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하늘 점령한다"..세계 최강 '유령 전투기' 개발하는 일본 [박수찬의 軍]

박수찬 입력 2022. 5. 21. 06:02 수정 2022. 5. 2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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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美 이외 국가와 이례적 '합작'
스텔스 등 첨단 성능 갖춘 6세대機
2030년대 실전배치 목표로 손잡아
韓, KF-21로는 日 공군력 추격 한계
신형 전투기 확보할 전략 구상 시급
'공군 기술동맹' 추진 필요 목소리도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6세대 전투기 상상도. 방위성 제공
동아시아 주도권 장악을 위한 일본의 움직임이 한층 빨라지고 있다. 중국이 J-20 스텔스 전투기를 본격적으로 실전배치하는 등 첨단 전력을 늘리면서 일본도 맞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를 위해 영국과 6세대 전투기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F-35A 스텔스 전투기의 성능을 높이는 등 제공권 장악 준비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이 2030년대 미국이 만든 F-22, F-35A 스텔스 전투기보다 더 강력한 6세대 전투기를 손에 넣으면, J-20 스텔스기와 6세대 전투기로 개편될 중국 공군과 유사한 전력 구조를 갖추게 된다. 동중국해 상공에서 중국과 대등하게 맞설 기반을 확보하는 셈이다. 한국 공군의 활동 영역은 그만큼 좁아진다.

◆영국과 손잡고 첨단 전투기 개발 나서

일본 정부는 항공자위대가 운용중인 F-2 전투기를 대체할 6세대 전투기를 영국과 공동 연구개발하기 위한 정책 조율에 들어갔다고 일본 언론들이 14일 보도했다. 일본이 미국 이외의 국가와 첨단 무기를 공동개발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일본은 고도의 네트워크 체계와 스텔스 성능을 갖춘 6세대 전투기를 2035년부터 퇴역하는 F-2 전투기의 대체 기종으로 90대를 배치할 예정이다. 당초 독자 개발을 추진했으나 비용 등의 문제로 외국과의 공동개발로 선회했다.

F-35A보다 우수한 성능을 지닐 6세대 전투기 공동개발은 영국의 대표적 방위산업체인 BAE시스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주축이 될 전망이다. 

전투기와 관련 시스템 설계·개발·생산은 미쓰비시중공업과 BAE시스템이 참여한다. 엔진 개발과 생산은 일본 IHI와 영국 롤스로이스가 협력하는 방안에 대한 실증 연구를 진행하는데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영국이 개발중인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의 상상도. BAE 시스템스 제공
영국은 2035년을 목표로 이탈리아와 함께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 개발을 진행중이다. 프랑스와 독일이 진행중인 미래전투항공체계(FCAS)보다는 개발과정이 순조롭다는 평가다.

엔진은 롤스로이스, 무장은 MBDA UK, 전자전은 레오나르도 UK, 기체 개발은 BAE 시스템스가 주도한다.

템페스트는 극초음속미사일, 레이저 등을 탑재해 공격력을 대폭 끌어올릴 예정이다. 기존보다 훨씬 강력한 전자전 체계와 레이더를 탑재한다. 막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한다.

조종석은 증강현실로 가상의 조종실을 만들어 조종사의 헬멧에 정보를 비춘다.

이같은 기능을 가동하려면 막대한 규모의 전기가 필수다. 이를 위해 보잉 787에서 요구되는 전력인 1MW를 엔진을 통해 생산, 전력 수요를 충당한다. 

템페스트와 일본 6세대 전투기 기술 중에는 겹치는 부분이 있다. 비용 등의 문제로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분야에서 공통화도 이뤄질 수 있다. 

무장시스템도 템페스트에 탑재될 MBDA 제품이나 관련 기술이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영국이 새롭게 개발하는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의 모습. 영국은 국제공동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제공
일본은 개발 기간을 단축하면서 기술적 리스크도 줄일 수 있고, 영국은 개발 파트너 확대를 통해 비용 절감에 필수인 ‘규모의 경제’ 구축이 한층 쉬워지는 이점이 있다. 

