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논비건이 "밥 먹자"가 편해질 날[책과 삶]
[경향신문]
나의 친애하는 비건 친구들에게
멜라니 조이 지음·강경이 옮김
심심 | 388쪽 | 2만2천원
“언제 한번 밥 먹자”가 인사치레인 나라에서 채식주의자는 더 자주 과제를 마주한다. 비건(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과 논비건(동물성 식품을 먹는 사람)이 함께 밥을 먹을 때, 평화를 깰 만한 요소는 곳곳에 도사린다. 식당을 고르는 것부터 문제다. 모든 메뉴가 비건인 식당에 갈 것인가, 논비건 메뉴도 있는 식당에 갈 것인가. 주변에 비건 메뉴가 없는 식당만 즐비하다면 상황은 더욱 난감해진다. 검색 등을 통해 어렵사리 찾아 들어간 백반집에서 비건이 달걀을 뺀 채소 비빔밥을 주문한 뒤, 논비건은 같이 비빔밥을 주문할지 어제부터 먹고 싶던 선지해장국을 먹을지 갈등한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밑반찬에 고기가 없는 것을 확인하는 그 순간까지. 식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논비건과 비건은 녹초가 돼 버릴 수 있다. 밥 한번 먹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비건과 논비건의 연애는 가능할까? 사회심리학자 멜라니 조이의 답은 ‘예스’다.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를 쓴 조이가 비건과 논비건의 관계 맺기에 대한 책을 냈다. 그는 논비건이 비건과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서로의 신념과 실천을 이해하고 그것을 존중할 수 있다면 말이다. 유사성이 연대감을 담보하지 않는다. 반대로 서로 달라도 연대할 수 있다. 세상에서 고립되기 쉬운 비건에게 그와 연대하는 논비건의 존재는 단비와 같다. 책은 비거니즘을 전파하기보다 진정한 관계 맺기의 원리를 설명한다. 연애지침서처럼 읽히기도 한다. 하긴 우리가 서로 다른 것이 식생활뿐이겠는가. 신념 때문에 친밀한 상대와 계속 같은 지점에서 부딪치는 이들이 읽어볼 만하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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