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산전수전 다 겪은 원로의 값진 메시지
김상운 기자 2022. 5. 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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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왕성한 활동기에 초점을 맞춰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어리석음을 반성한다."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86)이 공직에서 물러나 1995년 서울시립대 총장으로 재직할 당시를 돌아보며 남긴 글이다.
1992년 각 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월성 원전 2호기 건설허가를 위해 열린 원자력위원회 회의 기록도 당시 공직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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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현 회고:대한민국 성찰의 기록/김진현 지음/656쪽·3만9000원·나남출판
“나의 가장 왕성한 활동기에 초점을 맞춰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어리석음을 반성한다.”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86)이 공직에서 물러나 1995년 서울시립대 총장으로 재직할 당시를 돌아보며 남긴 글이다. 동아일보 기자를 지낸 그는 당시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추진위원회 위원장과 한국경제신문 회장을 겸직했다. 통상 자화자찬이나 미화 일색인 고위공직자 회고록과 달리 저자는 이 책에 자기반성과 더불어 신랄한 정치·사회 비판을 담았다.
1992년 각 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월성 원전 2호기 건설허가를 위해 열린 원자력위원회 회의 기록도 당시 공직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날 회의가 끝나자마자 한 장관이 “김 장관, 왜 인사가 없어”라고 소리쳤단다. 원전 공사 수주업체가 관행상 돌리던 뇌물이 왜 안 들어오느냐고 공개적으로 다그친 것. 나중에 해당 업체가 저자에게 억 단위의 수표를 보냈지만 이를 돌려보낸 일화도 남겼다. 저자는 “6·29선언 이후 정치 형식만 민주화되었지 비정도(非正道)의 관행은 건재했다”고 썼다.
이 책은 근대화와 민주화를 거치며 현존 세대 중 특히 역동적인 경험을 가진 1930년대생 원로의 일대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은 저자는 일제와 미군정, 대한민국, 북조선의 네 가지 통치 체제를 경험했다. 언론계와 관계, 학계를 두루 거친 그의 회고록을 되새겨 볼 만한 이유다.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86)이 공직에서 물러나 1995년 서울시립대 총장으로 재직할 당시를 돌아보며 남긴 글이다. 동아일보 기자를 지낸 그는 당시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추진위원회 위원장과 한국경제신문 회장을 겸직했다. 통상 자화자찬이나 미화 일색인 고위공직자 회고록과 달리 저자는 이 책에 자기반성과 더불어 신랄한 정치·사회 비판을 담았다.
1992년 각 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월성 원전 2호기 건설허가를 위해 열린 원자력위원회 회의 기록도 당시 공직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날 회의가 끝나자마자 한 장관이 “김 장관, 왜 인사가 없어”라고 소리쳤단다. 원전 공사 수주업체가 관행상 돌리던 뇌물이 왜 안 들어오느냐고 공개적으로 다그친 것. 나중에 해당 업체가 저자에게 억 단위의 수표를 보냈지만 이를 돌려보낸 일화도 남겼다. 저자는 “6·29선언 이후 정치 형식만 민주화되었지 비정도(非正道)의 관행은 건재했다”고 썼다.
이 책은 근대화와 민주화를 거치며 현존 세대 중 특히 역동적인 경험을 가진 1930년대생 원로의 일대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은 저자는 일제와 미군정, 대한민국, 북조선의 네 가지 통치 체제를 경험했다. 언론계와 관계, 학계를 두루 거친 그의 회고록을 되새겨 볼 만한 이유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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