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가도 한식 생각나.."인천은 내 가족"

이정호 기자 2022. 5. 2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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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인천에서만 5시즌째 장수 외인
K리그1 ‘전성기’ 맞은 무고사

작년 부친상 등 여파 부진했지만
올해 ‘초고속’ 두 자릿수 득점
팀 선두권 싸움에 ‘선봉장’ 역할
K리그 뛰며 결혼, 두 아이 아빠 돼
“인천과 만남은 운명” 팀에 큰 애정
“팬들에 잊혀지지 않는 선수 될 것”

지난 17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대구FC전. 인천 공격수 스테판 무고사(30)는 1-2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팀이 마지막 코너킥 찬스를 잡자 홈 관중 앞으로 향한 공을 줍기 위해 가장 먼저 뛰어가며 동점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홈 팬들을 향해 응원의 함성을 높여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마침 그때 앞서 벌어진 공중볼 다툼 상황에서 나온 상대팀 파울을 두고 주심이 비디오 판독(VAR) 끝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무고사는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다시 홈 팬들과 극적인 무승부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무고사는 이날 시즌 10·11호골을 성공시키며 득점 선두(20일 현재)를 달리고 있다. 무고사(13경기)는 2020시즌 울산 현대 주니오(10경기), 포항 스틸러스 일류첸코(현재 전북 현대·13경기) 이후 가장 빨리 시즌 두 자릿수 득점에 도달했다. 무고사는 경향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어느 정도는 기대했던 결과”라고 했다. 동계훈련부터 착실하게 소화하면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또 동계훈련에서 부족한 전력을 채운 선수들의 가세로 기존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를 확인한 그는 “시즌 개막을 준비하면서 팀이 업그레이드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무고사는 2018년 K리그에 입성한 뒤 인천에서만 5시즌째를 맞은 장수 외인이다. 득점왕에 오른 적은 없지만, 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팀을 이끌며 인천 서포터스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에게 인천은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한국에서 뛰며 결혼을 했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한국식 고기 요리는 물론 된장찌개를 특별히 좋아해 단골식당도 여럿이다. 몬테네그로 대표팀 때문에 한동안 외국에 나갔다가 들어오면 꼭 들리는 한식당이 있을 정도다.

인천 유나이티드 스테판 무고사(왼쪽)가 홈경기가 끝난 뒤 아들 스테반을 안고 아내 네베나(오른쪽), 딸 루치아와 함께 밝은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무고사 제공

무고사는 “인천과 나의 만남은 운명 그 자체”라면서 “2018년 처음 인천에 왔을 때도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편안함을 느꼈다. 인천을 고향처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팬들의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이 5년 전과는 크게 다르다”는 그는 “이제 인천은 가족 그 자체다. 다른 팀에서 뛴 적은 없지만, 매력적인 팀이며 도시다. 모든 것이 최고”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인천을 향한 애정은 그의 플레이는 물론 멘트에도 녹아든다. 그는 평소에도 “인천 팬들이 나를 자랑스럽게 여겨주는 게 느껴진다. 나 역시 이런 팬들과 함께한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시즌 출발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지난 시즌 코로나19 확진, 그리고 부친상 등의 여파로 K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에 실패한 그는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다짐 속에 시즌 개막을 맞았는데, 3·4월 K리그1 최초로 이달의 선수상을 연속 수상했다. 무고사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아내와 올해는 이달의 선수상을 꼭 받아서 유니폼에 새기자는 약속을 했었다”며 기뻐했다.

인천은 팀 공격의 7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무고사의 활약 덕분에 낯선 선두권에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늘상 ‘슬로스타터’로 시작했다가, 시즌 막판에는 강등권을 탈출하면서 다음 시즌을 기약했던 인천은 현재 4위로 창단 첫 K리그1 파이널A(1~6위) 진출을 노린다. 2004년 창단한 인천의 K리그 최고 성적은 2위(2005시즌)다.

20대를 지나 어느새 30대에 진입한 무고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축구에 대해선 달라진 게 없다”면서 “무고사라는 선수가 인천 팬들에게 잊혀지지 않도록 하는 게 나의 가장 큰 목표”라며 욕심을 이야기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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