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생계 책임져준 노점.. '불안정 노동'을 들여다보다

김예진 2022. 5. 2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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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동의 시 '비시(非時)적인 삶들을 위한 편파적인 노래'의 일부다.

시의 주인공 고 이근재씨 사연부터 성균관대 학생운동가 김귀정 열사의 어머니인 왕십리 노점상 김종분씨 이야기까지, 당당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쓴 이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도 따뜻한 시선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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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기/나름북스/1만6000원
가난의 도시-우리시대 노점상을 말하다/최인기/나름북스/1만6000원

‘어떤 그럴듯한 표현으로 당신을 그려줄까/ 13년 동안 밀가루값 가스값 빼면/ 이제 100원을 벌었고 200원 벌었고 300원 벌었고를 헤아리면/ 변함없이 붕어빵만 구웠을 당신의 무미건조한 삶을/ 당신의 옆에서 또 그렇게 순대를 썰고 떡볶이를 팔던/ 당신의 아내를// 어떤 그럴듯한 은유로 그날을 보여줄까/ 2007년 10월11일 오후 2시 고양시 주엽역 태영프라자 앞/ 트럭을 타고 갑자기 들이닥친 300여 명의 용역깡패들과 구청직원들에게/ 붕어틀이 부서지고 가판이 조각나고/ 조각난 리어카라도 지키려다/부부가 길바닥에서 얻어터지며 울부짖던 날을’

송경동의 시 ‘비시(非時)적인 삶들을 위한 편파적인 노래’의 일부다. 2000년대 숱하게 회자된 유명한 시다. 그러나 시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시인이 남긴 ‘붕어빵 아저씨 고 이근재 선생님 영전에’라는 문구에서 시의 내용이 실화임을 추측할 뿐이다.

‘가난의 도시’는 약 30년간 사회운동에 몸담은 저자가 노점상 세계를 몸소 겪고, 조사하고, 연구하며 모은 기록이다. 학교 앞 떡볶이와 직장인 출근길 토스트, 퇴근길에 소주 한 잔 했던 포장마차, 농작물을 바구니에 담아 오일장에 나갔다는 어머니,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노점상은 동시대 한국인의 일상 속 단골 조연이다. 그러나 이들을 주연으로 보는 이야기는 흔치 않기에 노점상은 가깝고도 먼 이웃이었다.

저자는 이들을 주연으로 역사를 쓴다. 삼국시대 보부상과 조선의 난전, 1970년대 이촌향도가 낳은 노점, 오늘날 푸드트럭에 이르기까지, 끊이지 않고 존재했던 소자본 경제활동으로서 노점사(史)를 소개한다.

시의 주인공 고 이근재씨 사연부터 성균관대 학생운동가 김귀정 열사의 어머니인 왕십리 노점상 김종분씨 이야기까지, 당당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쓴 이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도 따뜻한 시선으로 전한다. 프랑스, 일본, 태국, 인도 등 세계 각지의 노점과 관련 정책도 연구해 소개한다.

도시연구소와 빈곤사회연대가 실시한 노점 운영 가구 대상 경제상태 조사를 소개하며 노점이 가난한 이웃이자, 가난의 한 단계임을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노점상의 2020년 월평균 가구 총소득 182만2000원, 집을 소유한 가구는 38.7%다. 전체 월평균 가구소득(2021년4분기) 464만2311원, 전국 평균 자가 점유 비율(2020년) 57.3%보다 한참 낮다.

저자는 어느 나라든 노점은 공식적인 경제 부문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생계 방편이며, 불안정 노동과 실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사회안전망이 마련되지 않는 한 노점이 늘어나는 현상이 확인된다고 설명한다. 역기능은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살리면서 노점상을 유지할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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