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보환경 변화와 AI 혁명, 교육개혁이 시급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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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교육은 지식의 전달 보다 비판적인 사고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한국의 교육과 다르다. 지식을 테스트하는 시험은 많이 강조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주면서 각자 생각을 표현하도록,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이끈다."
AI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우리 교육에 시급한 방향 전환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다.
필자는 지난 몇년 간 인터뷰 한 AI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들에게 빼먹지 않고 그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AI 시대의 교육'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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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교육은 지식의 전달 보다 비판적인 사고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한국의 교육과 다르다. 지식을 테스트하는 시험은 많이 강조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주면서 각자 생각을 표현하도록,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이끈다.”
얼마전 만난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의 말이다. 뉴질랜드는 ‘미래 지향적 교육’을 이야기하면 빠지지 않는 교육 선진국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이코노미스트 산하 싱크탱크 EIU가 2019년 3월 발표한 ‘미래를 위한 교육지수’에서 영어권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의 주요도시 봉쇄, 치솟는 인플레이션 등으로 국제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미래 교육을 논한다는 게 한가하게 비칠 수 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영토는 좁고, 인구밀도는 높고, 천연자원은 부족한데다, 열강(列強)에 둘러싸인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인적자원과 뜨거운 교육열에 힘입은 바 크다.
문제는 분야를 막론하고 지난 10여년 사이에 ‘학습’이 이뤄지는 환경에 가히 혁명이라 부를 만한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터넷 혁명에 가속도가 붙었고,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접목한 검색 포털과 소셜미디어의 확산까지 더해지면서 지식의 생산·유통·소비 사이클을 크게 단축시켰다.
일례로 구글을 통한 검색 건수는 전세계에서 하루에 56억 건, 1년에 2조 건이나 된다. 그 중 15%는 이전에 검색된 적이 없던 새로운 항목이다. 새로운 지식의 유입이 그만큼 활발히 이뤄진다는 뜻이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은 무려 200여가지 요소들을 고려해 최적의 결과를 찾아준다. 불과 1초 사이에 말이다.
‘국제 공용어’인 영어만 자유롭다면, 그리고 정보 검색과 활용을 위한 기본적인 스킬만 갖춘다면 1~2주 안에 한 분야의 준(準)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습득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시대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식을 달달 외우는 방식의 교육은 이제 한계가 자명하다. 도처에 지식이 넘쳐날 뿐만 아니라 그 유통기간도 짧아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지식’이란 이름의 물고기를 잡아다 먹여주는 교육의 비중은 줄여야 한다. 대신 드넓은 지식의 바다에서 물고기를 건져올릴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진로와 직업 선택을 통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 필요한 지식을 찾아 습득하고, 이를 활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수가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려면 개인의 적성과 능력을 살려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진정한 선진경제의 길로 들어서려면 다양한 분야의 인재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생명과학이나 코딩은 물론 제조업과 엔지니어링 기반도 튼튼해야 한다. 첨단기술 시대에 돌입했다고 농업의 위상이 낮아질 리 만무하다. 오히려 그 반대다. 기후 변화와 물 부족, 급속한 도시화로 인한 경작지 감소, 인구 고령화 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식량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설명조차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다...중요한 건 인간에 대한 이해”
AI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우리 교육에 시급한 방향 전환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는 기계가 대신하게 될 것이 분명한 만큼 앞으로는 인간만이 제공할 수 있거나 인간의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직업에서 능력을 발휘하도록 자녀들을 교육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 몇년 간 인터뷰 한 AI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들에게 빼먹지 않고 그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AI 시대의 교육’에 대해 물었다. 관련 답변 중 일부를 소개한다.
“아이들을 한 가지 업무에만 익숙한 좁은 분야의 전문가로 만들려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어떤 업무라도 앞으로 20년 안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광범위한 분야의 보편적인 능력과, 과학·인문학 전반에 걸친 폭넓은 지식을 갖추도록 독려해야 한다.” (AI 분야 4대 구루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AI 시대에도 변함 없이 중요한 건 ‘인간에 대한 이해’다. 이를 위해서는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시스템 생물학의 세계적인 석학인 데니스 노블 영국 옥스퍼드대 종신교수)
“인간은 창조하고 사랑하기 위해 존재한다. AI가 그림을 그리거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창조의 영역에 들어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간이 만든 데이터가 있어야 가능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도울 때 자신의 가치를 깨닫는다는 것도 인간 고유의 특성이다” (중국 스타트업의 대부 리카이푸 창신공장 회장 겸 최고경영자)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이 AI 번역기에 의존하는 사람보다 비즈니스 파트너로 더 신뢰가 가지 않겠나. 외국어를 배우는 건 새로운 문화와 사고방식, 관습을 익히는 지름길이다.” (’AI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튜어트 러셀 UC버클리 컴퓨터과학과 교수)
“지금의 언어로는 설명조차 어려운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녀가 몸에 밴 습관이나 통념에서 벗어나 사고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AI 로봇 ‘소피아’를 개발한 벤 괴르첼 싱귤레리티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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