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바이든 정상회담, 한·미동맹 확장 계기돼야

2022. 5. 2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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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왼쪽 두 사람은 박진 외교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북핵 공조, 기술 및 공급망 동맹으로 진화


이익중심 외교에서 가치 외교로 전환


윤, 바이든이 북핵 집중하도록 설득해야
이례적인 일정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만남을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시작했다. 20일 오후 ‘에어 포스 원’으로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바로 삼성 공장으로 이동한 바이든 대통령을 윤 대통령이 맞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두 정상을 수행했다. 두 정상은 함께 한·미 ‘기술동맹’을 전 세계에 알렸다.

오늘(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의 성격을 미리 보여준 장면이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리는 이번 회담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제질서에서 한·미동맹과 한국 외교의 지향점을 재정립하는 전환기적 이벤트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4차 산업의 혁명적 전개와 미·중 경쟁의 격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치며 세계는 자유 대 권위주의 블록으로 재편 중이다. 한·미동맹이 대북 억지를 넘어 세계 공급망 협력과 경제 안보를 기반으로 진화함을, 경제력 세계 10위에 오른 한국이 글로벌 리더로서 ‘가치 외교’를 지향함을 알리는 자리다. 한국은 70년간 북한 문제에 얽힌 한반도 중심 외교, 경제적 이익 중심 외교를 해 왔다. 자유와 인권, 국제법질서 준수 등 가치 기준 외교는 소홀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사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시민’과의 ‘연대’는 전환 외교의 신호탄이다.

앞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윤 대통령이) 한·미 포괄 전략 동맹을 동아시아와 글로벌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가 있다. 양국은 가치 동맹 기반의 군사동맹을 한·미 FTA를 통해 경제 동맹으로 확산시켰고, 이번에 기술 동맹을 추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가 첨단 배터리, 친환경 녹색기술 협력 문제, 인공지능(AI), 양자기술, 우주개발 등 4차산업 핵심 동맹으로 거듭난다는 얘기다. 이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민주 진영 중심의 공급망을 재구축하려는 미국의 의지와 닿아 있고, 우리의 경제 안보 이익과도 부합한다. 환영할 일이다. 한국은 또 미국이 전략물자 공급망 구축을 위해 창설하는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 창설 멤버로 참가한다.

동맹의 새로운 챕터는 손상된 한·미동맹을 회복하는 데서 출발한다. 윤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주력해야 할 과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우리는 동맹의 존재가 국가 생존에 필수임을 보았다. 자유 대 권위주의 진영이 맞선 신냉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미국 등 서방 주도의 정책에 발을 맞추는 것은 한·미 신뢰 회복, 가치 외교 실현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남중국해 등 인도·태평양 이슈에서 전향적 합의를 하고도 이행하지 않고, 심지어 한·미 군사훈련도 제대로 하지 않아 동맹에 큰 생채기를 냈다는 점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미국의 기대 심리만 올려놓고 실행하지 않으면 신뢰는 깨어진다. 이번 회담이 한·미동맹 차원에선 성공할수록 중국의 견제와 반발은 더 거셀 것이다. 역내 정책에는 보폭과 표현을 신중하게 조절해 실행할 수 있는 합의를 내야 하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어제 “대중 관계는 제로섬이 아니다. 경제 관계를 잘 해나가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경제적으로 한국에 매우 중요한 나라다. 한·미동맹과 가치외교, 국익이라는 대명제를 확고히 하면서 중국 등엔 일관성 있는 외교로 담담하게 풀어나가야 한다. 공연히 중국을 자극하는 언술은 삼가야 한다.

정상회담을 준비하며 대통령실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임박했다. 유사시 두 정상이 한·미 연합방위태세 지휘통제시스템에 들어가도록 플랜B를 마련했다”고 했다. 우리가 처한 안보 현실이다. 양국이 회담에서 한국이 핵 공격 위협에 놓이면 미국이 본토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하는 개념의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정례화 등을 논의하는 건 당연하고도 다행한 일이다. 미국이 중국 및 우크라이나 전선에 집중하느라 북핵 문제에 집중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북한 비핵화의 목표를 하향 조정하지 않도록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하는 것도 윤 대통령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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