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와중에 용산 대통령실 주변 집회시위 괜찮나 [핫이슈]

박정철 2022. 5. 2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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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근처에서 시민단체 집회를 허용하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20일 참여연대가 "용산경찰서의 집회금지처분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21일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대통령 집무실 맞은편인 전쟁기념관 앞 인도와 1개 차로에서 집회를 여는 것을 허용하고, 이를 벗어난 범위의 집회에 대해선 경찰이 금지하도록 한 것이다.

앞서 참여연대는 '남북·북미 합의 이행 및 한반도 평화'를 주장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21일 오전 8시부터 밤10시까지 국방부 정문 앞과 전쟁기념관 앞 2개차로에서 진행하겠다고 신고했다가 금지처분을 받았다.

법원은 참여연대 집회를 허용하되, 범위만 축소한 것이다.

용산 집무실 근처 집회를 둘러싼 법원의 결정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도 지난 11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낸 비슷한 취지의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구간에서 행진을 허용했다.

다만 '1시간 30분 이내'에 행진 구간을 통과하라는 조건을 걸었다.

당시 재판부는 "대통령 집무실이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상 100m 이내 집회가 금지된 '대통령 관저'로 볼 수 없다"며 단체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는 '100m이내 옥외집회 또는 시위 금지' 장소로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등을 명시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경우 청와대 한 공간에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함께 위치해 있어 이 규정으로 관저 100m 인근 집회가 금지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청사로 옮기고, 대통령 관저는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을 이용하기로 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윤 대통령이 구중궁궐이자 폐쇄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떠나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것은 그만큼 국민과 적극 소통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포함한 용산은 다양한 민의를 수렴하는 전당이자 공론의 장이 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21조) 정신에도 부합된다.

다만 문제는 집회시위의 범위와 강도다.

평화로운 집회와 성숙한 시위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얼마든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일부 세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치집회나 과도한 시위는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안전과 새 정부의 국정 운영을 방해하고, 주변 주민들을 고통과 불편으로 내몬다는 점에서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구나 21일 참여연대의 집회시위는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시점(오후 1시30분~4시30분)에 맞춰 열리게 돼 새 정부 출범 후 첫 정상회담에 차질을 줄 수도 있다.

특히 집회 주최측이 확성기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허용하기 어려운 수준의 소음과 교통정체를 유발할 경우 국제적 외교 결례를 감수하면서 이같은 행태까지 방치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우리 헌법 37조에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도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대통령 집무실을 100m 이내 시위금지 장소에 포함시키는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도 필요하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무력도발이 끊이질 않는 지금 한미동맹을 통한 국가 안보 수호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시민사회단체와 경찰, 대통령 경호처가 협의를 통해 자율적인 집회시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주변이 더 이상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무분별한 집회시위로 얼룩져선 안된다.

그보다 국가 발전과 국민의 삶을 위한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공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이제라도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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