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가치동맹' 행동으로 옮긴다..한중관계 관리는 과제

김효정 2022. 5. 2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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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통제 협력 강화·민주주의 정상회의 주도..'중국' 직접 거론은 여전 신중
한미 정상회담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2.5.21 see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한미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개최한 정상회담에서 자유민주주의·인권 등 공동의 '가치'에 강력한 방점을 찍었다.

한미 가치동맹 노선의 본격화는 중국과의 갈등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또 다른 외교적 과제도 불러올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21일 한미 정상회담 성과 설명자료에서 "민주주의,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반부패, 인권 등 가치에 뿌리를 둔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에 대한 양 정상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발표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가치를 함께하는 동맹인 미국과 주파수를 맞추며 중국 비판·견제에 동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이 여럿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주의와 독재국가 간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국제질서 인식을 밝혔는데, 여기에 한국도 다소 보조를 맞춘 것이다.

이런 기조는 문재인·바이든 정부의 지난해 5월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나타났지만 이번 성명에선 가치 강조 색채가 더 짙어졌다는 평가다.

특히 가치동맹을 단순히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구상들을 내놓은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경제안보다. 일례로 이번 공동성명에는 "선진기술의 사용이 우리의 국가안보와 경제안보를 침해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기술 관련 해외 투자심사 및 수출통제 당국 간 협력을 제고하기로 합의했다"는 표현이 담겼다.

지난해 성명에서 "우리는 해외 투자에 대한 면밀한 심사와 핵심기술 수출통제 관련 협력의 중요성에 동의했다"고 언급한 것에 비해 더욱 구체적인 행동이 언급된 것이다.

미국은 자국의 기술이나 장비가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 들어가지 않도록 안보와 인권 등을 명분으로 다양한 수출통제를 가하고 있다. 이런 정책적 방향성이 이번 공동성명에도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영접하는 윤석열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2022.5.21 jeong@yna.co.kr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행 기내 간담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 열린 사회들 간의 첨단기술 생태계가 다른 나라들의 약탈로부터 보호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선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간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도 강조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를 굳이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편적 가치라고 하는 룰 속에 들어오기를 기대하면서 우선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끼리 먼저 긴밀하게 유대관계를 구축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 문제에서도 목소리가 더욱 선명해졌다.

지난해 공동성명은 "다원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리는 국내외에서 인권 및 법치를 증진할 의지를 공유했다"며 일반론에 가깝게 인권 문제를 거론했다.

반면 이번 성명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인권 상황에 관한 상호 우려를 공유하면서, 양 정상은 전세계에서 인권과 법치를 증진하기로 약속했다"고 언급했는데 '인도·태평양'이라는 지역 범위와 '우려'를 언급한 것이 눈에 띈다.

물론 이 표현이 신장위구르나 홍콩 등 중국 인권 사안만을 가리킨다고 볼 수는 없지만, 미국의 대중국 인권 문제 제기에 좀 더 공명한 것으로 해석할 소지가 있다.

인터넷과 관련해서도 "디지털 권위주의에 의한 위협 증가에 대처"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지난달 미국 주도로 출범한 '인터넷의 미래를 위한 선언'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미국의 '민주주의 정상회의' 구상과 관련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권위주의 진영에 맞서 미국의 지도력을 회복하기 위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화상으로 첫 회의가 열렸고 올해 미국이 2차 정상회의를 연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이 호스트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혀 한국 정부가 후속 회의 유치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작년 성명에서는 원칙을 이야기했다. 당시 성명에 이미 상당 부분 미국의 가치에 동조하는 한미동맹의 방향성이 제시됐는데 이번 성명에는 이를 좀 더 구체화하는 액션플랜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 성명도 지난해 성명과 마찬가지로 중국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거나 겨냥한 표현은 담지 않았다. 미일 정상 공동성명이 '중국'이라는 국가명을 언급하며 비판해온 것보다 여전히 한 발짝 신중한 셈이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는 "양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및 번영의 핵심 요소로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표현이 담겼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관련 대목도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의 원칙에 기초"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한국은 앞으로 출범 멤버로서 무역, 공급망, 인프라·청정에너지·탈탄소, 조세·반부패 등 IPEF 4개 분야의 구체적 내용을 만들어 가는 데 초기부터 참여하게 된다.

소인수 정상회담하는 한미 정상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2.5.21 seephoto@yna.co.kr

이 과정에서 한국이 자신의 외교적 공간을 활용해 IPEF가 '중국 배제'를 위한 배타적 기구가 되지 않도록 하는 데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또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한국에 경제적으로도 결국 실익이 된다는 점이 이번 정상회담으로 드러났다는 지적도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가치냐 경제적 이익이냐는 기존의 이분법적 논란은 오늘 정상회담에서 상당히 해소됐다. 가치에 더해 경제, 신흥기술에 대한 매우 실질적인 협력방안이 구체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부분은 미국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며 양국에 윈윈"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중국과 미세 협의를 해나가야 할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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