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진두 아진P&P 대표 "종이, 너무 대충 버려져.. 재활용률 높여야"

대구=이은영 기자 2022. 5.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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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배출 체계 없어 수율↓ 결국 소각된다"
"제지산업, 지속 가능하려면 패러다임 전환해야"
"강화되는 환경규제, 제지업계 성장할 수밖에"
폐지는 자원이다. 그런데 폐기물로 분류되는 바람에 함부로 버려져 절반은 재활용되지 못한 채 쓰레기장에 남게 된다. 폐지를 폐기물로 처리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뿐이다. 배출 시스템 선진화가 시급하다.

골판지·포장기업 아진P&P의 김진두 대표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인식 개선을 위해 이름도 폐지(廢紙)가 아닌 고지(古紙)로 바꿔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종이상자의 재료인 골판지는 폐지를 재활용해 만들어지는데, 폐지가 선별 과정 없이 마구 버려지다보니 수거된 폐지 중 절반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된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은 종이를 일곱 종류로 분리해 배출한다. 이 때문에 일본 제지공장의 폐지 재활용률은 93%가 넘는다. 감량 작업도 거의 없다”며 “우리나라도 고지를 자원으로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두 아진P&P 대표이사. /아진P&P 제공

김 대표는 1989년 태림페이퍼(당시 동일제지)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33년간 제지산업에 몸담고 있다. 소재 개발에 재미를 느껴 한때 회사에 야전침대를 두고 일했다. 그 덕에 현재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산업용지 제품의 60%가량은 김 대표 손에서 탄생했다. 아진P&P에서는 저평량고강도지 ‘M 시리즈’와 항곰팡이 포장재 ‘JKW’ 개발을 이끌었다. 김 대표는 산업의 친환경성과 지속가능성을 끌어올리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제품 개발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M시리즈와 JKW를 개발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제지산업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다. 산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이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강도는 높지만 무게는 가벼운 종이를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과대포장 국가다. 골판지 평량(1㎡당 무게)이 유럽은 430그램(g), 일본은 470~480g정도인데 우리나라는 750g이 넘는다. 무게 상승은 곧 물류비 상승을 뜻하고, 탄소 배출량 증가를 뜻한다. M시리즈는 평량을 600g으로 낮췄다. 이마저도 선진국에 비하면 ‘고평량’이다.

또 한 가지는 산업 패러다임 전환이다. 기존 목재 분야와 하나로 분류되던 전통적인 제지산업에서 벗어나 바이오 소재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그게 지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항곰팡이 포장지 JKW를 개발했다. 종이 박스는 내부 이면지의 스펙에 따라 신선도 유지 기간이 다르다. ‘제올라이트’라는 다공성 물질을 종이 원료에 포함시켜 농산물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가스를 흡수하도록 했다.

두 제품 모두 특허를 냈고 현재는 마케팅 단계에 있다. 아직 매출 비중을 논하기엔 민망하지만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M시리즈는 지난해 월 100톤(t)가량 팔았는데 올해 들어서는 월 1500t씩 팔고 있다. 두 제품 모두 시장 반응이 좋다.”

-아진 기술연구소의 향후 개발 계획은 어떻게 되나.

“종이뿐만 아니라 수소 관련 기술도 연구 중이다. 폐기물을 가스화해 수소를 얻어내는 기술과 수전해로 얻어내는 기술이다. 수전해는 수소를 얻어내는 과정에서 더 많은 양의 산소가 발생하는데, 이를 폐수 처리용 미생물을 키우는 데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지금까지는 별도의 기계를 이용해 공기 중의 산소를 포집한 뒤 물에 집어넣는 식으로 미생물을 키우고 있는데, 이 기술을 활용한다면 산소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감한 설비 투자가 눈에 띈다. 골판지 생산량이 6년 만에 두 배가 됐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미리 파악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포장용지 산업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서 2%포인트(P) 정도 더 성장한다. 수십년간 이런 패턴이 유지됐는데, 2010년대 중반부터 모바일 쇼핑량과 택배 물동량이 매년 10% 넘게 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골판지 시장이 제지산업을 이끌게 될거라고 판단했다.

최근 2년 동안 설비 투자에만 500억원을 들였다. 여기다 코로나19 특수로 생산량 증가가 가팔랐다. 현재 아진P&P는 골판지원지 연산은 60만t으로 국내 단일 공장 기준 생산량이 가장 많다. 덕분에 올해 3600억 매출, 250억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년 대비 두 배가량 성장할 거라고 본다.”

-업계 고민은 없나.

“고지(古紙·폐지)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나라에선 종이가 너무 대충 버려진다. 박스 안에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 한두개씩은 꼭 들어있지 않은가. 이 고지들이 모여서 골판지 공장으로 들어오는데, 그럼 일차적으로 쓰레기더미 속에서 사람이 손으로 하나하나 골라낸다. 쓰레기더미 가운데 최종적으로 골판지가 되는 물량은 50%뿐이다. 트럭들은 내내 엉뚱한 걸 싣고 다닌 것이다. 기름이 아깝지 않은가.

아진P&P 대구공장에 폐지 더미가 쌓여있다. 이 폐지들은 선별 과정을 거쳐 골판지를 만드는 데 재활용된다. /이은영 기자

버리는 것부터 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우유팩과 같은 리퀴드 패키징 종이가 상자들과 같이 버려지는데 이들은 골판지로 재활용이 안된다. 결국 전부 소각된다. 그런데 내부 코팅지만 벗겨내면 화장지를 만드는 데 쓸 수 있다. 우리 공장이 아니라 다른 공장으로 가면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고지 배출 과정이 더 복잡해지겠지만 쓰레기 소각량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체계화가 필요하다.”

-제지업계 인수합병(M&A) 이슈가 뜨겁다.

“인수합병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매각을 계기로 기업들이 어느 정도 정리될 거라고 본다. 일본을 예로 들면, 15~20년 전만해도 연산 3200만톤(t)이었는데 지금은 2400만t대로 떨어졌다. 그 당시 일본엔 제지기업이 100개가 넘었는데, 지금은 딱 4개로 통폐합됐다. 시장도 안정화가 됐다. 우리나라도 그간 많이 없어져 지금이 거의 마지막 단계라고 보여진다. 그 과정에서 옥석이 가려지지 않겠는가.”

-제지업계 전망이 궁금하다.

“전반적으로 종이 자체가 인쇄에서 포장으로 순기능이 전환되고 있다. 인쇄용지 수요는 꾸준히 줄고 포장용지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여기다 환경 문제도 있지 않나. 포장 재료를 분류해보면 국내는 종이 포장이 30% 중반, 플라스틱과 비닐이 50% 이상이다. 환경 규제를 먼저 시작한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을 보면 이 비율이 반대다. 플라스틱 포장을 줄이도록 국가가 주도적으로 지원해 온 결과다.

기간으로 따지면 이들 국가는 우리보다 15년가량 앞서있다. 쫓아가려면 국내 산업용지 시장이 향후 15년 동안 70~80%는 성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지산업은 필연적으로 지속 성장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쓰레기 문제가 부각될수록 산업은 성장할 것이다.”

-한국펄프·종이공학회 최초의 비(非)교수 회장이 됐다. 포부가 있다면.

“전통적으로 교수들이 해오던 학회장 자리를 처음으로 업계에서 맡게 됐다. 산학협력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도록 힘쓰겠다. 실질적으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연구를 학교가 할 수 있게 하고, 성과가 나오면 대우 받을 수 있게 하겠다. 학계를 이끌긴 어려워도 산업에 부족한 게 무엇인지, 산업이 무얼 원하는지를 정확히 전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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