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로 아토피 치료 '새 길 찾기'..환자들의 임상시험 참여가 열쇠[기고]
[경향신문]
5월20일은 세계 임상시험의날이다. 영국 해군 제임스 린드가 항해 중 괴혈병을 치료하기 위해 1747년 선원을 대상으로 세계 최초로 임상시험을 실시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정한 날이다. 임상시험이 쉽지 않은 과정이기에 이날을 통해 관련 기업들을 지지하고 환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많은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이다.
아토피 피부염은 주로 면역학적 불균형과 피부 장벽의 이상, 유전적인 요인, 온도와 습도, 집먼지진드기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아토피(Atopy)의 어원인 그리스어 아토포스(Atopos)의 뜻 그대로 ‘알 수 없는’ ‘일반적이지 않은’ 질환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아토피 피부염 환자 수는 2017년 93만3979명에서 2021년 98만9750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20세 이상의 환자 비중이 2017년 43%에서 52%로 크게 늘어났다. 성인 아토피 피부염은 두경부와 손, 발의 습진이 특징적이다.
또 피부가 매우 건조해지고 만성적으로 두꺼워지는데, 유병기간이 길고, 환자의 20~46%가 중등~중증 상태인 것으로 보고된다.
중등도·중증에 이르면, 전신에 걸쳐 발진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각한 가려움증, 피부건조증, 갈라짐, 피부가 심하게 부풀어 오르거나 붉어짐, 딱지 및 진물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실제로 중등도·중증 성인 아토피 피부염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은 매일 가려움증을 느끼며, 6명 이상은 하루 12시간 이상 가려움증을 느낄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수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수면장애, 불안·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로 심리적 고통도 받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은 상태에 따라 치료를 시작한다. 경증은 주로 국소 면역조절제나 국소 스테로이드제제를 바르고, 중등도나 중증은 광선치료를 시도해 보거나 전신적인 면역조절제로 치료하게 된다. 최근에는 아토피 피부염의 면역학적 기전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면서 기존 치료제의 부작용을 낮춘 생물학적 제제, JAK 억제제 등도 개발되어 사용된다.
그럼에도 환자들은 주사제에 대한 두려움과 잦은 병원 방문의 번거로움, 새로운 복용 약물로 인한 잠재적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약물이라도 환자에 따라 효과가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하고, 사회생활로 인해 주변 환경 개선이 쉽지 않아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등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복합적인 이유 때문에 지속적인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부작용을 낮추고 장기간 효과가 지속될 수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3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이미 관절, 노화 등 여러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줄기세포 임상은 국내 연구가 가장 선두에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줄기세포를 이용한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국내 의료진이 앞서 나갈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임상약에 대한 불확실성과 임상 참여를 위해 약을 중단하는 기간, 위약 투여 등으로 인해 겪게 될 증상 악화를 우려해 임상 참여를 꺼리고 있어 아쉽다.
아토피 피부염은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만성질환이기에 완치가 어렵다. 그렇기에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새로운 치료의 길을 개발해, 아토피 피부염 치료의 올바른 지도를 완성해 나가야 한다. 임상시험은 새로운 치료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므로 많은 환자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적극 임상시험에 참여하길 바란다.
안지영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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