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만들고, 매일 들여다보는 이들의 추천작은

정민경 기자 입력 2022. 5. 21.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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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27주년 창간 기획]
매일 콘텐츠를 들여다보는 PD·제작자·언론 연구자는 어떤 콘텐츠를 추천할까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매일 새로운 콘텐츠가 쏟아진다. “요즘 뭐 봐?”로 시작되는 수많은 대화들과 추천 콘텐츠들을 참고하지 않으면 리모컨만 돌리기 일쑤다. PD와 제작자들을 비롯해 매일 콘텐츠를 들여다보는 것이 일인 언론 종사자, 연구자 등에게 콘텐츠 추천을 받았다. 플랫폼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최대한 최신작들을 위주로 추천했다. 이들의 추천으로 리모컨만 만지작대는 시간이 줄어들길 바라며.

권성민 카카오TV PD (카카오TV '톡이나 할까?' 연출)

“최근 1~2년 동안 인상 깊었던 콘텐츠는 일본 NTV 10부작 드라마 '콩트가 시작된다'였다. 내 경우 OTT '왓챠'를 통해 봤다. 일본의 전통 '만자이'를 활용한 형식이 매우 새롭게 다가왔다. 이 드라마는 '실패한 창작자'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어서 코미디언이 되려고 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했으나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 어떤 사람들은 그의 코미디를 보고 어떤 종류의 '구원'을 얻기도 한다.
큰 인기는 없었으나 한두명의 삶에 굉장히 거대한 영향을 끼친, 예술에 대한 이야기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제작자로서 누구에게 어떤 걸 전달할지, 어떤 마음으로 제작을 해야하는 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됐다.”

▲일본 드라마 '콩트가 시작된다'.

조윤미 MBC 'PD수첩' PD

“'티빙'에서 본 술꾼도시여자들. 여자들이 술을 먹는 장면을 굉장히 경쾌하게 그려냈다. 여자들의 우정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표현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자주 친구들이 생각났다. 이 콘텐츠는 지상파에서는 볼 수 없는, 높은 수위의 이야기가 자주 들어가기도 한다. 지상파에서 프로그램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이렇게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데, '과연 정제된 콘텐츠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재미있게 봤지만 동시에 고민거리를 안겨줬던 콘텐츠다.”

▲티빙 '술꾼도시여자들'.

진예정 BTN 라디오 PD (인스타그램 '육디피' 운영자 @6days.paper)

“애플TV+의 '테드 래소'를 추천한다. 넷플릭스에 '킹덤', 디즈니플러스에 '완다비전', 왓챠에 '시맨틱 에러'가 있다면 애플TV+에는 '테드 래소'다. OTT 춘추전국시대에 신규 가입자를 견인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다. '테드 래소'는 나처럼 EPL을 잘 모르는 사람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 수 있는 스포츠드라마다.
화려한 인생을 사는 듯 보이는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뒤틀려 있다. 축구 실력은 좋으나 인성이 결여된 사람도, EPL 구단주라는 화려한 위치에 있지만 실상은 복수가 지상 목표인 사람도, 병적인 낙천성으로 주변인을 질리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초면에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그들과 함께 두 개의 시즌을 달리다 보면 깨닫는다. 모든 뒤틀림에는 이유가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해하지 못할 인생도 없다.”

▲애플TV+ '테드 래소'.

고나무 팩트스토리 대표 (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원작자)

“네이버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2017년 개봉한 영화 '신고질라'를 추천한다. 비현실적인 사건들이 현실에서 벌어진다. 2001년 벌어진 비현실적인 911테러를 두고, 미국 소설가, 논픽션 작가 톰 울프는 현대의 소설가들은 이제 개연성이 무엇인지, 어떻게 써야 개연성이 있을지 걱정해야된다는 취지로 썼다. 개연성을 본질적으로 담보한 실화 소재 스토리는 그래서 매력적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좋은 실화 모티프 스토리가, 좋은 스토리의 전부는 결코 아니다. 실화 스토리가 생각하게 만드는 걸로 시작해서 쾌감으로 이끈다면, 어떤 판타지는 깔깔거림으로 시작해서 문득 생각하게 만든다.
고질라가 현대 일본 앞바다에 다시 나타난다. 오랫만이다. 방사능 폐기물 먹고 자랐다. 총리 관저에서 대책회의가 벌어진다. 대책보다 분석이 먼저라는 관료가 있고, 또 어떤 장관은 주일미군에 도움을 청하자고 말한다. 총리는 대국민성명을 통해 고질라가 상륙하지 않을 거라 하지만, 고질라는 상륙해 도심을 파괴한다. 고질라 입에서 나온 방사능 빔에 총리대신 등 각료들 다수가 사망하고, 단 한명 남은 장관급 관료인 농림수산대신(한국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총리 대행이 되어 재난 대응을 이끌기 시작한다. 안노 히데아키('에반게리온' 감독)가 만들어서 재밌는건지 모르겠는데, 진짜 재밌다. 웃다보면 문득 멈춰 세상을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 '신고질라'.

