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통제는 '갑질'..일류 되려면 조직 문화부터 바꿔라"

2022. 5. 21.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인터뷰

[스페셜 리포트] 2022년 기업 문화 3.0시대 열린다

회의하는 구글 직원들. 사진=구글 제공



혁신을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는 기업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문화는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행동 규범을 만드는 것이다. 이 규범이 직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때 규범적 신념이 되고 행동으로 나타나 문화가 된다.

좋은 문화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리더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직원이 상상하게 하고 상상력을 고객 경험으로 바꿔 혁신을 만드는 문화를 갖고 있다”며 “지시와 통제의 뷰로크라시(bureaucracy : 관료주의)보다 공감에 기반한 휴머노크라시(humanocracy : 사람 중심주의) 기업 문화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문화 변천에서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뭔가.

“기득권의 해체다. ‘전략·지시·통제·경쟁·갈등’에서 ‘문화·공감·권한 위양·협력·몰입’으로 바뀌었다. 지시 명령의 관료적 기업 문화는 사람 중심 기업 문화로 바뀔 것이다. 1등이 되려면 전략이 있어야 하고 일류가 되기 위해선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 기업 문화는 경쟁의 문화에서 협력의 문화로 지향점이 바뀌었다. 실리콘밸리에선 어떻게 하면 직원의 몰입을 높이고 직원 간 협력을 끌어낼 것인지를 고민한다. 수직적 위계에 의한 지시와 통제의 문화에서 공감과 권한 위양의 수평적 기업 문화로 변신하는 이유다.”

-대기업들이 실리콘밸리식 기업 문화를 따라가고 있다.

“근무 방식의 변화와 유연성은 인풋(input) 중심 인력 관리에서 아웃풋(output) 중심 인력 관리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아웃풋 관리에 대한 준비 없이 근무 방식만 바꾸면 성과 창출에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과거에 학력·능력·성실성과 같은 인풋 중심으로 인력을 관리했다면 이제는 아웃풋으로 전환해야 한다.

인풋을 강조하던 시대에는 무조건 하루 8시간을 채우고 출퇴근 시간을 체크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주52시간 근무제를 기업 경쟁력의 큰 장애물이라고 생각했다. 실리콘밸리는 출퇴근을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아웃풋을 평가한다. 그래서 근무 시간, 일하는 방식이 유연해질 수 있었다. 직원은 행위를 파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을 파는 사람이 돼야 한다. 월급은 상상을 고객 경험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 혁신의 대가다.”

-코로나19·MZ세대의 유입은 기업 문화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LBS) 객원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변화 대응에 느린 관료제를 소멸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 사태는 기업들이 휴머노크라시 문화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MZ세대 직원들에게는 목적을 통해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시하고 통제하면 갑질이 되는 세상이고 기존 문화로는 MZ세대를 담을 수 없다. 수백 년간 이어진 관료제가 저물고 공감에 기반한 휴머노크라시가 주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시의 전략이 아니라 공감으로 기업 문화를 바꿔야 한다.”

-혁신적인 기업 문화를 구축한 사례는 뭐가 있나.

“마이크로소프트(MS)가 대표적이다. 빌 게이츠 창업자 이후 스티브 발머가 이끌던 2000~2014년까지를 MS의 ‘잃어버린 15년’이라고 부른다. MS는 2014년 사티아 나델라가 공감하는 기업 문화를 구축하면서 몸값이 가장 비싼 기업 중 하나로 변신했다.

핵심은 동료를 적으로 만들었던 상대 평가제의 해체와 공감, 권한 위양을 통한 부서 간 협력 문화 구축에 있다. 스티브 발머 전 최고경영자(CEO)는 무조건 100명 중 20%를 잘라내고 상위 20%에 엄청난 보너스를 주는 상대 평가 시스템인 ‘스택 랭킹(Stack Ranking)’을 10년간 유지했다. 그 결과 MS는 협력이 없고 조직 이기주의와 관료주의가 판을 치는 정치판이 됐다.

한국에서는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는 중소기업 휴넷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은 비판받지만 초기 카카오와 배달의민족도 문화가 만든 혁신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사진=본인 제공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