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는 반짝이는 숨결이 되어, 네 안의 나무를 키운단다..이제 맘껏 들이 쉬어봐[그림책]

유수빈 기자 2022. 5. 2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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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네가 숨 쉴 때
다이애나 파리드 지음·빌리 렌클 그림, 김여진 옮김
웅진씽크빅 | 32쪽 | 1만3000원

한 아이가 숨을 크게 들이 쉰다. 황금빛의 별 가루가 몸속으로 들어와 흐른다. 반짝이는 별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몸 안과 밖에서 공기가 어떻게 이동하는지 알 수 있다. 보이지 않았던 공기는 아이의 몸속에서 숨결이 된다.

허파의 구석구석까지 닿은 공기는 가슴속에서 거꾸로 자라는 나무를 키운다. 한 줄기 숨결은 나무둥치를 지나 뻗은 가지를 따라 깊숙이 내달려 형형색색의 꽃을 피워내고 열매를 맺는다. 아이가 걸을 수 있는 것도, 폴짝 뛰어오를 수 있는 것도,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는 것도 다 춤추는 별빛 덕분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마스크를 쓰면서 느꼈던 답답함은 자유롭게 숨 쉬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우쳐 줬다.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되자 코끝에 스치는 꽃향기를 흠뻑 맡을 수 있고, 얼굴을 간지럽히는 바람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입과 코를 가리던 한 겹을 걷어내자 숨 쉬는 기쁨이 돌아왔다. 아직 완전하게 되찾은 건 아니지만.

<네가 숨 쉴 때>는 호흡에 관한 책이다. 자연스러운 일이라 평소에 인식하지 못하지만 사람은 1분에 12번에서 20번 정도 호흡한다. 의사이자 시인인 저자는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호흡 과정의 과학적 원리를 한 편의 시처럼 펼쳐낸다. 이를테면 “숨을 후욱 내쉬면, 네 숨결은 바람에 폭 안겨” “공기가 성대를 흔들면 목소리도 깨어나 높이 떠올라” 같은 표현으로 날숨과 목소리의 공명을 말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호흡과 관련된 단어들’을 따로 정리해 어린이 독자의 눈높이에서 정확한 용어와 뜻을 접할 수 있게 했다. 알알이 영근 포도송이 모양의 허파꽈리, 잎사귀처럼 활짝 피어나 별자리를 품은 허파의 모습은 기관의 생김새와 구조를 정확하면서도 아름답게 보여준다. 열대 원시림을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색감이 대자연의 생명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모든 생명은 호흡하기에 누군가의 날숨은 누군가의 들숨이 된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공기를 통해 숨을 나누고 있으며 인간과 자연은 연결되어 있다. 작가는 입을 통해 산소를 들이마셔 에너지를 얻고 이산화탄소를 뱉어내는 순환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우리의 숨은 빛난다. 보이지 않던 숨결에 다채로운 색을 입힌 책이 건네는 말이다.

유수빈 기자 soo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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