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터치는 디지털전환 기업이 고객에게 주는 '감동 서비스'"

이다비 기자 2022. 5. 2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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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Interview]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소비자학과 교수

디지털과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우리 생활에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동시에 막연한 두려움도 안겨준다. ‘언젠가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지 않을까’라는. 실제로 이미 많은 산업 영역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AI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고도로 디지털이 발달한 사회에서도 ‘휴먼 터치(human touch·인간 감성)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의 감수성과 인간다움은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디지털 사회에서 휴먼 터치는 어떻게 구현되고, 기업은 어떻게 휴먼 터치를 기술에 접목시킬 수 있을까.[편집자주]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소비자학과 교수 서울대 소비자학과 학·석·박사, 현 상명대 소비자분석연구소 소장, 현 한국소비자학회 이사,‘트렌드코리아 2010~2022’ ‘코로나가 시장을 바꾼다’‘1코노미’ 저자 사진 상명대

기술이 무섭게 발달하면서 이제 인간이 해왔던 일 대부분은 인공지능(AI)이 대체하고 있다.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대결로 사람들은 한 차례 충격을 받았다. 이후 각 산업에서는 ‘이제 인간의 일자리는 끝났다’라는 분석이 차츰 나오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AI에 밀려 인간의 쓸모는 끝난 것일까.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소비자학과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Digital Transformation)에 속도 내는 기업은 휴먼 터치(human touch·인간 감성)를 통해서 고객 감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라며 “DT가 빨라지면서 오히려 인간의 손길이 더욱 중요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소비 트렌드 전문가로, 상명대 소비자분석연구소 소장도 겸임하고 있다. 그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와 함께 매년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트렌드코리아’를 2010년부터 올해까지 13년째 집필하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4월 20일 이 교수와 전화 인터뷰에서 휴먼 터치의 의미와 휴먼 터치를 위한 기업 전략에 관해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업에 휴먼 터치가 중요한 이유는.

”기업 서비스 마케팅 전략 중에 ‘MOT (Mo-ments of Truth·진실의 순간)’가 있다. 기업이나 브랜드가 고객과 만날 때 발생하는 접점, 즉 회사에 대한 인상이 결정되는 모든 순간을 뜻한다. 휴먼 터치는 바로 디지털 시대에 기업의 MOT를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디지털이 세세하게 관리해주지 못하는 고객 감동이나 고객 만족 부분에 있어서 휴먼 터치가 중요한 접점이 된 것이다. 디지털과 AI가 부각되는 시대에서 인간의 역할은 역설적으로 더 중요해지는 셈이다. 로봇이 내려주는 커피를 예로 들겠다. 로봇 커피가 나왔을 당시 혁신적이었고 인기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만드는 커피 맛을 따라갈 수 없었고, 무엇보다 고객에게 직원의 서비스 경험을 제공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인기가 급격히 시들해졌다.

또 휴먼 터치는 기업의 DT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전 스타벅스 CEO인 케빈 존슨은 디지털화는 바리스타가 음료를 만드는 데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드는 수고를 덜고 그 수고를 고객에게 인간적인 손길을 건네는 데 도와준다는 얘기다. 카페에서 고객이 느끼는 가장 중요한 순간은 커피 머신이 아닌 바리스타의 손길과 직원의 미소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즉, 휴먼 터치는 기업 DT 전략의 보완책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가져온 비대면 사회도 기업이 휴먼 터치를 주목한 계기가 됐다. 그동안 오프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인간적 손길을 고객이 그리워하면서 기업은 자사의 기술이나 디지털 서비스에 휴먼 터치를 활발히 접목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됐다. 코로나19가 끝나도 휴먼 터치는 주목받을까.

”물론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나도 이미 사람들의 습관은 형성돼 있다. 새로운 정상, 즉 뉴노멀(new normal)이다. 이제 비대면 서비스가 꽤 일상화됐고, 교육 측면만 봐도 온라인 교육의 효용성이 많이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기계도 한계가 있다. 인간이 AI에 대체될 수 없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 DT는 거시적인 트렌드니까 DT를 보완하는 측면에서의 휴먼 터치는 더 빨라질 것이다. DT가 요즘 시기의 큰 줄기(메인 스트림)라면 휴먼 터치는 DT의 반대 개념이면서도 아날로그 가치를 포함한, 큰 줄기를 보완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각 기업이 DT 보완책으로써 휴먼 터치를 구현하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하나.

