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표현하는 데 장애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문상현 기자 2022. 5. 2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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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불렀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코처는 청각장애인 부모와 비장애인 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코다〉에 출연했다.

장애인이 장애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사람은 본능을 좇잖아요. 조금 더 건강한 상태, 수려한 외모. 그런데 장애인이라는 프레임을 쓰는 순간 매력적인 요소들이 없을 거라는 편견을 가지는 것 같아요." 차해리(33)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파라스타) 대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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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윤무영

이름을 불렀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일제히 일어난 관객들은 손뼉 대신 양손을 흔들었다.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한 장면이다.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선 배우 윤여정이 수어로 수상자의 이름을 불렀다. 관객들은 박수를 뜻하는 수어로 양손을 흔들며 축하를 건넸다. 청각장애를 가진 배우 트로이 코처를 배려했다. 코처는 청각장애인 부모와 비장애인 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코다〉에 출연했다. 그를 위한 침묵의 순간은 ‘별들의 축제’에서 가장 밝게 빛났다.

장애인이 장애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비장애인을 비장애 배우가 연기하듯, 장애인 배우가 장애인의 삶을 연기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당연한 일을 하기엔 장애인들이 설 자리가 너무 좁다. 스포츠, 영화와 드라마, 공연에서 오랜 시간 활약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장애인들은 많지만 무대가 항상 열려 있는 건 아니다.

“사람은 본능을 좇잖아요. 조금 더 건강한 상태, 수려한 외모. 그런데 장애인이라는 프레임을 쓰는 순간 매력적인 요소들이 없을 거라는 편견을 가지는 것 같아요.” 차해리(33)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파라스타) 대표의 말이다. 파라스타는 국내 최초 장애인 아티스트 전문 기획사다. 한민수 장애인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감독과 YTN 앵커 출신 차 대표가 함께 2020년에 설립했다. 장애인 스포츠 선수를 주축으로 시작했지만, 대중문화에서 활동하는 장애인 아티스트를 꾸준히 영입했다. 현재 패럴림픽에도 출전하는 현역 장애인 운동선수와 모델, 배우, 작가 등 장애인 아티스트 약 30명이 활동하고 있다.

차 대표에 따르면, 최근 수년 사이 상업광고에 장애인 모델을 찾는 일이 늘었다. 그러나 영화와 드라마에는 여전히 장애인이 설 자리가 없다. 차 대표는 방송 관계자들이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의사소통의 문제 또는 혹시 모를 불상사를 걱정한다는 것이다.

경험이 문제라면 채우면 된다. 파라스타가 영상 콘텐츠 제작에 직접 나선 이유다. 이 콘텐츠는 배우에겐 포트폴리오가, 스태프에겐 경험이, 업계에선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하나의 사례가 된다. 차 대표는 “훌륭한 비장애인 아티스트를 보면, 인고의 시간 끝에 멋진 작품을 내놓는 경우가 많잖아요. 장애인 아티스트들도 마찬가지예요. 겪고 있는 장애와 차별을 견뎌내고 이 자리까지 왔어요. 누구보다 건강하고, 단단하고 매력적인 사람들이에요. 이렇게 멋진 분들과 대중 간의 접점을 넓히는 게 앞으로 제가 할 일이죠”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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