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석 칼럼] 지방선거를 大選 연장전 만들어 제 발목 잡은 민주당
解毒劑도 適量 넘으면 毒 돼… 윤 정부 ‘균형’ 새겨야
윤석열 정부 앞날은 6월 1일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좋은 성적표가 나오면 대통령으로 진짜 출발을 하게 된다. 나쁜 성적표를 받아 들면 대통령 의자와 명패만 남는다. 신발 끈도 채 조이지 못한 대통령이 레임덕 현상을 맞는 초유(初有)의 사태가 빚어진다. 그렇고 그런 성적표는 답답한 안개 정국(政局)이 지루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예고(豫告)다.
국민 입장에서 이 세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어느 쪽으로 손이 나갈지는 짐작이 가능하다.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제 열흘이고 지방선거는 취임 22일째 되는 날 치러진다. 불과 80일 전 대통령을 뽑은 유권자가 능력과 실적을 평가하기도 전에 대통령을 무력화(無力化)시키는 데 선뜻 동의하겠는가. 지방선거를 대통령 선거의 연장전(延長戰)으로 만들어선 야당에 유리할 게 없다. 머리가 깬 야당 지휘부라면 두 선거 사이에 칸막이를 치고, 지방선거의 의미를 ‘지방에서 치르는 선거’로 한정(限定)했을 것이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분리하려면 대통령선거 결과에 승복(承服)한다는 명확한 자세 표명이 먼저 있어야 했다. 승복의 자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지난 선거의 패인(敗因)을 내부에서 찾는 것이다. 민주당에게 지난 대선은 정권 재창출(再創出)선거였다. 문재인 정권의 실적을 바탕에 깔고 치르는 선거에서 패배했다면, 문재인 정권의 무엇이 국민을 정나미 떨어지게 만들었나 냉철하게 돌아보고 반성해야 했다. 대통령 후보와 선거 지휘부도 자숙(自肅) 기간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반성도 자숙도 없었다. 대통령 후보는 연고도 없는 지역의 국회의원 후보, 지휘부는 서울시장에 출마해 지방선거를 대선 연장전으로 만들었다.
대선 승복의 또 하나 표시는 윤석열 정부 구성을 비판하되 결사적으로 가로막지는 않는 것이다. 민주당에게 새 정부 각료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쑥스럽고 거북한 자리다. 한손에 오불가(五不可) 칠불가(七不可)라는 인사 원칙을 흔들다 불가(不可) 후보들 육탄 방어로 돌변하던 게 불과 몇 달 전 일이다. 인사청문회가 거칠어질수록 그런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한동훈 법무장관 청문회가 꼭 그런 꼴이었다. 민주당 청문위원들은 게으르고 불성실하고 무례하고 무력(無力)했다. 민주당 내부의 잇단 권력형 성(性) 추문과 함께 당의 규율(規律)이 무너졌다는 표시다.
윤석열 정부는 지지자와 비판적 지지자들에게 자신들이 어떻게 비치는지 눈치챘을까. 서리가 내리면 머지않아 살얼음이 깔린다. 이걸 징조(徵兆)를 읽는다고 한다. 징조를 읽으려면 대통령 주변에 대통령이 스승처럼 어렵게 대하는 막료(幕僚)·대통령과 사이에 벽을 쌓지 않는 친구 같은 참모가 섞여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손발 같은 부하만 보인다.
대통령은 취임 후 연설을 세 번 했다. 그때마다 누군가 ‘연설문 작성자가 쓴 초고를 대통령이 완전히 새로 썼다’, ‘그 구절은 대통령이 집어넣었다’고 흘리고, 언론이 옮겨 전했다. 대통령이 ‘싫다’ 했으면 되풀이되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의 자랑은 대통령보다 뛰어난 사람을 거느리는 것이지 대통령이 그들과 경쟁해 이기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마음을 훔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국민이 윤석열 후보를 뽑은 이유 중 하나는 전(前) 시대의 폐해를 해독(解毒)시켜 달라는 기대다. 정부가 일자리 열 개를 직접 만들었다고 자랑하면 질 좋은 민간 일자리 스무 개가 사라졌다고 들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만드는 법률의 대다수는 효과 절반·부작용 절반이다. 그 결과가 문 정권의 저(低)성장 속 양극화 심화다. 국민은 취임사에 35번이나 등장한 ‘자유’라는 단어를 그런 현상에 대한 해독제(解毒劑)란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해독제도 적량(適量)을 넘어서면 그 자체가 독이 된다. ‘그의 위대성은 극단을 피하고 언제나 유연한 절충(折衷)을 택한 데 있다’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에 대한 추도사 한 구절이다.
군 출신 대통령이 여럿 있었지만 사단장·군단장 시절 부하들을 청와대로 데리고 들어갈 땐 어느 선을 넘지 않도록 자제했다. 나라는 군대와 다르기 때문이다. 검찰도 나라와 다르다. 2100명 검사 가운데 특수부(현 반부패강력부) 소속 검사는 5%도 되지 않는다. 현 검찰 직제표에는 36명으로 나와 있다. 95%가 형사부·공판부 소속 검사들이다. 보통 사람은 평생을 살아도 특수부 검사와 마주칠 일이 없다. 청와대·검찰 인사 때마다 특수부가 거론되는 데 대해 거북한 느낌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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