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체크] 고혈압인데 산부인과 의사가..비대면 진료 한계도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도 전화나 영상통화만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비대면 진료, 벌써 천만 명 가까이 이용했다고 합니다. 빠르게 정착하고 있지만, 병을 잘못 진단하거나 약물을 오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데요.
크로스체크 조보경, 서준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저는 가벼운 감기 증상이 있는데요.
근무 중이라 병원에 갈 수가 없어서 비대면 진료 앱을 통해 진료와 약 처방을 받아보겠습니다.
증상을 입력하고 5분 있으니 진료 요청한 의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진료 요청하셨죠? 감기 기운 있고 목이 따끔하시다고. 며칠 되셨죠?]
곧바로 처방전이 나왔고, 제휴약국에서 약을 제조해 배달합니다.
오늘이 토요일인데 진료 1시간 만에 약을 받았습니다.
5개월과 4살짜리 아이 둘을 키우는 양소연 씨 부부는 비대면 진료 앱으로 다섯 번이나 약 처방을 받았습니다.
감기에 걸렸지만,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양소연/비대면 진료 이용자 : 아이들 둘을 데리고 외출하려고 하면 옷 입히고 나가는 것 자체가 한 시간 걸릴 때도 있어요. 한번 어플 이용을 하니깐 직접 가서 대면 진료를 안 받게 되더라고요.]
비대면 진료가 일시적으로 허용되면서 이처럼 집에서 진료받는 모습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습니다.
[장지호/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 : OECD 38개국 중에 33개국이 이미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습니다.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보고 있고요.]
전면 반대하던 의사협회도 입장을 조금 바꿨습니다.
허용은 하되, 재진 환자 등으로 이용 대상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겁니다.
오진 및 약물 오남용 등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박수현/대한의사협회 대변인 : 조금 더 신중하게 논의를 하고 의료계의 현장을 좀 반영해서 가야 한다. 비대면 진료를 한다는 거는 환자들이 요구하는 약을 그냥 주는 경우들이 대부분…]
실제 온라인에는 부작용 우려가 있는 다이어트 약품 등을 쉽게 처방받았다는 후기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취재진도 한번 처방을 받아 봤습니다.
식욕억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다이어트 주사 '삭센다', 앱을 통해 의사와 7분 정도 통화한 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키랑 몸무게가 어떻게 되세요? 정상 범위이긴 한데 본인이 목표하는 게 있으신 거죠?]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지난 2년.
전국의 970만 명이 이 비대면 진료를 통해 처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걱정과 한계점도 드러났습니다.
광주에 사는 최한진 씨는 고혈압 등의 기저질환으로 비대면 진료를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연락이 온 것은 내과가 아닌 '산부인과' 의사였습니다.
최 씨가 사용한 앱은 진료를 받고 싶은 과나 의사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최한진/비대면 진료 이용자 : 여성의원에서 (연락이) 오니깐 뭔가 좀 약간 이상하더라고요. 전문적이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느낌이.]
현행법상 의사 면허가 있으면 전공과 상관 없이 모든 의료행위를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들은 제대로 된 진료를 받고 있는지 의구심이 남습니다.
[이경민/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 : 볼 수가 없으니깐 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상대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또 다른 한계도 드러났습니다.
애초 비대면 진료 도입 취지는 오지에 있는 사람들도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비대면 진료는 지방으로 갈수록 이용이 어렵습니다.
제휴 병원이나 약국 수가 수도권에 비해 적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제휴 병원을 찾을 수 없거나, 처방을 받아도 약을 받을 수 없었다는 후기가 많습니다.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든 비대면 진료, 본격 시행 전 드러난 한계점을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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