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급등해도 집값 폭등? 그럴 일 절대 없다"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2022. 5. 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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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기자의 봉다방>
김성재 가드너웹대학교 교수 인터뷰
미국, 급등지역은 이미 조정 시작
주가 급락, 경기침체로 큰 폭 하락할 듯
외지인 투기,영끌 투자로 거품 끼여
그러나 리먼쇼크급 버블 붕괴 가능성은 적어

미국의 집값은 금리 인상 속에서도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 인상과 집값 상승이 동행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2000년대 닷컴 버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을 예언한 것으로 유명한 헤지펀드 GMO 창업자인 제레미 그랜섬 등은 미국 주식과 주택시장의 버블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금리 상승에도 집값이 더 치솟는 것일까. 아니면 폭락할까?

공사가 진행 중인 미국 주택. 지난 3월 주택신규착공(housing starts)이 179만 채로 늘어나는 등 집값이 오르면서 주택건설 붐이 불고 있다. 머지 않아 주택공급 부족이 상당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 /트위터 캡처

이에 대해 김성재 가드너웹대학교 교수는 “금리 급등, 주택 착공 증가 등의 영향으로 가격 급등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주가 급락, 테크기업의 해고 증가 등도 집값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버블붕괴 가능성에 대해 " 2008년과 같이 금융위기급 주택시장 붕괴 현상은 나타나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의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코넬대에서 응용경제학석사,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박사를 받았다.

다음은 김성재 교수와의 서면인터뷰.

-미국은 펜데믹이후 집값이 얼마나 올랐나?

“미국 주택가격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수가 케이스-실러지수이다. 이 지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전 주택시장에 역대 최악의 버블이 형성되었던 2006년 7월 185 포인트를 기록했다. 그 이후 버블이 붕괴되면서 2012년 2월 134 포인트까지 하락했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 213 포인트까지 올랐고 팬데믹 기간에는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지난 2월에는 287 포인트까지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 19.8% 상승했다.”

-미국 집값에 버블이 끼었다고 보는가?

“단순히 집값이 올랐다고 버블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른 경제지표와 비교해 시장 펀더멘털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 상승세가 가파를 때 버블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대개 시장에 낙관적인 전망이 팽배해 FOMO (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살 수 없을 것 같은 공포, fear of missing out) 상태로 ‘영끌 매수’에 나서거나 자본 이득을 노린 투기적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될 때이다.

우선 다른 물가와 비교해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인플레이션을 조정한 후 20개 주요 도시의 케이스-실러 지수를 살펴 보면 지난 2월에 303 포인트였다. 이는 버블이 한창 진행중이던 2005년말의 298 포인트를 넘은 것으로 역사상 최고치이다. 팬데믹 직전의 247 포인트 대비 실질주택지수가 22.7% 오른 것으로 버블의 존재를 강력히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

김성재 가드너웹대학교 교수는 " 미국은 금리인상으로 급등지역 주택의 가격 조정이 시작됐다"면서 "주가 급락, 경기침체로 집값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재 교수 제공

-전문연구기관들도 버블의 존재를 인정하는가?

“최근 댈러스 연방준비은행도 집값 버블 측정의 한 수단으로 주택시장이 낙관적 전망에 편승한 과열적(exuberant)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살펴봤다. 인플레이션을 조정한 실질 주택가격, 월세-집값 비율, 집값-소득 비율 데이타를 이용한 결과 미국 주택시장은 대체로 2000년대 초중반부터 2008년까지 버블 상태였고 최근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버블 상태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

-공급부족 때문에 집값이 올랐기 때문에 버블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 집값 상승은 공급 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실수요가 충분하기 때문에 버블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으나, 공급부족을 감안하더라도 집값 상승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팬데믹 기간 정부의 재정지출과 연준의 양적완화, 그리고 저금리로 풀린 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기술주에 거대한 테크버블이 생겼다. 거기서 큰 돈을 번 투자자들이 다주택을 목적으로 공격적으로 집을 매수하면서 집값을 밀어올렸다. 대출원리금을 내지 못하는 주택 보유자의 집을 은행이 차압하지 못하게 하고 월세를 내지 못하는 세입자를 내쫓지 못하게 한 정부 정책도 집값을 밀어 올린 요인 중 하나이다.

한 통계를 보면 2014년 이후 임금은 평균적으로 30% 가량 올랐지만 월세는 50% 정도 올랐고 집값은 무려 80%가 넘게 상승했다. 최근 집값이 더욱 가파르게 올랐다는 것을 감안하면 주택 가격에 버블이 끼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이미 하락지역 나타나기 시작, 거래량도 감소

-최근 기준금리가 인상됐다.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집값이 오르고 모기지 금리가 급등하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상당히 커졌다. 매월 내야 할 원리금이 전년 대비 평균적으로 39% 상승했다. 그런데도 임금은 5.5% 상승에 그쳤다. 이러한 원리금 상환 부담의 증가는 주택매입여력(affordability)을 크게 감소시켜 집에 대한 신규 수요를 줄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주택매입 여력 감소의 문제는 테크 버블로 집값이 급등한 도시에서 특히 심각하다. 최근 이들 도시에서는 집을 팔고 싼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지출이 감소, 넷플릭스나 아마존같은 테크기업들의 매출이 줄어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직원 해고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집값 급등 지역의 매도가격이 내리고 있다. 모기지 신청건수도 전년 대비 17%나 급감했다. 주택매입자의 80%가 모기지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모기지 신청 건수 감소는 주택매매 건수의 감소로 이어진다. 공급측면에서도 주택의 신규착공과 건설건수가 크게 늘어났다. 이를 반영해 주택가격의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지만 그 강도는 현저히 약해지고 있다.”

