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뒤떨어진 교육감 제도 대수술해야[동아시론/배상훈]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2022. 5. 21. 03:03
제왕적 교육 권력으로 전락한 교육감 제도
정치중립성 훼손-교육왜곡 등 부작용 심각
기초지자체 수준 교육자치 도입 등 개혁해야
정치중립성 훼손-교육왜곡 등 부작용 심각
기초지자체 수준 교육자치 도입 등 개혁해야
현행 교육감 제도는 수명을 다했다. 대수술이 필요하다. 광역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교육감을 별도로 선출하는 지방교육자치는 교육의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지역 교육에 대한 주민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시작됐다. 전국 모든 학교를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교육부의 관료적 행정을 막고자 도입됐다. 교육이 정치와 이념에서 벗어나 학생의 성장과 발전이라는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제도는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 교육에 대한 주민 통제는커녕 제왕적 권력을 가진 17명의 ‘교육 소통령’을 만들었다. 학교에 대한 교육감의 영향력은 절대적이고, 문제라고 지적했던 교육부의 권위적 행정을 닮아가고 있다. 권력이 큰 만큼, 교육감 자리를 차지하려는 진영 간 다툼도 치열하다. 선거 때마다 여의도에서 볼 법한 후보 단일화가 등장하고, 정책 대결은 실종됐다. 이념 성향을 노골적으로 내세우는 교육감이 많아지면서 헌법이 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도 훼손되고 있다.
문제가 누적되면서 교육감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가 일고 있다. 대부분 선출 방식에 초점을 둔다. 교육의 정치화와 이념 갈등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과거의 임명제나 간접선거제로 돌아가자고 한다. 교육감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을 높이고 주민 통제와 책임 행정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시도지사 러닝메이트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빙산의 윗부분만 본 것이다. 선거 제도를 어떻게 바꿔도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교육감 자리는 유지된다. 누군가는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고 광역 수준에서 교육을 쥐고 흔드는 집권적 교육 행정은 변하지 않는다. 빙산 아래 숨겨진 곳을 봐야 한다.
견제 없는 교육 권력이 문제다. 2022년 교육부 예산이 83조8000억 원인데, 그중 77.6%인 65조 원을 교육감이 쓴다. 교육부는 예산의 쓸모를 정하지 않고 보내지만, 교육청에서는 교육감 뜻대로 예산을 편성한다. 교육감 시책사업이 많고, 학교는 시행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 실적 보고용 공문 때문에 수업 준비가 어렵다는 푸념도 나온다. 교육감의 막강한 힘은 인사에서도 나온다. 교사는 국가공무원이지만, 일선 교장과 교사의 배치나 전보는 교육감 손에 달렸다. 집에서 수백 km 떨어진 학교로 보낼 수도 있다. 교감이나 교장이 되려면 교육청 장학사나 장학관부터 거쳐야 한다. 장학의 본질은 교사를 도와 수업의 질을 높이는 것이지만, 교장으로 승진하려면 교육감 눈치를 봐야 하는 게 현실이다. 교육청 직원은 수백 명에 달하지만, 학교 행정실에는 고작 서너 명이 근무한다. 교육 행정은 교육이 이루어지는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나는 인력 배치다.
교육감은 교육 정책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자율형사립고, 학업성취도평가, 교장공모제 실시까지 굵직한 정책을 좌우한다. 견제 받지 않는 교육감이 정치색을 띠고 이념을 앞세우면 학교의 교육력이 약해지고 교육은 왜곡된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교육감 권한을 학교 시설, 안전, 비리 감사, 학교 간 협력 사업과 갈등 조정, 우수 사례 발굴 및 공유를 중심으로 재구조화하고, 예산과 인력은 학교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교육감의 정책보좌관실보다 학교 행정실의 교육지원 인력이 많을 때 공교육이 사교육을 이길 수 있다. 교육자치의 수준도 생각해 볼 때다. 일반 자치는 광역과 기초 자치로 권력을 분산하고 겹겹의 민주적 통제 장치를 갖췄지만, 교육은 광역 단위에서만 교육감을 선출한다. 고양, 용인, 창원 같은 기초지자체는 인구 100만 명이 넘어도 교육자치권이 없다. 교육에 대한 시민 통제를 강화하고 현장 중심 교육 행정을 구현하는 차원에서 기초지자체 수준의 교육자치를 검토할 만하다.
가장 큰 문제는 교육에 대한 무관심이다. 지방선거가 한 주 남짓 남았다. 대선 후반전이라 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교육감선거는 여전히 ‘깜깜이 선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적으로 뭉친 소수 집단이 조직력을 발휘하면 쉽게 이길 수 있는 구조다.