김석준 디에디트 에디터 (에디터B, 뉴스레터 '까탈로그' 운영자)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박찬욱 감독의 단편 영화 '일장춘몽'을 추천한다. 부동산 투기꾼이 순박한 마을 사람을 감언이설로 속이고, 용역을 고용해 원주민을 쫓아내고, 젊은이는 싸움터에서 희생당하고 노인들만 남은 시대를 배경으로 증오를 멈추고 더불어 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겨우 21분짜리 단편영화에 이 모든 것이 담겨있다.
'일장춘몽'은 언뜻 보면 단순한 코믹 무협 멜로이지만, 갈등 구조와 캐릭터 서사를 보면 현대사회의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박찬욱'이라는 말이 나온다. 또 스마트폰으로 촬영했지만 놀라운 기술의 발전 덕분에 전혀 스마트폰으로 찍은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놀랍다. 박찬욱뿐만 아니라 미술감독 류성희, 음악 장영규, 안무 모니카 등 화려한 제작진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한국적이며 매혹적이다.”

▲단편 영화 '일장 춘몽'.

고기자 (일간지 기자, 기자협회보 '고기자의 취재수첩' 연재. 인스타그램 @gogizanim_)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 '해피 아워'(2015)를 추천한다. 감독은 다섯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네 명의 여자 친구들을 그려낸다. 네 명은 유명한 배우가 아니고, 모두 감독과 함께 한 연기 워크숍을 통해 선발된 시민 배우다. 영화 속에서는 다양한 워크숍이 열리고 소설을 함께 읽는다. 이 모든 과정에는 '컷'이 없다. 그가 그려낸 평범하고 길게 늘어지는 일상 속 드문드문 섞이는 비일상을 마주할 때마다 다섯 시간은 삶을 담아내기 턱없이 짧다는 것을 느낀다.
한 명의 친구는 영화 밖으로 자취를 감추지만, 나머지 친구들은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물론 자취를 감춘 친구 역시 자신의 길을 찾아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해피 아워'는 그런 희망을 주는 영화다. 의미 없어 보이는 매일의 사건들, 그리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순간들, 그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을 응원받고 싶을 때 보면 힘이 될 것이다.”

▲영화 '해피 아워'.

신정아 방송작가, 한신대 초빙교수

“대만 호러게임 '반교: 디텐션'과 영화 '반교'를 함께 추천한다. 영화 '반교'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대만의 계엄령 해제 30주년이 되던 2017년 1월13일에 출시된 2D 횡스크롤 게임이다. 흔히 게임은 경쟁과 승부, 성공과 실패, 도전과 보상이라는 기준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반교'는 백색테러 시대를 상징하는 '공포 장르'로 서사를 만들고, 그 시절 이름 없이 희생되어야 했던 수많은 개인들의 파괴된 일상과 상처를 재구성한다.
여전히 그 시대의 아픔이 치유되지 않은 상태로 또다시 정체성의 혼란과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는 대만인들에게 게임 '반교'의 서사는 지금 여기에서 공유되어야 할 역사적 사실과 공존과 연대의 가치를 전한다. 2019년 9월에 개봉한 영화 '반교' 역시 게임이 품었던 시대적 아픔과 현실을 희망적 결말로 마무리한다.”

▲영화 '반교'.

박재훈 MBC 미래정책실 신사업전략파트장

“넷플릭스의 'Black Mirror' 시리즈를 추천한다. 영국 '채널4'에서 시작해 넷플릭스로 옮겨간 '블랙미러' 시리즈는 10년 전 첫 에피소드부터 논란이었다. 5개 시즌 23개 에피소드 대부분은 곧 실현될 것 같은 기술 발전의 근미래, 그로 인한 디스토피아를 다룬다. 총리와 돼지의 '그 순간', 위선 떨던 모두가 유튜브로 그 장면을 보느라 정작 거리에 풀려난 공주는 아무도 못 본다든지, SNS '좋아요' 평점이 곧 계급이 되는 사회, 눈으로 본 모든 것이 디지털로 저장된다는 것이 서로를 얼마나 옥죌 수 있는지 등.
미래를 다룬 SF라지만 옷차림이나 생활상은 현재와 거의 같고, 기술에 대한 과장 없이 실현 가능할 법한 수준을 지키는 묘사가 오히려 더 '지금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서늘함을 준다는 게 백미다. 미디어와 SNS, 더 가공할 메타버스 세상에 대한 고민과 예언자적 성찰이 곳곳에 스며있다. 반전이 매우 중요한 에피소드들이 대부분이라, 절대로 스포일러를 보지 않기를 권한다.”