-금리가 올라도 미국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은 면적이 넓기 때문에 중서부나 남부같이 집값이 덜 오른 지역의 집값은 당분간 상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집값이 크게 오른 핫플레이스에서는 조만간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무엇보다 주가와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면서 가계의 부가 많이 소진된 상태이고 경기 침체를 전망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집값의 하락 압력이 커질 것이다. 내년 이후에도 집값이 상승세를 지속하기는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현지에서 체감하는 시장 상황은?

“지역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온도차가 크긴 하지만 신규 주택과 아파트, 그리고 콘도의 착공이 크게 늘어났다. 집값과 금리 상승에 부담을 느낀 잠재 매수자들도 관망자세로 바뀌고 있다. 주택 공급이 증가하고 있어 월세 상승이 주춤해질 경우 주택 수요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집값이 16%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인상에도 여전히 전문가들이 집값 상승론에 무게를 두는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전문가들의 낙관적 전망이 약해지고 있다. 과거 전문기관의 낙관적 전망은 연준의 빅스텝 금리인상과 양적긴축(QT)의 영향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급격하게 장기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 경기침체의 가능성도 매우 낮게 보았다. 그러나 경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주가가 급락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전망도 변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외지인 투자 극성, 금리상승으로 주택 투자 매력 상실

-집값이 크게 하락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가?

“팬데믹 기간 미국 주택시장에는 상당한 정도의 투기적 매수세가 유입되었다. 특히 일부 대도시 지역에서는 기관투자자가 매물을 싹쓸이하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정보 수집과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타지에 소재한 주택을 어렵지 않게 매입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작년 한 해 애틀란타와 샬롯같은 대도시에서는 주택 매입의 25%를 외부 투자자가 차지했다. 이들이 매수가격을 올리면서 집값 상승을 견인했다. 그런데 최근 연준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채권 수익률과 비교해 주택 투자에 대한 매력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이런 요인이 맞물리면서 대도시 권역에서 주택 가격은 상당한 폭의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 조정폭은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금리인상 정도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경기침체 가능성을 종합해 볼 때, 지역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집값은 큰 폭 조정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물론 2008년과 같이 금융위기 급 주택시장 붕괴가 오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의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여겨진다.”

-2008년과 같이 금융위기 급 주택시장 붕괴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왜 그렇게 전망하는지요?

“증시와 비교해 주택시장의 조정에는 어느 정도의 시차가 존재한다. 주택시장이 완전 멜트다운에 이르기 전에 경기가 침체되면서 연준이 긴축 기조를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 주택담보대출의 위험도가 크게 낮아진 것도 2008년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다.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 모기지대출의 집값 대비 주택담보비율(LTV)도 80%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건전성도 좋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가격 조정과 약세장은 예상되지만 금융위기 급 시장 시장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건설중 주택건수 사상최고치, 조만간 공급부족 해소 될 듯

-미국의 주택 착공, 인허가는 급증하고 있지만, 완공주택수가 늘지 않고 있어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3월 주택신규착공(housing starts)은 179만 채로 2009년 4월의 48만채와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 이 수치는 장기평균치인 137만 채를 훨씬 상회한다. 건설 중인 주택건수도 162만 채로 사상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최근 자료를 보면 착공에서 건설까지 대략 15개월이 걸린다. 일손부족과 공급망 문제 등으로 팬데믹 이전보다 길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3월 완공건수는 130만 채로 2012년의 55만 건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이런 공급 증가가 주택 가격 상승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밀레니엄세대의 주택수요가 집값을 끌어 올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세에서 44세에 이르는 청장년층의 주택보유 건수는 1991년 이후 큰 변동이 없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체 주택숫자는 34% 늘어났다.이들의 주택시장 영향력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최근 주가와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고 코로나 가계지원금으로 현금 여력이 늘어나 이 세대의 주택매수 증가로 이어지긴 했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집값이 계속 오를 것 같은 공포심에 영끌로 매수에 나선 이들도 많았고 이들이 집값을 밀어 올렸다. 소득이 늘어난 이들 가운데에는 투자용으로 주택구입에 나선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투자를 겸한 수요는 대체로 은퇴를 준비하는 세대가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

-미국 정부의 집값 급등 대책은 저렴주택의 공급확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건축규제 완화 등이다. 한국은 세제로 규제를 했다.

“미국은 주택공급을 시장에 맡겨두는 경향이 강하다. 오히려 수요 측면에서 다양한 금융지원책을 마련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저소득층의 내집 마련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정치적 어젠다를 밀어 붙였지만 그 결과 부동산 버블이 심화되어 2008년 전례없는 금융위기에 시달렸다. 지난 팬데믹의 공급 충격을 시장은 서서히 극복하고 있다. 보유세도 시군 등 자치단체가 정하기 때문에 연방 정부가 조세정책을 취하기도 어렵다. 공급망 문제의 해결에 전념하면서 시장 원리에 맡겨 두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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