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주세요ㅠㅠ" 새벽3시 내 품 뛰어든 떠돌이개 [개st하우스]
“새벽 3시쯤 경기도 외곽 숲길을 운전하고 있는데 제 차량 불빛을 보고 유기견 여럿이 따라오더라고요. 유기동물들을 기르는 처지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듯 마음이 아팠어요. 급히 차에서 내려 ‘아가야, 아가야’ 불러봤지만 대부분 도망갔어요. 그런데 유독 허겁지겁 달려와 제 품에 안기는 한마리가 있었어요.”
호원씨 가족은 5마리나 되는 유기묘를 구조해 10여년째 돌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호원씨는 동물을 구조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어요. 구조는 끝이 아닙니다. 병원치료부터 돌봄, 입양자 모집까지 수개월 동안 이어지는 긴 구호과정의 시작, 고통스러운 출발입니다. 구조의 끝에 늘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죠.
하지만 고민은 잠시뿐이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유기묘와 함께 자란 26살 청년은 품을 파고드는 유기견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죠.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이미 강아지를 뒷좌석에 태우고 24시간 동물병원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호원씨는 “강아지는 뒷좌석에 엎드려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면서 “진료하던 수의사는 소형견 기준인 5㎏을 갓 넘은 어린 유기견들이 유독 자주 찾아온다고 안타까워했다”고 말했습니다. 호원씨가 구조한 강아지는 7㎏ 남짓. 감당하기 쉬운 소형견 크기를 막 넘자마자 버려진 수많은 유기견들 중 하나였던 겁니다.
지난달 28일 새벽, 호원씨는 차로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 인근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한강을 따라 굽이치는 한적한 도로를 서행하던 호원씨는 차량 전조등을 향해 먹을 것을 구걸하듯 다가온 대여섯 마리의 떠돌이개를 발견했습니다. 목걸이를 찬 늙은 진돗개, 젖먹이들을 끌고 다니는 작은 어미개도 있었죠. 갈빗대가 드러날 만큼 바짝 마른 몸으로 배회하는 녀석들은 유기견들이 틀림없었습니다.
호원씨가 차에서 내린 “아가야, 아가야” 불렀지만 녀석들은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듯 달아났습니다. 그때 한마리가 어둠을 뚫고 쪼르르 달려와 킁킁, 코로 냄새를 맡습니다. 귀가 쫑긋한 스피츠의 외모에 펨브룩 웰시코기의 흰색과 갈색 털이 어우러진 소형견이었어요. 낯선 사람의 냄새를 맡는 강아지의 몸짓언어에는 호기심과 함께 경계심이 담겨있었습니다. 호원씨는 곧장 강아지를 품에 안으려 했지만 놀란 강아지는 그대로 숲속으로 달아났습니다.
다시 나타날까. 한참동안 강아지를 기다리던 호원씨가 포기하고 다시 차를 출발시킨 그때. 천천히 굴러가던 차량 앞으로 그 강아지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호원씨의 품 안에 달려와 털썩 안겼습니다. 호원씨는 녀석을 그대로 차량 뒷좌석에 태우고 24시간 동물병원으로 달렸습니다. 그는 “병원비며 이후 돌볼 공간문제 등 현실적인 고민이 있었으나 구해달라고 와서 안기는 녀석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기본검진 결과, 다행히 녀석은 잔병없이 건강했습니다. 갓 성견이 된 2살 미만의 암컷으로 추정되며 사람을 잘 따르는 것으로 보아 버려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습니다. 수의사에 따르면 유기견 중에는 유독 5㎏을 갓 넘긴 중형견이 많다고 해요. 새끼 때 데려와 키우다가 덩치가 커지면 버리는 사람들 때문이죠. 호원씨 품에 달려든 강아지가 딱 그런 경우였습니다.
진료받는 내내 호원씨 품에서 미소를 짓던 녀석. 호원씨는 웃는 얼굴이 환한 여름 햇살을 닮았다며 ‘여름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여름이를 임시보호(임보)하려면 한 가지 문제가 남아있었어요. 호원씨 가족이 15년간 구조해 기르는 5마리 고양이와의 합사 문제였습니다. 고양이는 야성이 강해서 낯선 동물과 공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호원씨 가족들은 여름이를 2m 산책줄에 묶은 뒤 이틀간 고양이들의 반응을 관찰합니다.
뜻밖에 여름이는 놀라운 사회성을 보여줬습니다. 고양이의 휴식공간을 함부로 침범하지 않고, 고양이가 싫어하는 외부인이 방문했을 때는 나서서 외부인의 접근을 막아줬어요. 종을 뛰어넘는 사회성 덕분에 여름이는 3주째 별탈 없이 임보생활 중입니다.
하지만 이런 뛰어난 사회성에도 불구하고 여름이에겐 아직까지 입양신청이 한 건도 없습니다. 온라인 유기견 카페 등에 입양모집글을 올려도 하루 수십 건씩 올라오는 유기견 사연에 빠르게 파묻힌 탓입니다.
지난 10일 국민일보는 서울 은평구의 여름이 임보처를 방문했습니다. 현장에는 입양적합도를 평가할 11년차 유기견 행동전문가 권미애쌤도 동행했지요. 취재진을 만나자 달려와 냄새를 맡는 여름이. 고양이에게 다가가려 하자 취재진을 막아 세우는 의젓함이 인상적이더군요. 미애쌤은 “실제로 사회성이 우수한 개들 중에는 함께 지내는 동물을 가족으로 여겨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간식을 든 보호자에게 매달리거나 점프하는 등 다소 성급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비슷한 행동이 계속되면 뒷다리 관절을 다칠 수도 있어 교정이 필요합니다. 미애쌤은 해결책으로 방석을 활용한 기다림 교육을 제시했습니다. 사람에게 달려들면 고개를 돌려 무시하고, 방석에 얌전히 앉으면 보상하는 식입니다. 20분의 반복교육 뒤 여름이는 금세 차분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 정도면 입양 후 건강하게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로드킬 위기에서 구조된 어린 유기견, 여름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시길 바랍니다.
*현재 여름이는 견주임을 주장하는 시민 연락이 와서 사실 여부를 확인 중입니다.
=2살 암컷 (중성화x)
=체중 7kg, 스피츠 믹스견
=사람과 동물을 좋아하며, 고양이와 공존 가능
✔여름이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90번째 견공입니다. (72마리 입양 완료)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 치(12포)를 후원합니다.
✔입양 문의는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https://me2.kr/z92zm
이성훈 최민석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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