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재건축 삐걱.. 서울 올해 분양 72%가 사라졌다

조성호 기자 2022. 5. 21.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급 가뭄' 실수요자들 혼란
올초 4만8137가구 예상했는데.. 둔촌주공·이문동 등 차질에 급감
입주 물량도 줄어 2만가구 위태, 집값·전셋값 자극할 우려 커져
1만가구 넘는 ‘둔촌주공’ 공사 중단 -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4월 중순부터 공사가 전면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1만2032가구에 달하는 둔촌주공의 연내 분양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올해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이 급감했다. /뉴시스

대형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올해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이 연초 계획보다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불거진 서울의 ‘공급 가뭄’이 더욱 심해지면서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아파트 입주 물량 부족도 여전해 전세시장의 불안 요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분양했거나 분양 일정을 잡은 아파트 단지는 1만3461가구로 집계됐다. 지금까지 분양한 단지는 3390가구이고, 연말까지 계획된 물량이 약 1만 가구다. 올해 초만 해도 서울 55곳에서 4만8137가구가 분양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5개월이 안 돼 72%(3만4676가구)가 증발했다. 연내 분양 일정을 잡아놓은 1만 가구 공급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 분양 아파트, 연초 계획보다 72% 감소

서울 아파트 분양은 박근혜 정부가 인허가한 물량이 쏟아진 2017년 4만110가구를 기록한 뒤 2018~20년엔 절반 수준인 2만 가구 안팎으로 줄었다. 지난해엔 분양 물량이 5672가구에 그치며 최악의 공급 가뭄을 겪었다. 올해 초만 해도 대선 이후 분양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대형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분양 계획이 어그러지면서 공급이 급감했다.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분양이 무산된 타격이 컸다. 애초 상반기 분양을 계획했지만, 시공사와 조합이 공사비 증액을 놓고 갈등이 격화되면서 분양은커녕 공정률 52% 상태에서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둔촌주공(1만2032가구) 1개 단지 물량이 3기 신도시인 인천 계양(1만7000가구)의 70%에 달한다.

둔촌주공 다음으로 규모가 큰 동대문구 이문동 일대 재개발 사업도 줄줄이 연기됐다. 작년 8월 착공한 이문1구역(3069가구)은 분양가 산정 문제로 가을 분양 계획이 무산됐고, 이문3구역(4321가구)은 조합원 사이에서 시공사 교체 요구가 불거지면서 분양 일정이 연기됐다. 강남권 대단지로 관심을 끌던 송파구 신천동 진주아파트 재건축(2678가구)은 공사 현장에서 삼국시대 유물이 나오면서 사업 진행이 멈춘 상태다.

◇입주 물량도 급감, 집값·전셋값 자극 우려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분양이 기약 없이 연기되면서 애초 일정에 맞춰 청약을 준비하던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공급 부족이 작년 연말부터 약보합세로 돌아선 서울 아파트값과 전셋값을 다시 자극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 김운철 대표는 “서울에 아파트를 장만하려는 수요는 쉽게 꺾이지 않기 때문에 기존 집값만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2020년 4만9525가구였던 서울 입주 아파트는 올해 2만2092가구로 줄고, 2024년엔 2만 가구 아래(1만1881가구)로 떨어질 전망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아파트 입주 물량이 확보돼야 전세시장이 안정되는데 올해는 임대차법 개정으로 최악의 전세난을 겪은 2020년의 절반도 안 된다”고 했다.

실제로 오는 8월부터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세입자가 전세 수요로 가세하면서 서울 전셋값이 다시 들썩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5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4.8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수도권 전세수급지수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것과 달리 서울의 전세 수요는 2월 마지막 주 이후 한 번도 내리지 않고 꾸준히 올랐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