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産 유명 브랜드 옷이 나오게 된 배경은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2022. 5. 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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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달달하게 책읽기] 세계의 옷 공장, 북한

“CJ가 북한산 옷을 팔았다”고 2018년 중국의 어느 대북 사업가가 한 얘기가 긴 시간에 걸친 탐사 작업이 되어 책으로 나왔다. 책에서는 아디다스나 리복 등 유명 브랜드는 물론 미국의 슈퍼볼 행사 등 주요 이벤트 등에 북한 노동자가 만든 옷이 사용되는 과정이 비교적 상세하게 묘사된다. 책은 2020년에 나왔다. 실제 이렇다고 하더라도 이건 과거에 그랬다는 얘기지, 중국을 통한 우회 생산과 하청 과정에 대해서 지금은 좀 더 엄격한 관리를 하지 않을까? 트럼프 재임 기간에는 중국과 갈등이 불거졌는데, 더 높은 수준의 제재가 있지 않았을까? 책을 읽는 내내 이런 궁금증이 머리에 있었다. 책을 덮는 마지막 순간에 중국의 코로나 상황이 나왔다.

“중국으로 방호복과 마스크 제작 주문이 쇄도했다. 방호복 생산은 상당수 주문이 북중 접경 지역 공장으로 들어갔고, 북한 노동자는 방호복 제작에 전념했다. 2020년 5월 단둥의 북한 노동자 공장 90% 이상이 방호복을 생산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저널리스트 김승재씨가 쓴 ‘세계의 옷 공장, 북한’(늘품플러스)은 유엔의 대북 제재하에서 어떻게 북한 노동자와 북한 공장들이 유명 브랜드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의 옷을 생산하게 되었는지를 르포 형식으로 기록하고 분석한 책이다.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는 상당히 엄격해서 연구 수준의 기본적 협력도 불가능한 것이 많다. 조림 협력 사업에서 북한에서 자라나는 수목을 살피기 위한 시도를 했지만, 센서 종류는 군사 물품이라서 아예 반입되지 않았다는 사례를 본 적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북한은 어떻게 경제를 유지하고, 외화를 확보하는지 진짜 궁금했다.

유럽의 많은 유명 럭셔리 회사가 중국에 공장을 설립하느냐 마느냐가 회사의 사활과 연관된 중요한 결정 사항이 된 적이 있었다. 중국의 인건비가 높아지니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겨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유사한 논쟁을 본 적이 있다. 아마 대북 제재가 없었다면 우리가 흔히 보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지금쯤 북한산으로 수입되고 있었을 것이다. 높은 교육 수준, 낮은 인건비, 지금 북한은 옷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비싼 고품질 음향 기기 등 많은 제조업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다. 책은 거대한 지하경제를 다루고 있다. 북한 개방의 기술적 가능성 하나를 본 것 같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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