘긴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고 6000명의 조합원들은 길바닥으로 내몰리게 된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불리는 1만2000가구의 재건축 공사가 이 지경까지 간 배경은 무엇이고 해결책은 없을까.

"3550만원에 분양했다면..." 둔촌주공 사태 부른 분양가 통제
③분양가 통제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27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현장에 유치권 행사 현수막이 내걸린 채 공사가 중단돼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공사비 증액문제를 두고 조합과 시공사업단 갈등이 격화되면서 지난 15일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 행사에 들어갔고 이에 맞서 조합은 계약 해지를 예고하고 있다. 2022.4.27/뉴스1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태를 촉발시킨 원인 중에는 정부의 '분양가 통제'가 있다. 정부가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면서 수익성과 추가 분담금에 대한 부담이 커진 조합이 분양 시기를 늦추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공사비도 증폭됐다. 2020년 맺은 시공사와 새롭게 맺은 공사비 인상 전제 조건이 3.3㎡당 일반분양가 3550만원이었지만 현실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더욱 야기됐다.

현실과 동떨어진 분양가…일정 지연에 조합·시공사 갈등 증폭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2019년 12월 조합원 총회를 열고 일반분양가를 3.3㎡(평)당 3550만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당시 고분양가 통제를 맡고 있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2020년 제시한 가격은 평당 2900만원이었다.

둔춘주공 조합은 HUG가 제시한 가격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분양일정을 잡지 않았다. 2900만원에 일반분양할 경우 1인당 조합원 분담금이 약 1억3000만원씩 늘어나기 때문이다. HUG의 분양가가 시세와 동떨어졌다는 이유로 조합원들의 반발은 더 컸다. 2019년 초에 분양한 광진구 화양동 'e편한세상 광진그랜드파크'가 3.3㎡당 3770만원에 분양됐고 당시 주변 아파트 시세가 3.3㎡당 4000만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시공사업단은 분양일정을 확정하지 않는 조합에 2020년 6월 24일 공사중단을 예고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예고 등 정부 정책이 조합원들이 원하는 일반분양가와 큰 차이가 있으니 받아들이고 일반분양을 진행하라는 공문이었다.

조합은 이후에도 일반분양을 진행하지 않고 지난해 11월에서야 강동구청에 분양가상한제 심사를 위한 택지비 감정평가를 신청했다. 일반분양가는 택지비에 기본형건축비와 가산비를 더해 책정된다. 택지비는 단위면적(㎡)당 1864만원이 확정됐다. 업계에서는 택지비 확정으로 예상분양가는 3.3㎡당 3000만원 중반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강동구 아파트 시세는 그 새 급등해 평당 6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시세와 차이가 있는 일반분양가로 인해 조합은 분양 시기를 늦추고 사업비를 다른 방식으로 조달하기 위해 가구 수와 상가를 추가하면서 사업도 지연되고 공사비도 늘었다. 조합측은 "2020년 6월 공사비 증액 계약 당시 (시공사업단과)평당 3550만원 적용을 전제조건으로 공사비를 3조2000억원에 책정한 것"이라고 했다.

물론 정부의 분양가 통제가 둔촌주공 사태의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다. 분양가 갈등을 빚었지만 분양을 끝낸 단지들도 적지 않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분양가 통제가 정비사업 지연의 주요 요인이 되고 둔촌주공 사태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은 맞다"면서도 "최근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배경은 특정업체 선정 강요 등 현실적이지 못한 주장을 하는 조합과 시공사와의 갈등"이라고 분석했다.

조합이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기다리면서 일반분양을 늦추고 시간을 끌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에 조합 측은 "설령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더라도 분양가를 더 높게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면서 "HUG를 통해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와 이번 사태는 큰 관련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모두가 피해, 당첨자만 로또…"분상제 없애야"

전문가들은 둔촌주공 사태와 별개로 '분양가상한제'는 개선되거나 폐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집값 안정화라는 초기의 취지와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만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물량이 대거 공급된다면 시장의 시세를 일부 끌어내릴 수 있겠지만 오히려 분양가상한제로 정비사업 사업성을 떨어뜨려 사업이 지체되면서 공급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물량은 순식간에 시세에 흡수돼 곧바로 가격이 오른다"면서 "당첨자에게만 로또 분양인 분양가상한제는 폐지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더라도 HUG의 합리적·체계적인 심의제도를 통해 고분양가 부작용은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형 위원은 "신규 공공택지에 대해서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건설사들의 폭리를 막는 대신에 분양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일반공급을 한다는 취지가 이해되는데 정비사업은 조합원, 즉 원래 갖고 있던 사람들이 사업의 주체"라면서 "조합원의 이득분을 뺏아서 무주택자들에게 청약 당첨과 동시에 수 억원의 시세차익을 가져다 주는 게 정당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분양가상한제는 현 정부의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민간 공급 확대라는 취지와도 맞지 않는 제도"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개정을 국정 과제 중의 하나로 포함해 연내 개선 추진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조합과 시공사 간에 공사비 인상 여부를 놓고 갈등이 커지고 민간 공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어 분양가상한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20일 한 라디오 출연해 "건축 기자재값과 각종 물가가 오르고 있다"며 "분양가상한제를 조정해 적절한 이윤을 보장해줘야 민간 건축이 활발해진다"고 말했다.