앞서 일본은 F-2 전투기를 함께 개발한 미국 록히드마틴의 지원을 받아 미쓰비시중공업이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주도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록히드마틴은 F-22, F-35를 개발한 회사로 스텔스 전투기 개발과 생산에서 가장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비용과 정비 등의 문제에 대한 조율이 난항을 겪으면서 록히드마틴은 미군과의 상호운용성에 필요한 일부 분야 개발에만 관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항공자위대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지상에서 엔진을 켠 채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일본은 기존에 운용중인 F-35A에 노르웨이산 합동타격미사일(JSM)을 탑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JSM은 사거리 500㎞로 함정이나 지상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다만 JSM과 F-35A 사이에 통신을 하는 과정에서 필수인 미국산 데이터링크 장비가 공급되지 않아 배치 시기는 유동적이다.

일본은 2030년대 F-15J 성능개량형과 F-35A, 6세대 전투기로 항공자위대 전력을 구축할 예정이다. 

성능이 검증된 F-15J, 스텔스 전투기 F-35A, 높은 수준의 네트워크 체계와 전자전 공격을 막아내는 능력 및 스텔스 성능을 갖춘 6세대 전투기가 함께 운용되는 셈이다. 
일본 항공자위대 F-15J 전투기 편대가 훈련을 위해 비행을 하고 있다. 방위성 제공
중국도 비슷한 시기에는 J-11 계열과 J-20, 6세대 전투기를 함께 실전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공군력 구조가 비슷해진다. 질적 측면에서 중국에 뒤지지 않게 된다면, 일본 항공자위대 전력은 중국을 제치고 동아시아 하늘의 패권을 노려볼 수 있는 수준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 일본과의 격차 좁힐 수 있을까

2030년대 동아시아 제공권 확보를 목표로 일본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한국은 공군력에서의 격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F-35A 40대를 도입한 한국은 2020년대 KF-21 전투기를 새롭게 들여온다. 오는 7월 시험비행에 나설 KF-21은 2026년 체계개발을 마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26~2028년 기본 비행 성능과 공대공 전투능력을 갖춘 KF-21 블록1 40대, 2028~2032년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한 블록2 80대를 생산하게 된다. 

하지만 KF-21로 일본의 공군력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세계 최강의 공대공미사일로 평가받는 미티어를 장착했지만, KF-21은 4.5세대 기종이다. 
각종 무장을 탑재한 KF-21 모형이 지난해 10월 18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1(서울 ADEX) 전시장에 놓여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스텔스, 무장장착능력 등에서 5세대 전투기 F-35A보다 성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장거리 공대지 타격능력도 일본이 JSM을 F-35A에 탑재하면 우위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이와 관련해 KF-21을 개량해 무인기를 함께 운용하고, 편대간 고속데이터링크 기능을 추가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실제로 실현된다 해도 2040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6세대 전투기 등장 시기는 2041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6세대 전투기를 2030년대에 실전배치할 예정인 중국, 러시아, 일본보다 뒤떨어진 것이다.

공군은 전투력 유지 차원에서 F-35A 20대를 추가 도입하는 차기전투기(F-X) 2차 사업과 F-15K 성능개량 사업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F-35A 20대를 추가로 들여오면 전체 규모는 60대로 늘어난다. 동아시아 공군력 판도에 다소나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다.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1(서울 ADEX) 기념행사에서 F-35A 편대가 축하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F-15K 성능개량은 부족한 F-35A를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공군이 레이더, 공대공미사일 등을 자체 개량해 성능을 높인 MIG-29를 앞세워 러시아 공군 전투기와 대등한 공중전을 벌였다. F-15K 성능개량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다.

문제는 일본이 6세대 전투기를 2030년대 실전배치하면, 공군력 격차는 더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강력한 무장과 네트워크, 스텔스 및 전자전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AI) 기반 6세대 전투기 확보 전략을 지금부터 구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 선진국의 6세대 전투기 프로그램을 검토, 기술협력이나 공동개발 등을 추진하는 ‘공군 기술동맹’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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