지난 몇 년을 돌아보면, 교육은 국가의 정책 의제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내 자식의 진학, 입시, 과외 문제만 신경을 쓸 뿐,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있다. 정치에 물들고 갈등과 분열이 심화하는 교육계에 염증을 느낀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주민 참여를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시급히 추진할 과제다. 교육이 바로 서지 못하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감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제도는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 교육에 대한 주민 통제는커녕 제왕적 권력을 가진 17명의 ‘교육 소통령’을 만들었다. 학교에 대한 교육감의 영향력은 절대적이고, 문제라고 지적했던 교육부의 권위적 행정을 닮아가고 있다. 권력이 큰 만큼, 교육감 자리를 차지하려는 진영 간 다툼도 치열하다. 선거 때마다 여의도에서 볼 법한 후보 단일화가 등장하고, 정책 대결은 실종됐다. 이념 성향을 노골적으로 내세우는 교육감이 많아지면서 헌법이 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도 훼손되고 있다.
문제가 누적되면서 교육감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가 일고 있다. 대부분 선출 방식에 초점을 둔다. 교육의 정치화와 이념 갈등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과거의 임명제나 간접선거제로 돌아가자고 한다. 교육감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을 높이고 주민 통제와 책임 행정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시도지사 러닝메이트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빙산의 윗부분만 본 것이다. 선거 제도를 어떻게 바꿔도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교육감 자리는 유지된다. 누군가는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고 광역 수준에서 교육을 쥐고 흔드는 집권적 교육 행정은 변하지 않는다. 빙산 아래 숨겨진 곳을 봐야 한다.
견제 없는 교육 권력이 문제다. 2022년 교육부 예산이 83조8000억 원인데, 그중 77.6%인 65조 원을 교육감이 쓴다. 교육부는 예산의 쓸모를 정하지 않고 보내지만, 교육청에서는 교육감 뜻대로 예산을 편성한다. 교육감 시책사업이 많고, 학교는 시행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 실적 보고용 공문 때문에 수업 준비가 어렵다는 푸념도 나온다. 교육감의 막강한 힘은 인사에서도 나온다. 교사는 국가공무원이지만, 일선 교장과 교사의 배치나 전보는 교육감 손에 달렸다. 집에서 수백 km 떨어진 학교로 보낼 수도 있다. 교감이나 교장이 되려면 교육청 장학사나 장학관부터 거쳐야 한다. 장학의 본질은 교사를 도와 수업의 질을 높이는 것이지만, 교장으로 승진하려면 교육감 눈치를 봐야 하는 게 현실이다. 교육청 직원은 수백 명에 달하지만, 학교 행정실에는 고작 서너 명이 근무한다. 교육 행정은 교육이 이루어지는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나는 인력 배치다.
교육감은 교육 정책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자율형사립고, 학업성취도평가, 교장공모제 실시까지 굵직한 정책을 좌우한다. 견제 받지 않는 교육감이 정치색을 띠고 이념을 앞세우면 학교의 교육력이 약해지고 교육은 왜곡된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교육감 권한을 학교 시설, 안전, 비리 감사, 학교 간 협력 사업과 갈등 조정, 우수 사례 발굴 및 공유를 중심으로 재구조화하고, 예산과 인력은 학교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교육감의 정책보좌관실보다 학교 행정실의 교육지원 인력이 많을 때 공교육이 사교육을 이길 수 있다. 교육자치의 수준도 생각해 볼 때다. 일반 자치는 광역과 기초 자치로 권력을 분산하고 겹겹의 민주적 통제 장치를 갖췄지만, 교육은 광역 단위에서만 교육감을 선출한다. 고양, 용인, 창원 같은 기초지자체는 인구 100만 명이 넘어도 교육자치권이 없다. 교육에 대한 시민 통제를 강화하고 현장 중심 교육 행정을 구현하는 차원에서 기초지자체 수준의 교육자치를 검토할 만하다.
가장 큰 문제는 교육에 대한 무관심이다. 지방선거가 한 주 남짓 남았다. 대선 후반전이라 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교육감선거는 여전히 ‘깜깜이 선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적으로 뭉친 소수 집단이 조직력을 발휘하면 쉽게 이길 수 있는 구조다.
지난 몇 년을 돌아보면, 교육은 국가의 정책 의제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내 자식의 진학, 입시, 과외 문제만 신경을 쓸 뿐,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있다. 정치에 물들고 갈등과 분열이 심화하는 교육계에 염증을 느낀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주민 참여를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시급히 추진할 과제다. 교육이 바로 서지 못하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감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용산 집무실서 오늘 ‘한미 3:3 집중회담’… 정상끼리 따로 환담도
- 한덕수 총리 국회인준… 정호영 자진사퇴할 듯
- 정부 “6월말 코로나 재확산 우려”… 확진자 격리 유지
- “밥 사먹기도 어렵네” 무인주문 강의 듣는 어르신들
- ‘허위 인턴증명’ 최강욱, 2심도 의원직 상실형
- “아이 마음 편히 키울수 있는 사회를” “나눔, 투명하게 했으면”
- “오물속에서 다이아몬드 건져내는 게 창업… 고객의 고통 이해가 출발점”[허진석의 ‘톡톡 스
- 바이든, ‘윤 대통령’에 “문 대통령, 감사하다”…곧바로 정정
- 삼성 공장 둘러보던 바이든, 돌연 “투표하는거 잊지마, 피터”
- 바이든 방한 맞춰 ‘심판의 날 항공기’ 日 급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