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헌트'로 칸 영화제 밟은 이정재·정우성.."오랫동안 기다렸던 시간, 치열함 잘 전달되길"
배우 이정재가 처음 연출한 영화 '헌트'가 칸 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서 상영을 마쳤습니다. 영화는 새벽 2시가 넘어 끝났지만 끝난 뒤 기립박수가 오랫동안 이어졌는데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칸의 반응을 마주했을 감독 이정재와 배우 정우성 씨를 칸에서 직접 만났습니다. 영화는 8월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상영 전에 이정재 감독님이 엄청나게 긴장하셨다고 들었다
이정재
=아무래도 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시사하는 것도 손에 땀이 나고, 복통이 일어날 때도 있는데 해외에서 첫 시사니까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정우성
=긴장이라고 해야 하나? 저는 오히려 어떤 영화보다도 차분하게 있는 것 같아요.
배우님이 이정재 감독님의 긴장한 모습을 놀리셨다고 하던데.
정우성
=제가요? 감독님을요? 하하. 옆에서 이렇게 누군가의 긴장을 보는 건 재미있잖아요. 그리고 나의 긴장을 함께 해주는 것 같아서 '아, 나는 긴장 놔도 되겠다.'
어제 드디어 '헌트'가 베일을 벗었습니다. 상영 끝나고 나서 어떠셨나요?
이정재
=일단 영화가 끝났는데도 박수를 너무 오래 길게 쳐주셔서, 조금 뭐랄까 부끄러웠다고 해야 할까.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왜 안 끝나지 이 상황이?'
정우성
=저희 둘이 박수 오래 치네, 이거.
이정재
=끌어안아야 하나? 하하하.
정우성
=뭉클했어요. 오랜 시간 동안 이렇게 각고의 시간을 견뎌내고 칸 영화제라는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갖고 거기서 이렇게 좋은 반응의 포옹이잖아요. 그래서 뭉클했어요.
미국 배우조합상 시상식 때 쪽지를 준비하셨지 않나. 시상식 아니지만 무슨 말씀 준비하지는 않으셨나요.
이정재
=저는 집행위원장님이 한 마디 시키실 수 있다고 해서 준비했었어요.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져야 하는 타이밍에도 불이 안 켜지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하지' 하다가 준비한 걸 다 잊어먹고 나갈 준비를 해야 하나 했는데, 일부러 불을 늦게 켰다고 하시더라고요.
관객분들이 너무 즐겁게 보신 거 같고 또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극장에서 안 일어나고 안 나가시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서, 오히려 집행위원장님이 늦게 등장을 하셔서 마이크를 건네주셔서 너무 당황해서 준비했던 얘기가 다 날아가서, 그냥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만 전해드릴 수밖에 없었어요. '메르시 보꾸' 그 정도. 하하하.
두 분이 자랑할만한 장면 있으신가. 이건 정말 잘 찍었다.
정우성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잘 찍지 않았나요? 하하하.
이정재
=정우성 씨가 워낙에 총격 액션을 멋지게 해주셔서 당연히 멋있었지만, 본인 캐릭터의 감정에 대한 표현을 연기하는 파트들이 굉장히 눈부실 정도로 멋있어서 저는 그 장면들이 관객분들이 꽤나 감동적이고 멋스럽게 봐주실 것 같아요.
정우성
=저는 둘이 붙는 장면들이 좋죠. 또 오랫동안 기다렸던 시간이었고 둘이 그때의 치열함이 관객분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둘이 붙는 신들이 잘 살았고 잘 전달된 거 같아서 좋습니다
절친하고 오래된 사이. 이번 영화를 통해 서로 새롭게 알게 된 점 있다면?
이정재
=이제 우리가 나이를 먹었구나.
정우성
=그거였어요. 달리 뭘 발견할 여유는 없었죠. 그 두 캐릭터의 치열함을 만들어가야 되기 때문에, 긴장감이 있었어요. '이렇게 연기하네' 같은 발견과 '이렇게 하니까 나도 이렇게 해야지' 그런 것보다는 그냥 본능적으로 대립했기 때문에 이제 오히려 이렇게 상영된 모습을 봤을 때 '잘 살았구나' 느끼게 되는.
과거 인터뷰 중에 함께 영화에 나오는 걸 비행기로 표현하셨더라. 같은 비행기에 타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정우성
=비행기 타기까지 얼마나 각고의 시간이 있었겠습니까, 하하하. 이 비행기는 절대 추락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아주 그냥 비행기 핸들 움켜쥐고 움켜쥐신 거 방향 잘 잡으시라고 뒤에서 이렇게.
떤 한순간의 결정이 아니잖아요. 왜냐면 옆에서 작업에 처음부터 끝까지를 다 지켜보는 입장이고 그리고 거기다가 또 잔소리 아닌 잔소리도 이렇게 툭툭 한마디씩 하면 얼마나 싫었을 거예요. 어떤 한순간에 결심은 이미 '태양은 없다' 끝나면서 '같이 해야지'라는 결심은 있었죠. 언제, 어떤 모습으로, 그게 우리의 의미로만 끝나선 안 된다는 생각과 조심스러운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 작업에 어떤 결정의 타이밍은 따로 있는 건 아니라 생각해요.
연출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이정재
=외모를 지키는 것이 가장 힘들었죠. 왜냐면 살이 눈에 보일 정도로 쭉쭉 빠지니까. 양복 치수도 뭐 한 사이즈가 이제 줄어들 정도로 살이 빠지고 또 그러다 보니까 체력 관리하는 게 이제 가장 힘들었던 거 같아요.
'이정재 감독' 어떤 감독인가
정우성
=이미 촬영 들어가기 전에 엄청난 회의를 많이 해요. 선택에 있어서 이게 과연 최선의 선택인가 끊임없이 스스로 의심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섬세하고 꼼꼼하죠.
이정재
=우성 씨가 먼저 장편 영화 연출을 최근에 하셨고, 현장에서 연기와 연출을 동시에 어떻게 진행하는지 제가 많이 물어봤어요. '나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그게 과연 가능합니까' 그런 여러 가지를 물어봤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현장에서 절대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런 얘기가 참 도움이 많이 됐어요.
코로나 동안 촬영했던 작품이다. 칸에 오니까 '엔데믹' 느끼는지.
이정재
=사실 저희가 코로나 기간 때 촬영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해외의 세 나라의 장면을 모두 한국에서 찍게 됐어요. 참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훌륭한 스탭 덕분에 촬영을 코로나 동안 잘해냈고, 또 이제 개봉 준비하고 기다리는 입장에서 코로나가 끝나기를 바랐는데 이제 거의 끝나가는 그런 시기인 거 같아요. 이제 좀 침체한 극장이 다시 활력을 찾는 그런 모습을 빨리 보고 싶죠.
정우성
='범죄도시2'도 개봉했는데 많은 관객분이 찾아 주신다는 소식을 듣고 다행이다 다시 극장에서 여러분들이 함께 작품을 즐길 수 있고 함께 나누는 시간이 돌아왔구나.
'헌트' 어떤 영화로 관객들에게 다가갔으면 하시나요?
이정재
=여름에 적합한 영화입니다. 스파이 장르이긴 하지만 쉽게 보실 수 있고요. 그리고 액션 장면들이 또 시원시원하게 잘 나온 거 같으니까 그런 것들을 관전 포인트로 보시면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분이 다시 만나시려면 또 23년 기다려야 할까요?
(둘이 함께) 아뇨. 안 돼요. 큰일 나요. 그건 끔찍하다. 봐야죠. 빨리빨리 준비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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