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찬성파 "지방선거 고려"..반대파 표결 불참 '내홍 불씨'
[경향신문]
의총서 3시간30분 동안 찬반 격론
“이런다고 지지층 결집하나” 불만
윤 대통령에겐 정호영 낙마 요구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20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6·1 지방선거 악영향을 고려한 더불어민주당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한 후보자 인준에 ‘불가’ 여론이 높았던 민주당은 이날 격론 끝에 인준 찬성 당론을 채택했다. 대신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 부적격 인사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했다. 한 총리 인준으로 경색됐던 정국 분위기는 한층 누그러들었지만, 여야 대치를 가파르게 할 불씨는 남은 셈이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250표 중 찬성 208표, 반대 36표, 기권 6표로 한덕수 국무총리를 인준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한 후보자 인준 표결에 불참하는 식으로 항의 표시를 했다.
앞서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한 후보자 인준 문제를 표결에 부친 결과 과반 찬성으로 가결 당론을 채택했다. 오후 2시부터 열린 의총에서는 3시간30분여간 찬반 격론이 벌어졌다. 그 여파로 오후 4시 예정됐던 본회의가 6시로 한 차례 미뤄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본회의 표결 직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민주당이 새 정부가 일할 수 있게끔 통 크게 대승적으로 임명 동의를 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당내에선 한 후보자 인준 부결 의견이 중론이었지만, 지도부는 6·1 지방선거 악영향을 우려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내 관계자는 “한 후보자를 가결한다고 당 지지율이 올라가진 않겠지만, 중도층 민심을 더 잃지 않기 위해 가결에 찬성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한 후보자 인준 협조를 당부한 것도 당론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지도부가 가결로 선회한 것을 두고 내홍이 이어질 수 있다. 한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한 후보자는 국민 뜻에 따라 부결하는 게 맞다”며 “꽃길 깔아준다고 지방선거에서 지지층이 더 결집하고 우리 당에 더 신뢰를 보내주겠나”라고 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TBS 라디오에서 의총 분위기를 “수많은 의원들이 부결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의총에서는 당이 찬성으로 급선회하면 지방선거의 지지층 결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에게 정호영 후보자, 한동훈 장관의 낙마를 요구했다. 윤 위원장은 의총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임명되지 못한 장관도 있고, 기왕 임명됐지만 장관으로서 부적격한 인사들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문제제기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이중대를 해서는 안 된다”며 여당에 고위 공직자의 전관예우를 방지하는 이른바 ‘한덕수 방지법’(공직자 윤리법 개정안) 처리 협조를 요구했다.
협치의 공은 윤 대통령 몫으로 돌아갔다. 윤 대통령이 정 후보자를 낙마시킨다면, 여야 대치 국면은 한결 부드러워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여야 갈등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정 후보자 인사를 거두더라도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협치를 이끌어가기에는 녹록지 않다. 윤 위원장은 대전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한동훈 장관을 겨냥해 “검찰 폭정이 자행되면 국회의 헌법적 권한을 통해 강력히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 해임건의안 검토를 시사한 것이다. 민주당이 6·1 지방선거 이후 ‘선명한 야당’ 전략을 강화할 가능성도 크다.
김윤나영·조문희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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