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한마리 27만원.."죽음과도 맞바꿀 맛" 극찬받은 이 생선

전익진 2022. 5. 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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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과 한강의 봄철 진객(珍客) 황복이 제철을 맞았다.

‘황복’은 700g 무게의 알배기 암컷 한 마리 값이 최고 27만원 나가는 귀한 회귀성 어종이다. 통상 4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황복의 귀환이 올해 봄에는 예년보다 2주일가량 늦어졌다. 이달 말 정점을 찍은 뒤 다음 달 말까지 회귀가 이어질 전망이다.

경기도 고양시 한강 하구 '황복'. 행주어촌계

예년보다 회귀 2주가량 늦어…어획량도 줄어


21일 경기도 파주어촌계와 고양 행주어촌계에 따르면 황복은 이달 초부터 강으로 돌아오기 시작해 이달 중순 들어 본격적으로 회귀하고 있다. 회귀 시기가 늦어지면서 어획량은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올해 봄 수온이 예년에 비해 낮은 데다 봄 가뭄까지 겹친 게 원인으로 어민들은 보고 있다.
황복은 일반 복과 달리 옆구리가 황금색을 띠어 ‘황(黃)복’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황복은 임진강과 한강에서 부화한 뒤 서해로 나가 3∼5년 동안 길이 20~30㎝ 성어로 자란다. 봄이 되면 산란을 위해 임진강과 한강으로 돌아와 알을 낳은 뒤 바다로 돌아가는 회귀성 어종이다. 황복은 서해 밀물이 밀려 올라가는 파주 임진강 중류와 서울 한강 잠실수중보 일대까지 회귀한다.
황복 치어. 행주어촌계

송나라 시인 소동파, ‘죽음과 맞바꿀 맛’


황복의 맛은 예로부터 유명했다. 황복은 얇게 회를 뜨면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매운탕·지리로 요리하면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 맛과 함께 쫀득한 황복의 식감이 그저 그만이다. 중국 송나라 대표 시인 소동파는 ‘하돈(河豚·강의 돼지)’이라고 부르며 그 맛을 극찬했을 정도다. 맛이 좋은 데다 배가 불룩해 하돈이라 이름 지었다. 어찌나 맛이 있었던지 ‘죽음과 맞바꿀 맛’이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극상의 맛이지만 잘못 먹고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맹독을 지니고 있어서 이렇게 비유했던 것으로 보인다.

황복은 맹독인 테트로도톡신 성분이 알·피·내장 등에 포함돼 있어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 황복의 독은 신경을 마비시켜 근육의 움직임을 조절하지 못하게 만든다. 소량(0.2㎎)만 먹어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해독제가 없어 2~3시간 안에 죽을 수도 있다. 복어조리 자격증이 있는 요리사가 만든 음식만 섭취해야 하는 이유다.

황복 음식의 식당 판매가격은 2∼3인분(2마리 정도) 기준으로 20만원 선이다. 수요보다 어획량이 적다 보니 가격이 비싸다. 파주시 문산읍 임진리, 사목리 등 임진강변 일대에는 10여 곳의 황복 전문 음식점이 성업 중이다.

한강 하구 경기도 고양시 행주선착장 한상원 행주어촌계장의 형제호에서 고양시가 어민들과 한강으로 황복치어를 방류하는 모습. 행주어촌계

25년 전부터 경기도·지자체 황복 치어 방류


임진강과 한강의 황복 개체 수는 30∼40년 전보다 크게 줄었다고 한다. 어민들은 “임진강과 한강의 오염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임진강 상류에 연천군 군남댐, 서울 한강에 잠실수중보가 조성된 여파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황복이 산란지인 임진강과 한강에 도달하기 전 서해 어귀에서부터 싹쓸이식 조업이 이뤄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행히 관련 지자체에서 황복 어족자원 확충을 위해 황복 치어 방류 사업을 펼치고 있다. 경기도와 파주시, 고양시 등은 25년 전인 1997년부터 매년 어민들과 황복 치어를 방류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가 임진강에서 황복 치어를 방류하고 있다. 파주시


장석진 파주어촌계장은 “요즘 잡히는 황복 가운데 90% 정도는 경기도와 파주시가 황복 알을 인공 부화한 후 임진강에 방류한 치어가 자라서 돌아온 개체여서 치어 방류사업 효과가 톡톡히 나타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방류했던 치어는 자연에서 부화한 것보다 몸 색깔이 옅고, 크기가 조금 작아 구별이 된다”며 “하지만 요리했을 때는 치어로 방류했던 것과 자연에서 부화한 개체와 맛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치어 인공 부화와 방류 사업이 지속하면서 황복 암컷은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수컷보다 수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심화식 고양시 행주어촌계 어민은 “황복 수컷은 한 마리에 7만원 선에, 알을 밴 황복 암컷은 마리당 15만∼27만원에 인공부화 업체가 수매하고 있어 어민들의 짭짤한 봄철 소득원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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