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가 깨달음 얻은 불교 성지에 한국 전통 사찰 세워져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이날 ‘인도 부다가야 분황사 고불문’을 통해 “이제 분황사는 순례자를 위한 안식처와 수행자를 위한 아란야(수행처)가 될 것이고, 참배와 신행 공간으로서 주어진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동시에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고 공동체를 이루는 승가람마로서 한국불교가 세계와 함께 하는 대전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조계종 성지순례단은 지난 18일 인도 바라나시 북쪽에 위차한 사르나트를 찾아 ‘다메크탑’ 아래서 참배를 올리며 ‘초전법륜’ 의미를 돌아봤다.
조계종에 따르면, 부다가야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붓다는 전법(傳法)을 결심한다. 한때 스승이었던 두 수행자를 떠올리지만, 이들이 세상을 떠난 것을 뒤늦게 알고 크게 탄식했다고 한다. 이에 붓다는 과거 함께 수행했던 이들을 찾아 부다가야에서 약 10㎞ 떨어진 사르나트로 걸음을 옮겼고, 이곳에서 만난 다섯 수행자에게 설법을 편다.
처음으로 진리의 수레바퀴를 굴렸다는 의미의 초전법륜(初轉法輪)이다.
사르나트에 있는 다메크탑은 기원전 249년 아소카왕이 붓다를 기리고자 지었고, 서기 500년에 현재 모습을 갖췄다. 기단 직경 28m, 높이 43m에 달한다. 순례단은 다메크 탑 주변에서 약식 법회를 열어 반야심경을 봉독한 뒤 탑 주위를 도는 탑돌이를 했다.
원행스님은 1988년 사르나트를 방문했던 일을 회고하며 “당시 티베트 가사를 입은 승려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라다크에서 왔다고 하더라”며 “라다크는 여기서 엄청나게 멀고, 해발 3000m에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곳으로, 티베트인들이 그런 신심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녹야원에서 사부대중이 예불을 올렸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특히 부다가야에 (한국 첫 전통 사찰인) 분황사 준공에 큰 도움 주신 설매·연취 보살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녹야원 인근 사르나트 고고학박물관에도 붓다의 초전법륜을 상징하는 여러 미술품이 참배객들을 맞았다. 먼저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2.15m 높이 ‘4 사자상’이 눈에 들어온다. 아소카왕석주에 사자 4마리를 조각해놓은 것이다.
원래 이들 사자 위에는 지름 80㎝가 넘는 큰 법륜이 놓여 있었으나, 현재는 분리된 상태로 별도 관람할 수 있다.
전시장 내에는 결가부좌 자세로 법을 설하는 붓다의 모습을 형상화한 전법륜상도 볼 수 있다.
마하보디 대탑 뒤편에 자리 잡은 보리수 아래로는 수많은 참배객이 연중 때를 가리지 않고서 몰려든다고 한다.
이날도 사방으로 뻗은 가지에 풍성하게 매달린 보리수 잎 아래로 참배객들이 쉼없이 들어왔다가 머물고, 고요히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 이어졌다.
한편, 인도 부다가야 분황사는 조계종 제36대 총무원 집행부가 중점 추진해온 ‘백만원력 결집불사’ 사업의 첫 성과다. 부처 성도지인 부다가야에 한국 사찰을 건립해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추진됐다.
분황사 건립은 2019년부터 가시화됐다. 분황사 건립을 위해 2019년 12월 통도사 청하문도회에서 부다가야 부지2000평을 기증하고, 두 불자(설매보살·연취보살)가 50억원을 기부하면서다. 백천문화재단은 분황사 내에 건립될 보건소 건립기금 3억원을 보탰다. 분황사에는 스님·불자들이 순례하며 머물 수 있는 수행관도 갖추게 된다.
부다가야·바라나시=글·사진 이강은 기자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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