”DT를 위해 먼저 오프라인이 잘 구현돼야 한다. 인간적인 접촉이 잘 이뤄져야 소비자 만족을 끌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이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미노피자는 미국에서 DT를 추진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많이 늘렸다.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이를 통해 경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다. 그렇다고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는 것만 해서는 안 된다. 대면과 온라인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잘 연동돼야 한다. 잘 연결돼 새로운 고객 경험(CX)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기술이 구현되지 않은 상태에서 휴먼 터치만 적용한다면 그건 진정한 휴먼 터치가 아니다. 최첨단 기술과 함께 휴먼 터치를 도입하는 것이 우리가 최근 추구하는 휴먼 터치의 방향성이다.”

기업이 휴먼 터치를 잘 구현한 사례가 있나.

”디지털 고객 경험은 편리한 디지털 환경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다. 휴먼 터치를 적용해 소비자에게 대체될 수 없는 경험을 형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무진은 이에 주목해야 한다. 넷플릭스의 취향 추천 서비스는 기존 고객을 계속 넷플릭스에 묶어두기는 좋지만,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기존 옥외 광고판에 흥미롭고 재치 있는 광고를 꾸준히 집행하고 있다. 2018년에는 옥외 광고판 회사를 인수하려고도 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인 ‘클래식 호러 스토리’를 홍보하기 위해 으스스한 분위기의 빨간 망토를 두른 악당을 이탈리아 밀라노 시내 대형 광고판에 띄워놨다. 행인이 광고판을 지나가면 실제 배우가 망치를 들고 광고판 뒤에서 나와 행인을 깜짝 놀라게 한다. 행인은 마치 자신이 공포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재미를 느낀다. 이는 온라인에만 갇혀있지 않고 오프라인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려는 노력이다.”

스타벅스 매장 직원(왼쪽)과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앱) 눔. 사진 셔터스톡

또 다른 휴먼 터치의 사례를 들어달라.

”백화점이나 프리미엄 매장에서 점원이 직접 고객을 상담하거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포괄적인 측면에서 본 휴먼 터치의 예다. 휴먼 터치가 프리미엄을 가르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많은 것이 자동화한 시대에 인간의 전문적인 경험과 서비스가 고객 감동을 만드는 차별점이 된다. 나이키는 자사 쇼핑몰을 강화하면서 멤버십 회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저명 전문가를 초청해 오프라인 트레이닝 세션을 열고 나이키 매장으로 고객을 끌어들인다. 이것도 나이키가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전략이다.”

앞으로 휴먼 터치가 도입되면 좋을 분야는.

”온라인만, 또는 오프라인만 계속 강조했던 영역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영역을 잘 결합해 새로운 경험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휴먼 터치에서 중요한 점이다.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회사 ‘눔(Noom)’의 다이어트 코칭 앱 ‘눔코치’도 둘을 잘 섞어 성공한 사례다. 처음에 눔은 AI 기술로만 사업을 시작했지만,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결국 회원이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지속적인 동기부여와 흥미 유발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눔 회원에게 진짜 사람 코치를 붙여줬다. 실제 코치들이 눔코치 회원을 응원하고 다이어트 고충에 공감해주고 다이어트 관련 질문에 답해주자 회원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휴먼 터치의 한계나 비용 문제는 없는가.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무조건 휴먼 터치를 많이 도입하라고 할 수 없다. 눔코치 예를 다시 들자면, 코치 한 명이 맡는 회원 수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AI가 단순 작업을 도와주게 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날 수 있다. 그런 것들이 비용을 효율화할 수 있는 핵심이 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하고, AI 관련 작업이나 단순 반복 작업은 기술이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기술과 인간(휴먼 터치)의 적절한 황금 배합 비율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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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Part 1. 디지털 만능 시대 휴먼 터치의 재발견

①하이테크 넘어 휴먼 터치 온다

②[Infographic]디지털화 속 인간미, 휴먼 터치

Part 2. 휴먼 터치에 올라탄 기업들

③[Interview] 패트릭 레비-로젠탈 이모셰이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④[Interview] 아오키 슌스케 유카이공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⑤[Interview] 학생 감정 읽는 에듀테크 마블러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임세라

Part 3. 전문가 제언

⑥[Interview] ‘아날로그의 반격’ 저자 데이비드 색스

⑦[Interview]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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