▲넷플릭스 '블랙미러'.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

“광주여수MBCMBC 경남에서 공동제작한 '친애하는 나의 도시'(2020)를 추천한다. 관광지, 축제, 향토음식, 특산물 소개. 지역을 여행상품으로 만들어온 지역 방송의 한계를 무너뜨린 콘텐츠다. 광주와 순천, 진주를 묶어낸 3부작을 보며 서울 방송사가 인천, 수원, 의정부를 이렇게 만들 수 있을지 묻게 한다.”

▲광주여수MBCMBC 경남 공동제작 '친애하는 나의 도시'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tvn의 대표 장수 교양프로그램 '어쩌다 어른'을 즐겨본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강사로 출연해 다양한 지식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 강의를 듣다 보면 어느새 지식이 쌓이고 삶의 지혜도 생긴다.
특히 제도권 교육에선 접하지 못했던 내용과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궁긍즘을 흥미롭게 풀어준다. 특히 모든 것을 여러 각도에서 심층적으로 봐야하는 기자들에게 유용한 프로그램이다. 과학적 지식과, 역사, 문화, 인문학적 사례 등을 원활하게 적용하면 큰 자산이 될 것이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한층 향상시켜 다양한 문제해결과 이해를 돕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tvN '어쩌다 어른'.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메이의 새빨간 비밀'을 추천한다. 2002년 캐나다 토론토에 살고있는 소녀의 성장 이야기다. 메이네 집안 여성은 모계 혈통으로 사춘기 시절 레서판다로 변하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메이도 수치심과 스트레스를 느끼면서 어느 날 첫 번째 변화를 겪고, 이후부터는 심리적 흥분을 느낄 때마다 수시로 레서판다로 변해버린다. 할머니와 엄마, 이모들은 모두 자신 안의 레서판다를 봉인해왔기에, 메이에게도 봉인의식을 치르려 한다.
그러나 메이는 자신 안의 레서판다를 봉인하지 않고 자기의 일부로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한다. 그냥 보면 즐겁다. 분노와 부끄러움과 격한 감정을 가진 자신을 억지로 봉인하지 않고, 그런 자신도 자신으로 인정하고 함께 살겠다고 선언하는 메이를 통해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이 함께 이뤄지기도 한다. 사춘기 딸과 사는 엄마에게도 강추한다.”

▲디즈니플러스 '메이의 새빨간 비밀'.

최근 박해영 작가의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방영 중인데, 작가의 전작인 tvN '나의 아저씨'(2018)를 추천 콘텐츠로 꼽는 이들이 많았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나의 아저씨'. 현실은 비루해도 이 작품처럼 인간관계에 대한 희망을 나는 아직 가지고 있다. 수년 전 몰아본 '유나의 거리'(JTBC, 2014)처럼 이 작품도 전개가 잔잔한 편이지만 스토리라인은 화려하다. 인물과 배경 설정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만 세밀한 이야기 전개는 사실성이 높은 편이다. 다만 여전히 제목은 불만이다. 다 보고 나서도 이게 왜 '나의 아저씨'지? 라는 의문이 들기는 한다. 작가, 감독이 아닌 제3의 시청률 지상주의 비전문가가 개입한 것이 아닌가 의심도 든다. 그래도 옥의 티일 뿐.”

▲tvN '나의 아저씨'.

빈정현 EBS PD ('건축 탐구 집' 연출, 현재 '다큐프라임 어린人권' 연출)

“'나의 아저씨'. 곱씹어 다시 봐도 인물 하나, 대사 하나 곱씹게 되는 드라마다. 때로는 지안에게, 때로는 동훈에게, 때로는 할머니에게 그 외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에게 한번씩은 마음이 들어갔다 나온다. 나에게도 저런 어른이 있으면 좋겠다, 또 '나는 지금 저런 어른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 충분히 위로가 되는 드라마.”

이민정 CJ ENM 예능 PD (tvN '조립식 가족' 연출)

“'나의 아저씨'가 인생 콘텐츠다. 어떤 연고 같은 게 있지 않은 한 사람의 성인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내용이다. 그게 정서적인 의지가 되든 무엇이든 요즘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들이 보편적으로 갖췄으면 하는 기본적인 삶의 자세를 드라마가 보여준 것 같다. 의지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있으면 다른 사람을 구렁텅이에서 구제해줄 수 있는 내용이다. 내세울 것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사실 요즘에는 JTBC '나의 해방일지'를 몰입해서 보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나의 아저씨'가 인생 콘텐츠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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