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0만원에 분양했다면.." 둔촌주공 사태 부른 분양가 통제
[편집자주] '둔춘주공' 재건축이 최악의 상황에 몰렸다. 조합과 시공사가 잠깐 기싸움 벌이다 적당히 합의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공사는 한달 이상 중단됐고 시공사는 현장 철수에 들어갔다. 최악의 경우에 공정률 50% 넘긴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고 6000명의 조합원들은 길바닥으로 내몰리게 된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불리는 1만2000가구의 재건축 공사가 이 지경까지 간 배경은 무엇이고 해결책은 없을까.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태를 촉발시킨 원인 중에는 정부의 '분양가 통제'가 있다. 정부가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면서 수익성과 추가 분담금에 대한 부담이 커진 조합이 분양 시기를 늦추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공사비도 증폭됐다. 2020년 맺은 시공사와 새롭게 맺은 공사비 인상 전제 조건이 3.3㎡당 일반분양가 3550만원이었지만 현실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더욱 야기됐다.
둔춘주공 조합은 HUG가 제시한 가격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분양일정을 잡지 않았다. 2900만원에 일반분양할 경우 1인당 조합원 분담금이 약 1억3000만원씩 늘어나기 때문이다. HUG의 분양가가 시세와 동떨어졌다는 이유로 조합원들의 반발은 더 컸다. 2019년 초에 분양한 광진구 화양동 'e편한세상 광진그랜드파크'가 3.3㎡당 3770만원에 분양됐고 당시 주변 아파트 시세가 3.3㎡당 4000만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시공사업단은 분양일정을 확정하지 않는 조합에 2020년 6월 24일 공사중단을 예고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예고 등 정부 정책이 조합원들이 원하는 일반분양가와 큰 차이가 있으니 받아들이고 일반분양을 진행하라는 공문이었다.
조합은 이후에도 일반분양을 진행하지 않고 지난해 11월에서야 강동구청에 분양가상한제 심사를 위한 택지비 감정평가를 신청했다. 일반분양가는 택지비에 기본형건축비와 가산비를 더해 책정된다. 택지비는 단위면적(㎡)당 1864만원이 확정됐다. 업계에서는 택지비 확정으로 예상분양가는 3.3㎡당 3000만원 중반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강동구 아파트 시세는 그 새 급등해 평당 6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시세와 차이가 있는 일반분양가로 인해 조합은 분양 시기를 늦추고 사업비를 다른 방식으로 조달하기 위해 가구 수와 상가를 추가하면서 사업도 지연되고 공사비도 늘었다. 조합측은 "2020년 6월 공사비 증액 계약 당시 (시공사업단과)평당 3550만원 적용을 전제조건으로 공사비를 3조2000억원에 책정한 것"이라고 했다.
물론 정부의 분양가 통제가 둔촌주공 사태의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다. 분양가 갈등을 빚었지만 분양을 끝낸 단지들도 적지 않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분양가 통제가 정비사업 지연의 주요 요인이 되고 둔촌주공 사태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은 맞다"면서도 "최근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배경은 특정업체 선정 강요 등 현실적이지 못한 주장을 하는 조합과 시공사와의 갈등"이라고 분석했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물량이 대거 공급되면 시장의 시세를 일부 끌어내릴 수 있겠지만 오히려 분양가상한제로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떨어뜨려 사업이 지체되면서 공급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물량은 순식간에 시세에 흡수돼 곧바로 가격이 오른다"면서 "당첨자에게만 로또 분양인 분양가상한제는 폐지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더라도 HUG의 합리적·체계적인 심의제도를 통해 고분양가 부작용은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형 위원은 "신규 공공택지에 대해서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건설사들의 폭리를 막는 대신에 분양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일반공급을 한다는 취지가 이해되는데 정비사업은 조합원, 즉 원래 갖고 있던 사람들이 사업의 주체"라면서 "조합원의 이득분을 뺏아서 무주택자들에게 청약 당첨과 동시에 수 억원의 시세차익을 가져다 주는 게 정당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분양가상한제는 현 정부의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민간 공급 확대라는 취지와도 맞지 않는 제도"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개정을 국정 과제 중의 하나로 포함해 연내 개선 추진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조합과 시공사 간에 공사비 인상 여부를 놓고 갈등이 커지고 민간 공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어 분양가상한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20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건축 자재값과 각종 물가가 오르고 있다"며 "분양가상한제를 조정해 적절한 이윤을 보장해줘야 민간 건축이 활발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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