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리포트>'감독' 이정재, "전 세계에서 정우성을 제일 멋있게 찍고 싶었어요."

안진용 기자 2022. 5. 2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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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안진용 기자·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전 세계에서 정우성을 제일 멋있게 찍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화 ‘헌트’(제작 사나이픽처스)의 감독 자격으로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 부름을 받은 이정재의 일성(一聲)이다. 칸은 연출 데뷔작을 낸 그를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했고, 그에 걸맞게 이정재는 ‘헌트’의 출연 배우보다는 감독의 자세에 무게를 실었다.

21일(현지시간) 칸 팔레 드 페티스벌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이정재는 “(‘비트’와 ‘태양은 없다’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보다 이정재가 정우성을 더 멋있게 찍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며 “정우성이 멋있게 보여야 하는 숙명을 가진 작품이었다. 이 때문에 배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전 세계에서 정우성을 제일 멋있게 찍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정재는 지난 2010년, 영화 ‘하녀’의 주인공으로 처음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 화려하고 멋진 영화제를 경험하며 그는 “한번 더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12년의 시간이 흐른 후, 그는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다시 칸에 왔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결과였다.

“‘헌트’의 원작 판권을 샀을 때만 해도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5년 전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할 때 한국 영화가 해외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었기 때문에, 해외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소재와 주제를 고민하는 정도였죠. (웃으며)‘하녀’ 때 주변에서 ‘깐느병 걸리면 안된다’고 말했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생각도 못했습니다.”

배우에서 감독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처음부터 ‘헌트’의 연출을 결심한 것도 아니었다. 정지우, 한재김 감독들과 의논하는 등 다른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려 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그가 메가폰을 쥐게 됐다. 시나리오도 손수 고쳤다. 일종의 운명이었다. 처음에는 “영화로 만들기 어렵겠다”던 제작사 사나이픽처스의 한재덕 대표는 “수정한 시나리오가 정말 좋더라. 조금만 더 다듬으면 촬영을 시작해도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1980년대를 배경으로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의 대결을 그린 첩보 영화가 첫 삽을 떴다.

“연출자로서 해야 할 일이 많았어요. 스태프와 배우들이 혼선없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제 몫이었죠. 남자 배우로서 근사한 스파이물에 대한 욕구가 있었어요. 원작을 시나리오로 만들며 고생이 많았죠. 원작은 박평호 원톱 구조였기 때문에 김정도의 이야기를 구축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두 배우가 출연해야 하는 명분을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이정재의 감독 데뷔는 계획된 수순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헌트’가 없었으면 감독 데뷔도 없었다”고 잘라 말한다. 하지만 그가 원작 판권을 구입한 ‘헌트’는 여러 감독과의 만남 끝에 ‘감독 이정재’의 품에 안겼다. 게다가 ‘태양은 없다’ 이후 “다시 함께 하자”던 이정재와 정우성, 두 배우의 재회도 성사됐다. 이 기념적인 작품을 위해 이성민, 황정민, 주지훈, 김남길 등이 ‘헌트’에 힘을 보탰다. 여기에 칸국제영화제 공식 초청까지 이뤄지며 그야말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헌트’ 전에는 연출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연출을 하려면 시나리오를 써야 했기 때문에 그 부담감이 엄청 났죠. 하지만 이 작품을 포기할 수 없어서 직접 쓰기 시작했어요. 또 저와 정우성이 함께 출연하는 걸 너무 기다렸다는 동료 배우들이 축하의 의미로 ‘작은 역할이라도 하겠다’고 먼저 제안해주셨죠. 둘이 같이 ‘열심히 산 보람이 있구나’ 싶어서 마음이 짠해질 정도로 고맙고 뭉클했어요. 그 분들이 나와서 흥행에 도움이 되는 것보다도 우리의 추억을 영화로 남기는 일이라 너무 의미있었죠.”

평소 신중한 성격인 이정재는 동료 배우들의 연기를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다. 항상 동등한 위치에서 연기합을 맞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 이정재’로서 배우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감독의 시선으로 본 이정재와 정우성의 연기를 말해 달라”는 질문을 던졌다.

“(웃으며)이정재를 이정재가 바라봐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었죠. 이정재를 더 좋은 감독님이 끌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또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때보다도 생각 자체가 멋있어서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잖아요. ‘헌트’에서 정우성을 통해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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