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 이정재 "편가르는 언어 여전해, 이젠 그만하잔 뜻 담았죠"[칸리포트]
자신의 감독 데뷔작인 영화 ‘헌트’를 통해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고 싶던 맥락과 메시지를 묻자 이정재가 답변한 대목이다.
지난 20일 칸 현지에서 영화 ‘헌트’의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마친 이정재 감독이 21일(현지시간) 팔레 데 페스티벌에서 진행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감독 데뷔 신고식을 무사히 치러낸 소감과 첫 작품을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영화제에서 선보인 소회를 솔직히 털어놨다.
이정재 감독은 지난 19일 자정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서 장편 데뷔작 ‘헌트’를 선보인 뒤 세계 관객들에게 7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올 여름 국내 개봉에 앞서 칸 현지에서 첫선을 보인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란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액션 드라마다.
영화가 끝난 후 국내와 외신을 합쳐 80여개 매체와의 인터뷰한 이정재 감독은 강행군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지친 기색 없이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 장소에 등장했다.
이정재 감독은 “오늘까지도 각국의 매체들과의 인터뷰가 남아있어 몸은 힘들어도 열심히 ‘헌트’와 한국 영화를 홍보해야죠” 말문을 열며 “영화 ‘하녀’(감독 임상수) 때도 칸을 갔지만 그 때의 저는 박수를 치는 입장에 가까웠다. 이번 ‘헌트’를 통해 반대로 제가 박수를 받게 되니 기분히 묘하더라”라고 신고식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그는 “(관객분들이) 굉장히 오래 박수를 치셔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며 “저도 함께 박수를 쳤는데 뭐라도 더 해야 할 생각에 정우성 씨를 끌어안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오징어 게임’ 이후 처음 있는 일이 제게 계속 일어나고 있다”며 “덕분에 해외 관객분들이 많이 알아봐주시고, 제 연출작인 ‘헌트’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이라고 솔직한 감정을 덧붙였다.
그는 ‘헌트’의 시나리오를 집필하면서 칸 영화제 진출에 대한 갈망이 점점 커졌고, 실제 공식 초청을 받아 꿈같이 기뻤다고 털어놨다. 이정재 감독은 “한국인에게도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로 큰 영화제이지 않나. 시나리오를 쓰기 전엔 생각도 안 했는데 시나리오를 쓰면서는 ‘좀 더 잘 써서 칸에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내심하게 되더라”며 “한국 영화가 국내뿐 아닌 해외에 나가 주목을 받기 위해선 ‘칸’을 가야 하고, 그러려면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집필 의도를 전했다.
이어 “‘칸에 가고 싶다’는 막연한 작은 꿈이 실현되면서부터는 꿈이 더더욱 커지더라”며 “그와 함께 찾아오는 기쁨 역시 두배가 됐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이 작품을 탄생시키기까지 수많은 유명 감독들의 조언과 자문을 받았다고도 설명했다. 이정재 감독은 “원작 ‘남산’의 판권을 구매할 때부터 많은 분들의 조언을 받았다”며 “최동훈 감독님을 비롯해 한재림, 김성수 등 감독이란 감독들을 다 동원해 제작에 관한 질문을 던져 답을 얻었다. 정말 많은 이들의 도움이 바탕됐다”고 말했다.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는 어땠을까. 이정재 감독은 “칸 영화제 출품 기간이 정해져 있었기에 시간적 여유가 많진 않았지만, 촉박한 스케줄 안에선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오징어 게임’과 ‘헌트’를 계기로 많은 해외 관객들이 자신을 알아보며 관심을 갖는 상황에 대한 심경도 덧붙였다. 이정재 감독은 “이 모든 게 개인의 상황이라 생각하진 않는다”며 “이를 계기로 우리 영화들이 좀 더 빠른 속도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거라 생각한다. 즉 이제 시작이다. 제가 나온 영화는 물론 제가 관여하지 않은 수많은 한국영화 콘텐츠가 이를 계기로 빛을 봤으면 한다. 그 안에서 저는 또 저로서 해야 할 일을 찾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트’가 단순히 한국 정치 역사를 다룬 스파이 스릴러만은 아니라고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의 정치적 역사 배경은 장치일 뿐,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특정한 신념을 고수하기 위해 거짓 정보, 선동을 감행하면서까지 갈등하고 편을 나누며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감독으로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에 대해선 “제대로 준비되지 못해 현장이 우왕좌왕한 상황을 배우로서 정말 많이 경험하고 느꼈다”며 “나만큼은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란 생각으로 철저히 준비했다. 연출자가 먼저 생각을 정리해 다음 절차를 준비할 수 있게 세팅을 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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