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와 성찰] 사드 철폐는 군사주권 회복의 길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2022. 5. 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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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16년 영국과 프랑스는 책상 위에 중동 지도를 놓고 국경선을 그었다. 분할된 선에 따라 각각 통치하기로 했다. 우리가 지금도 지도에서 보는 반듯한 직선들이 바로 그것이다. 관여한 외교관들의 이름을 따서 사이크스-피코 라인이라고 부른다. 이후 독립한 국가들은 여전히 유목생활을 하는 일부 베두인족에게 자기네 나라에 정착하도록 집을 지어주었다. 하지만 낙타들의 집으로 변했다. 국경이 생기기 오래전부터 삶과 하나가 된 사막을 떠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예전에 그곳의 이슬람과 초기 기독교 성지를 순례한 적이 있다. 뜨겁고 황량한 사막에 들어가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군대의 텐트처럼 지어진 호텔이었다. 밤이 되자 함께 밖으로 나갔다. 누군가 아직은 식지 않은 모래 위에 누워보라고 한다. 그대로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보석 같은 별들이 하늘 가득 빛나고 있었다. 유성들은 쉼없이 긴 꼬리를 뽐냈다. 마치 붉은 선인장꽃이 우주에 펼쳐진 것 같았다. 베두인족이 사막을 사랑하는 이유를 알았다. 낮은 지옥이지만 밤은 천국이었던 것이다.

경북 성주군 소성리의 주민들 또한 그들처럼 소중한 고향 땅을 지키며 산다. 경찰은 일주일에 세 차례나 사드 기지에 물자를 반입하기 위해 도로와 마을을 분리시키며 집회·결사의 헌법적 권리를 짓밟는다. ‘성주(星州)’는 글자 그대로 밤에는 별들이 쏟아지는 천국이다. 그러나 낮에는 국가공권력이 지배하는 지옥으로 변한다. 지난 18일 경찰들은 평화집회 중에 내 사지를 움켜잡고 경찰라인 밖으로 내동댕이쳤다. 눈물이 쏟아졌다. 원불교 성지에서 원불교 교무가 추방당한 것이다. 종교의 자유 국가인 미국은 자국 내 종교 성지에 군사시설물 설치를 기획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주민의 생존권과 성지를 파괴하는 경찰은 미국의 경찰인가.

오키나와의 백성들도 마찬가지다. 2차 세계대전 때 주민의 3분의 1인 20만명이 죽임을 당했다. 일본과 미국의 점령 이전부터 살아왔던 주인들이다. 강자들이 침입해 사람과 땅을 맘대로 유린하고 군사기지화했다. 지난 15일은 1972년 오키나와 반환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날 일본의 NHK 스페셜 방송에서는 당시 미국이 오키나와 미군의 유사시 한반도 출격에 대해 일본의 사전 동의는 형식일 뿐 실제로는 ‘오케이’라는 조건으로 반환했다고 한다. 오키나와에는 일본 주둔 미군기지의 70%가 있다. 아마미오, 미야코, 이시가키 등 주변 섬에는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이 배치되고 있다. 소성리의 사드 기지 또한 중국을 시야에 넣고 있다. 미국이 사드 기지 정상화를 요구하는 것은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중국을 옭죄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 말 못하는 한국은 정녕 주권국인가.

사드의 엑스밴드레이더의 고주파로 인해 기지 인근 김천 노곡리에서 이전에는 없던 암환자가 9명이나 발생했다고 마을 주민들이 호소하고 있다. 이제 수천명의 백성이 사는 사드 기지 주변 일대는 최전방이 되었다. 미국과 중국의 다툼 한복판에 놓인 것이다. 최근 산둥반도에 한반도를 감시하는 강력한 레이더가 들어섰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드는 동북아시아의 군비경쟁을 촉발한 주범이 되었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언젠가는 폭발하는 것이 역사다.

미국은 세계 패권을 위해 중국과의 결투를 준비하고 있다. 그 장은 청일·러일 전쟁처럼 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의 확장과 미사일 배치에도 원인이 있다. 식민지를 교차 승인한 가쓰라-태프트 조약부터 1945년 삼팔선 이남 점령 등 미국의 개입은 늘 불행의 연속이었다. 전두환의 쿠데타나 5·18 광주 민중 학살의 배후에도 미국의 묵인과 승인이 있었음은 역사적 사실이다.

성경에 나오는 사마리아인의 선행처럼 기독교의 정의는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불교는 실존의 절망에 처한 한센병 환자를 불보살의 화현으로 본다. 고통을 자비로 녹여주는 것이 불교의 정의다. 약자들은 사회적 억압과 폭력의 가장 아래층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법의 정언명법인 정의구현을 사명으로 삼는 검사 출신들의 독무대가 된 새 정권에 묻는다. “사회적 강자에게도 엄정한 수사”가 사드를 불법으로 배치한 국제적 강자에게도 가능한가. 군사주권을 타국에 양도한 나라는 과연 정상인가. 미국에 한반도의 평화를 해치는 사드를 당장 가져가라고 해야 옳지 않겠는가. 오늘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당당한 주권국의 위상을 보여주길 희망한다.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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