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광우의시네마트랩] 강수연의 미미와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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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7일 사망한 강수연은 1987년에 '씨받이'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1989년에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아 한국영화 역사에서 최초로 세계 4대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업적을 남겼다.
그 당시에는 한국영화가 국제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라 강수연의 수상은 놀라운 성취였고, 이후로 한국영화가 아시아권을 넘어 서구에도 알려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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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영화와 사회의 맥락에서 강수연은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의 현대적 여성상을 보여주었다. 강수연은 아역 배우와 청소년 배우에서 벗어나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1987)에서 대학생 미미 역을 맡았다. 여기서 강수연은 적극적이고 활달한 대학생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러한 여대생의 모습은 1970년대 ‘바보들의 행진’에서 영자 역을 맡은 이영옥이 보여준 적극적인 여성상의 계보를 이어나간 것이었다. 어떤 점에서는 강수연의 미미가 ‘엽기적인 그녀’(2001)에서 전지현의 그녀와 비교해도 그렇게 뒤처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심지어 ‘엽기적인 그녀’는 이름이 아예 나오지 않는 익명적인 존재라는 점에서 오히려 퇴보했다.
강수연이 주연한 또 다른 흥미로운 영화는 ‘그대 안의 블루’(1992)이다. ‘그대 안의 블루’는 색채와 인간의 심리 관계를 부각한다는 점에서 당시로서는 신선한 영화였다. 이 영화는 초반에 강수연이 결혼식에서 도망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웨딩드레스를 가위로 찢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영화 ‘졸업’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남자가 결혼하려는 여자친구와 함께 도망치는 장면과 비교할 수 있다. ‘졸업’은 결국 남성의 주도로 여성이 함께 도망치는 얘기지만, ‘그대 안의 블루’는 스스로 결혼을 거부하고 이후로는 자기 경력을 쌓아나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물론, 스승의 역할을 하는 남성이 있지만, 결국에 그 남성과 결혼하지는 않는다. 이는 티격태격하던 남녀가 마지막에 갈등을 극복하고 결합하거나 결혼하는 장면으로 끝나는 수많은 청춘 로맨스 영화들과 다른 점이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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