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의 '반도체' 공동행보 의미는..공급망 고리로 동맹 강화 목소리
[경향신문]
한·미 정상의 20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공동방문은 첨단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행보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각각 “경제 안보 동맹” “더 높은 수준의 동맹”을 언급했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글로벌 공급망 공조를 한·미 경제안보 동맹의 고리로 삼는 데 공통된 인식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 공장 공동방문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일정의 시작점이자 두 정상이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소였다는 점에서 상징성을 띤다. 한국을 찾은 미국 대통령들이 대체로 안보와 관련한 행보로 방한 일정을 시작한 것과 대비된다. 2017년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경기 평택의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방문을, 2014년 방한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용산 전쟁기념관 전사자 명비 헌화를 첫 일정으로 잡았다. 이번 반도체 공장 방문에는 향후 한·미 관계에서 경제안보 협력의 비중을 확대하려는 흐름이 반영돼 있다.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이 (반도체 공장을) 함께 방문한 것은 반도체를 통한 ‘한·미 경제안보 동맹 강화’로 글로벌 공급망 문제 등을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의 연설에도 이 같은 기조가 녹아 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 공장 방문을 “반도체를 통한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표현하고 “한·미 관계가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 안보 동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한국은 가치를 공유하는 가까운 파트너” “한·미 동맹은 역내 평화·안정·번영 위한 핵심축”으로 표현하면서 이번 방한 일정을 통해 기존보다 더 높은 수준의 동맹으로 나아가는 방안을 찾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공급망(supply chains)이라는 단어를 4차례 언급하면서 양국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물가상승과 함께 “푸틴의 잔혹한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서 주요 공급망 확보의 필요성이 한층 부각됐다. 공급망이 확보돼야 우리의 경제적, 국가적 안보가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들에 좌우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말 출범한 ‘한·미 반도체 파트너십 대화’(SPD)를 통해 반도체 공급망 협력은 물론, 투자·인력·기술 협력사업도 진행되고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께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의 제공뿐 아니라 미국의 첨단 소재·장비·설계 기업들의 한국 투자에도 큰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설립 계획을 언급하면서 “한·미 간에 생산적인 파트너십을 계속 확대해 주신 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날 두 정상의 행보는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의 공급망 문제 등 경제안보 협력이 잰걸음을 보여온 것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확정했고, 이날은 미국 백악관과 한국 대통령실 사이 ‘경제안보대화’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대통령실은 “경제안보대화 신설은 반도체·2차전지·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첨단기술 공조와 공급망 구축 등을 포함한 기술동맹 핵심 의제와 관련해 양국이 긴밀한 정책 조율과 공동 대응을 하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양국이 ‘한·미 반도체파트너십 대화’등의 채널을 활용해 글로벌 공급망 현안 관련 공조를 강화하고, 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 및 업계 간 협력 촉진을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도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출될 공동 선언에도 경제안보와 관련된 내용이 주요하게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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