절반 지은 둔촌주공, 인허가부터 다시?...서울시도 급해졌다
④중재 못하는 서울시와 정부
국내 최대 재건축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해체를 시작했다. 시공단은 오는 7월까지 현장 내부에 설치한 57개 타워크레인을 모두 철거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제공=뉴시스


총 1만2000가구, 일반분양 물량만 4800여 가구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사업이 조합과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분쟁으로 공사가 중단되자 서울시도 다급해졌다. 공사중단을 넘어 시공계약 해지와 재시공 등으로 이어지면 도심 주택공급에 차질을 빚고 시정에도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문가로 구성된 협상단을 꾸려 중재에 나섰지만 합의를 공사 중단 사태를 막지 못했다.

서울시 '물밑 중재' 지속…타협점 찾나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둔촌주공 재건축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 등 추가 중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현재 중재 절차를 진행 중으로 세부 논의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며 "원만한 합의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조합 측도 "타협은 될 것"이라면서 "(시공사업단과)간격을 계속 좁히는 중"이라고 밝혀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번 사업이 최종 결렬되면 조합과 시공사 모두 타격을 받지만 시의 공공주택 확보 계획도 어그러진다.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는 부지 용도 상향(2종→3종) 인센티브를 통한 공공 기부채납으로 단지 내에 1000여 가구의 임대주택을 설계했다. 강남권 입지에 대단지 아파트 규모의 공공주택을 확보한 셈인데, 이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서울 성동구 소재 한강변 주상복합단지 트리마제 전경. /사진제공=뉴스1


분담금 2억→6억5000만원 급등, 트리마제 사례 재현?…사업 무산될 가능성은 낮아

일각에선 공사중단 사태가 장기화되고 조합과 시공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제2의 트리마제' 사태로 비화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트리마제 사태'는 2001년 지역주택조합으로 시작한 트리마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행사 도산,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으로 인한 시공사 교체, 사업지연에 따른 조합원들의 투자금과 조합원 지위 상실로 난항을 겪다 일부 조합원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잃는 일까지 일어난 대표적인 지역주택조합 실패 사례다.

둔촌주공 시공단은 절반 가량 지어진 아파트 건물에 유치권을 행사했다. 그동안 투입한 공사비 1조7000억원을 청구한다는 의미다. 또 이주비 대출 1조4000억원과 사업비 7000억원에 대한 금융지원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 인해 조합원이 추가로 내야 할 분담금 규모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번 갈등이 트리마제 사태처럼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시공사가 유치권을 행사해도 별도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고, 금융권의 선순위 채권 등이 얽혀 있어 경매 절차도 매우 복잡하다. 이미 건물이 50% 이상 지어져 기존 비용 부담을 끌어안고 새로 시공사로 나설 건설사도 찾기 어렵다. 만약 시공단이 경매를 거쳐 부지를 모두 인수하더라도 재시공이 불투명하다. 이 사업이 도시정비법상 재건축 사업으로 추진됐기 때문에 이와 다른 자체 사업 형태로 분양하기 위해선 인허가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최악의 경우 10년 이상 사업이 미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가 5월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건설 노동자 생존권 보장 결의대회를 열고 둔촌 주공 아파트 공사재개 촉구 및 체불임금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타워크레인 철거 장기전 대비한 포석…조합과 시공사 신속한 협의가 관건

최근 타워크레인 철거 예고는 시공단 측이 사태 장기화에 대응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타워크레인은 수급부터 설치까지 수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쉽게 철수하는 장비가 아니다"라며 "단기에 사태가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시공단이 간접비를 줄여 장기전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과 시공단이 조금씩 양보해 절충된 합의점을 찾는 게 급선무라는 의견이 많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이미 공공성을 반영해 결정된 재건축 사업이 민간 시행으로 바뀌면 관할 지자체에서 인허가를 다시 내주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둔촌주공 사업장에서 트리마제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시간을 끌수록 조합과 시공사 모두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조합원은 추가 부담금을 더 내야하고, 시공사는 재시공 비용 등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며 "물가상승을 반영해 건축비 인상분을 반영하는 방향에서 양측이 원만히 합의하는 게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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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bkm@mt.co.kr,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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